2020년 12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터미널을 승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 AP연합
2020년 12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터미널을 승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 AP연합

앞으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여권이 있어야 해외여행도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CNN 비즈니스는 2020년 12월 28일(이하 현지시각)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서 많은 사람이 여행과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볼 날을 꿈꾸고 있지만, 이런 활동을 하려면 백신 여권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테크놀로지(기술) 회사들은 코로나19 검사와 예방 접종 세부 사항을 업로드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콘서트장과 경기장·영화관·사무실 등에 들어갈 때도 사용될 수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코먼스 프로젝트와 세계 경제 포럼(WEF)이 주도하는 코먼 트러스트 네트워크다. 이 계획에 따라 캐세이퍼시픽·제트블루·루프트한자·스위스항공·유나이티드항공·버진애틀랜틱 등의 항공사가 제휴에 동참했고, 미국 전역의 의료 법인 수백 개도 협력하고 있다.

코먼패스 애플리케이션(앱)은 사용자가 코로나19 검사 결과와 같은 의료 데이터를 업로드할 수 있고, 병원이나 의료 전문가로부터 받은 백신 접종 증명서를 QR 코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여행 일정에 따라 출발·도착지의 건강상 필요한 조건도 보여준다.

토머스 크램튼(Thomas Crampton) 코먼스 프로젝트 최고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예방접종의 근거로 발급되는 종이 문서를 언급하면서 “간단하고 쉽게 전달 가능한 증명서, 즉 ‘디지털 옐로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에 입국할 때 지참해야 하는 ‘옐로 피버 카드’를 빗댄 것이다.

대형 기술 회사들도 백신 여권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IBM은 디지털 헬스 패스(Digital Health Pass)라는 자체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을 통해 사용자는 코로나19 검사, 체온 검사, 백신 접종 기록 등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고, 모바일 지갑에 저장할 수도 있다.

비영리 기구인 리눅스 재단은 5개 대륙, 수십 개 단체로 조직된 ‘코로나19 증명서 이니셔티브(Covid-19 Credentials Initiative)’와 제휴했다. 백신 접종 증명 앱의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IBM과 코먼패스와도 협력하고 있다. 브라이언 벨렌도프 리눅스 재단 사무국장은 “어느 곳에서나 이메일을 보고 인터넷을 할 수 있듯 백신 증명서도 어디서나 정보 교환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증명서 이니셔티브에 속한 회사들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지 않은 나라에서도 백신 증명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종이 문서와 온라인 문서의 중간 지점을 연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증명서 이니셔티브의 루시 양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디지털 증명서를어떻게 제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백신 여권 사용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 조선일보 DB
백신 여권 사용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 조선일보 DB

연결 포인트 1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커

백신 여권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와 필연적으로 연결된다. 현실적으로는 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될 필요가 있지만, 개인 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CNN 비즈니스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만 해도 애플과 구글은 공동으로 블루투스 기반의 시스템을 개발했다.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했을 경우 이를 사용자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 국가들 역시 비슷한 앱을 개발해 사용했다.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이런 앱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번에 백신 증명서를 개발하는 코먼 트러스트 네트워크와 IBM, 리눅스 재단 등은 모두 개인의 정보 보호를 핵심 가치로 강조해왔다. IBM은 “사용자들이 건강 데이터의 사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며, 당국에 제공하고자 하는 세부 사항의 수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회사 측은 “백신 여권 같은 플랫폼이나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루는 솔루션은 신뢰와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진 AFP연합
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2
코로나19 백신 효과도 확실치 않아

미국과 유럽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인 줄리 파슨넷 스탠퍼드대 박사는 “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즉,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다는 정보가 백신 여권에 등록돼도 안전하게 행사에 참석하거나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이것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백신 여권이 실효성이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브라이언 벨렌도프 리눅스 재단 사무국장은 “백신 여권의 출시와 채택이 빠르게 이뤄지고 2021년 상반기 안에 서로 연동할 수 있는 다양한 앱이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 국방부의 코로나19 백신을 실은 화물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 국방부의 코로나19 백신을 실은 화물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백신 도입 늦어지면 글로벌 경영도 막혀

국내 기업들도 백신 여권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지연될 경우 출장길이 막히면서 경영 활동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2020년 10월 네덜란드 ASML을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기 공급을 논의했는데, 만약한국에서 백신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한다면 이런 경영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하루 평균 확진자 수와 백신 도입, 일반접종, 코로나19 종식 시점에 따라 2021년 경제 성장률이 -8.3~3.4%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0년 12월 27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백신을 접종한 인구는 42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경우 일러도 2021년 2~3월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