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 회사인 미국 AT&T가 디스커버리를 인수한다. AT&T와 디스커버리 로고. 사진 블룸버그
세계 최대 통신 회사인 미국 AT&T가 디스커버리를 인수한다. AT&T와 디스커버리 로고. 사진 블룸버그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미디어 그룹인 미국 AT&T가 3년 전 인수한 워너미디어(옛 타임워너)를 다시 분할한 후 ‘다큐멘터리’ 강자 디스커버리와 손잡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AT&T와 디스커버리 모두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OTT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덩치 키우기가 생존전략이 되는 흐름과 통신과 미디어의 수직통합을 내건 인수합병(M&A) 전략의 실패를 함께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AT&T가 2018년 854억달러(약 97조3560억원)를 들여 베팅했던 타임워너 인수 메가딜이 원래대로 되돌아가며 AT&T가 사실상 미디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AT&T는 5월 17일(이하 현지시각) 워너미디어를 기업분할한 뒤 디스커버리와 합병해 새로운 미디어 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고 미국 CNBC 등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새 회사의 지분은 AT&T와 디스커버리가 71%, 29%씩 나눠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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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미디어 수직통합 실패 사례”

AT&T가 3년 전 메가딜을 원상복귀시킨 것은 수직통합을 통한 시장 장악이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조신 연세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T&T가 작년 5월 워너미디어를 통해 선보인 HBO 맥스라는 OTT는 3월 말 기준 가입자가 4400만 명이었는데, 기존 HBO 채널(유료) 고객과 AT&T 모바일 우량 고객 중 무료로 이용하게 한 사람이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6년 타임워너 인수를 선언한 AT&T는 2018년 854억달러에 달하는 메가딜을 마무리하면서 CNN, HBO는 물론 워너브러더스도 품에 안았지만 OTT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CNBC는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합병 후 기업 가치가 1500억달러(약 17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AT&T와 디스커버리 거래 규모는 현금과 부채 포함 430억달러(약 49조200억원)에 이른다. AT&T가 워너미디어를 인수할 때 지급한 854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AT&T가 디스커버리와 손잡기로 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은 여전하다. 디스커버리구독자는 1500만 명으로 HBO맥스 가입자를 합쳐도 넷플릭스 가입자 2억800만 명의 28% 수준에 그친다. 조 교수는 AT&T의 콘텐츠 시장 장악을 위한 또 다른 수직통합 M&A 실패 사례로, 다이렉TV 인수 후 6년 만인 올해 초 분사시킨 것을 들었다.

AT&T는 2014년 미국 1위 위성방송 업체인 다이렉TV를 인수했지만, 시너지는커녕 OTT 시장에 밀려 가입자가 줄자 6년 전 메가딜을 원상복귀시켰다. 경영 실적이 악화하자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AT&T 전임 최고경영자(CEO) 인 랜달 스티븐슨은 13년간 경영을 맡으면서 M&A 43건을 추진했지만 전략 실패라는 비판 속에 작년 7월 사임했다.


MGM의 대표작 ‘007’ 시리즈의 한 장면. 사진 MGM
MGM의 대표작 ‘007’ 시리즈의 한 장면. 사진 MGM

연결 포인트 1
아마존도 MGM 인수 나서

이번 M&A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 17일 “이제 다른 경쟁사들도 유사한 선택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눈길은 컴캐스트와 비아콤CBS를 향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영화 ‘007’ 시리즈 제작사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사 MGM(메트로골드윈메이어) 인수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5월 17일 “아마존이 MGM과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의 자본력까지 가세하면서, OTT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미디어 산업 내 합종연횡이 더욱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2019년 디즈니는 21세기 폭스를 합병한 뒤 디즈니+를 출범했다. 양사 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다만, 디즈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156억1000만달러(약 17조7954억원), 영업이익은 2% 증가한 24억7000만달러(약 2조8158억원)에 그쳐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는 못했다.


국내 OTT ‘웨이브’ 로고. 사진 조선일보 DB
국내 OTT ‘웨이브’ 로고. 사진 조선일보 DB

연결 포인트 2
국내 OTT도 콘텐츠 투자 확대

국내 OTT 업체들도 콘텐츠 사업을 키우기 위해 전문인력 영입과 투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KT의 콘텐츠 전문기업 스튜디오지니의 주요 과제는 작가·PD 등 인력 충원이다.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고 아직 제작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인기 작품을 만든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 영입에 매진하고 있다. KT그룹은 OTT ‘시즌’을 분사하기로 했다. 스튜디오지니 조직이 정비되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내놓고 시즌 플랫폼에 독점 공개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높인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대주주로 있는 OTT ‘웨이브’는 최근 이찬호 전 스튜디오드래곤 책임프로듀서를 영입했다. ‘미생’ 등 다수의 인기 드라마 제작 노하우를 기반으로 수준 높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웨이브에 1000억원을 추가 유상증자하며 콘텐츠 투자에 힘을 보탰다. 콘텐츠 강자로 떠오른 카카오의 경우 연예기획사 ‘안테나’의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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