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을 향한 괴짜 경영인의 꿈이 현실이 될 전망이다. 영국 BBC와 미국 CNN 등은 영국의 억만장자이자 괴짜 경영자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민간 우주 관광 기업 버진 갤럭틱이 5월 22일(이하 현지시각) 유인 우주선의 우주 궤도 비행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버진 갤럭틱의 주가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5월 24일에만 27% 넘게 상승해 26.89달러(약 3만원)를 기록했다.

리처드 브랜슨은 음반사에서부터 항공사, 식·음료, 미디어, 우주 관광까지의 사업을 모두 펼친 독특한 이력의 경영자다. 1950년생인 그는 갓 20대에 접어든 1970년에 통신 주문 레코드 회사인 버진 메일 오더를 설립했고, 1971년 버진 레코드의 모태가 되는 음반 가게를 열었다. 이후 섹스피스톨즈와 롤링스톤즈, 재닛 잭슨 등 전설적인 가수들과 계약하며 회사를 성장시켰다. 브랜슨 회장은 1992년 EMI에 버진 레코드를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에 매각했다.

음악 산업과 함께 버진그룹을 성장시킨 항공 산업은 1984년 버진 애틀랜틱 설립으로 시작됐다. 우주 관광 회사인 버진 갤럭틱은 2004년에 설립했다. 브랜슨 회장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개인 섬 네커 아일랜드에 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섬을 20대 후반이던 1978년에 18만달러(약 2억원)에 사들인 그는 이곳을 ‘지상 천국’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사업뿐 아니라 무착륙 세계 일주 비행과 열기구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횡단하는 모험가로서의 모습도 잘 알려졌다.

버진 갤럭틱의 이번 시험 비행은 미국 뉴멕시코주의 사막에서 이뤄졌다. 스페이스 포트 아메리카 발사장에서 모선(母船)인 VMS이브가 고도 13.4㎞까지 먼저 날아올랐다. 이후 2명의 조종사가 탄 우주 비행선 VSS 유니티(unity)가 VMS이브에서 분리돼 음속의 세 배 속도(마하 3)로 고도 55.45마일(89.16㎞)까지 비행하고서 지구로 돌아왔다. 고도 50마일(80.47㎞)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 대기가 끝나고 우주가 시작되는 곳으로 정의한 지점이다. 버진 갤럭틱의 경우 지상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과 달리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에서 우주선을 발사한다. 지금까지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민간 기업은 이들 3곳이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은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우주 관광 출발지인 스페이스 포트 아메리카에서 우주로 향한 건 처음이다. 2018년 12월, 2019년 2월 두 차례의 비행 모두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서 이뤄졌다. 이번 비행으로 버진 갤럭틱은 우주 비행 상용 서비스의 첫 번째 관문을 넘었다. 우주 비행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하기 위해선 미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두 개의 라이선스(면허)를 더 따야 하는데, 이번 비행에서 이를 위한 데이터를 획득했다. 버진 갤럭틱은 올해 안에 승객 4명을 합류시켜 6명의 정원을 다 채우고서 우주 관광지에서 출발하는 두 번째 시험 비행을 시도할 예정이다. 브랜슨 회장은 “세 번째 비행에선 내가 우주로 가는 것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주 비행 서비스에도 나설 계획인데, 버진 갤럭틱은 향후 우주 비행 티켓을 20만~25만달러(약 2억2800만~2억8500만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미 600건의 예약이 잡혀 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코로나19발 경영난에 버진 갤럭틱 지분 일부를 4월 매각했다. 사진 블룸버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코로나19발 경영난에 버진 갤럭틱 지분 일부를 4월 매각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그룹 위기에 브랜슨 회장 버진 갤럭틱 지분매각 확대

우주여행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선 버진 갤럭틱의 주가는 치솟았지만, 정작 그룹 전체로 번진 경영 위기 탓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지난 4월 1억5000만달러(약 1710억원·558만4000주)어치의 버진 갤럭틱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브랜슨 회장은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버진 갤럭틱의 지분 1억5000만달러어치를 매각했다. 4월 14일 버진 갤럭틱 주가는 26.68달러(약 3만원)로, 연초보다 15% 올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버진그룹은 심각한 경영 손해를 입었다. 레저·여행 사업의 침체로 브랜슨 회장은 지난해 5억달러(약 5700억원)어치의 버진 갤럭틱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브랜슨 회장이 버진 갤럭틱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버진그룹은 “지분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통해 신규·기존 사업을 지원하고, 레저·여행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버진 애틀랜틱은 지난해 8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 침체로 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사진 블룸버그
버진 애틀랜틱은 지난해 8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 침체로 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2
코로나19에 버진 계열사 잇따라 파산

버진그룹의 경영 위기는 지난해 4월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의 파산에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호주 국내선 점유율이 30%로, 콴타스항공(6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가격 경쟁력을 통해 호주 대표 항공사 자리에 올라섰지만, 저가항공사(LCC) 간의 경쟁이 격화하며 2019년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에는 버진그룹 항공 사업의 상징인 버진 애틀랜틱이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버진 애틀랜틱은 당시 “항공 예약 신청이 1년 전보다 89% 감소했고, 2020년 하반기 수요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브랜슨 회장은 버진 갤럭틱 지분을 매각해 버진 애틀랜틱을 지원했지만, 파산을 막진 못했다. 브랜슨 회장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통해 5억달러(약 5700억원)를 추가로 모금할 계획이다. 앞서 2월에는 스팩 VG 애퀴지션(VG Acquisition Corp.)을 통해 DNA 검사 회사 23앤드미(andMe)를 상장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섯 번째 시도 만에 지상 착륙에 성공한 스페이스X의 화성 유인 탐사선 스타십 시제품. 사진 AFP연합
다섯 번째 시도 만에 지상 착륙에 성공한 스페이스X의 화성 유인 탐사선 스타십 시제품.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3
민간 업체, 우주로 진격…스페이스X·블루오리진 주도

정부의 영역이던 우주 비행에 민간 업체의 도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버진 갤럭틱은 한 사례일 뿐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와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도 대표적인 민간 우주 기업이다. 스페이스X의 화성 유인 탐사선 스타십 시제품은 5월 5일 지상 10㎞까지 비행한 이후 지상 착륙에 처음 성공했다. 다섯 번째 시도 만에 지상 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블루 오리진은 스페이스X보다는 뒤처져 있다. 한 번도 지구 궤도에 로켓을 보낸 적이 없다. 4월 16일엔 미 항공우주국(NASA)이 달에 인간을 다시 착륙시키는 프로그램 참여 민간 우주 업체로 스페이스X를 선정하자, 제프 베이조스가 미국의 달 귀환을 늦출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블루 오리진은 7월 20일 민간 우주선 ‘뉴 셰퍼드’를 발사할 예정이다. 최대 6명이 탑승해 우주 경계선인 고도 100㎞까지만 비행해 무중력 상태를 10분간 체험하는 준궤도 관광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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