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중국 정부의 사교육 규제 폭탄을 맞고 흔들리고 있다. 중국 당정 최고기관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7월 24일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의무교육 단계 학생 숙제·외부 학습 부담 감소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중국 증시에 상장된 교육 업종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면서 전반적인 주가 하락을 견인했다. 7월 마지막 주 증시가 시작한 첫날인 7월 26일 당일에만 상하이종합지수가 전 거래일(7월 23일) 대비 2.34% 빠졌고, 홍콩항셍지수도 4.13% 내렸다. 이러한 하락세는 하루 뒤인 7월 27일까지 이어졌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7월 26일) 대비 2.49%, 홍콩항셍지수는 4.22% 떨어졌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교육 업체 주가는 대부분 반 토막이 났다. 일부 교육 업체들의 주가 하락은 중국 당국의 규제 발표 하루 전인 7월 23일부터 시작됐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교육 업체 신둥팡(New Oriental Education & Technology Group)이 대표적이다. 신둥팡 주가는 7월 23일 40.61% 하락을 시작으로 3거래일 동안 71.2% 폭락했다. 보스러(Scholar Education Group)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58.1% 하락했다. 이와 달리 중국 본토 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교육 업체 중공교육(Offcn Education Technology)은 규제 조치 발표 후인 7월 26일 하한가를 시작으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회사 주가는 7월 27일까지 이틀간 18% 떨어졌다. 중국 선전 거래소의 하루 가격 제한 폭이 10%인 점을 고려하면 연일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1000억달러(약 117조원)가 넘는 중국 교육 시장이 정부 규제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사교육 규제가 저출산 해결책?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교육 산업 규제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20~30대 부부가 증가하면서 중국 내 저출산 해결책으로 사교육 규제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내에서 높은 학원비 부담이 빈부격차로 인한 박탈감을 증가시킨다는 비판도 영향을 줬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사교육 산업 자체를 사실상 금지하는 핵폭탄급 규제 정책까지 들고나올 것이라는 관측은 적었다. 중공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발표한 사교육 규제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는 국·영·수 학원처럼 학교 외부에서 중국어, 수학, 영어 같은 학과 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 기관에 대한 신규 허가가 중단된다. 특히 온라인 교육 업체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되며 기존 업체는 조사 후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사교육 기관들은 심사를 거쳐 ‘비영리기구’로 전환 등록을 마쳐야 한다. 이는 사교육을 통한 영리 추구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사교육 산업에 치명타를 가했다”라면서 역대급 초강력 규제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어·수학·영어 등 정규 학과 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 회사의 주식시장 상장도 금지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사교육 시장으로 외국 자본이 몰리자, 외국 자본이 중국 사교육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갑작스러운 사교육 시장 규제 탓에 미국 블랙록 등 중국 사교육 산업에 투자했던 외국 투자사들이 큰 손해를 볼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 사진 블룸버그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中 각종 규제책 파장, 美 증시로도 번져

최근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책이 일으킨 파장이 미국 증시로 번지고 있다. 중국의 규제책이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7월 26일(이하 현지시각) 기술·교육 분야에서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회사 주식들의 시가총액이 5개월 만에 7690억달러(약 899조원)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중국 회사 중 98개의 지수를 추적하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중국지수’는 7월 26일 전 거래일 대비 7% 떨어졌다. 7월 23일 8.5% 하락분까지 합하면 2거래일간 15% 이상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2거래일 기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7월 24일 중국 정부가 사교육 산업 규제책을 발표한 여파 역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교육 기업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가오투그룹·하오웨이라이 등 일부 중국 교육 업체들의 주가는 7월 23일 하루 만에 60~70%씩 폭락했다.

중국의 규제 리스크는 교육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지난 6월 말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직후 중국 정부의 규제로 시장 퇴출 위기에 직면하면서 7월에만 주가가 40% 넘게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이 사용자 정보 등 핵심 데이터를 외부에 유출할 우려가 있다며 중국 내 모든 앱장터에서 디디추싱을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작년 12월 중국 정부가 자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반독점 규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한 이후 바이두, 알리바바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역시 꾸준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규제 리스크가 커지면서 글로벌 대형 투자사들의 중국 주식 보유 비중도 감소하는 추세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이노베이션 ETF(상장지수펀드)는 지난 2월 중국 주식 보유 비중이 8%였지만 7월에는 0.5% 미만으로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6월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가오카오(대학 입학시험) 수험장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을 가족들이 맞이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6월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가오카오(대학 입학시험) 수험장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을 가족들이 맞이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연결 포인트 2
中 진출 한국 교육 업체 영향은

최근 중국 사교육 규제책 여파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교육 기업들의 현지 사업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상장기업 중에는 씨엠에스에듀, 정상제이엘에스, 청담러닝 등이 현재 중국 현지에서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씨엠에스에듀는 중국 출판 업체인 성통인쇄와 함께 유아 사고력 관련 직가맹 학원 사업을 현지에서 벌이고 있다. 정상제이엘에스는 중국에 설립한 현지 합작법인인 ‘미미JLS’에 영어 교육 프로그램과 학원 운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미미JLS는 중국 유아와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 전문 영어 교육 업체다. 정상제이엘에스는 지난 2016년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인 진디그룹과 미미JLS를 설립했다. 청담러닝은 작년 8월부터 중국 교육 기업 신난양과 손잡고 중국 영어교육 시장에 진출했다. 신난양이 운영하는 학원 등을 통해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회화 프로그램을 공급해 이익을 얻고 있다.

중국발 사교육 규제책은 악재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들 업체의 주가 변동은 10% 안팎에 그쳤다. 중국 사교육 규제책 발표 직후인 7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정상제이엘에스의 주가는 오히려 0.13% 올랐다. 같은 기간 씨엠에스에듀는 10%, 청담러닝은 6.39% 각각 하락했다.

이들 업체의 중국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중국 정부의 사교육 규제가 중국어, 영어, 수학 등 학과 교육 과목에만 국한돼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유아교육이나 영어회화 같은 분야는 사교육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았다는 말이다. 또 이번 조치가 신규 사교육 업체의 진입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이미 중국 시장에 진입한 한국 기업들은 오히려 입지가 강화될 기회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