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인수한 마블에서 만든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가 인수한 마블에서 만든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넷플릭스가 앞으로도 그 위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세계 최대 콘텐츠 기업 디즈니가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디즈니+)’를 앞세워 넷플릭스를 맹추격하고 있어서다. 올해 2분기 디즈니 플러스는 넷플릭스보다 8배가량 많은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OTT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8월 12일(이하 현지시각) 디즈니는 2021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디즈니 플러스의 유료 회원 수가 2020년보다 두 배 증가한 1억1600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업계 전망치인 1억1310만 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물론 넷플릭스 가입자(2억900만 명)와 비교하면 아직은 격차가 크다. 그런데 디즈니 플러스가 등장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넷플릭스의 창립 연도는 1997년이다.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디즈니의 압승이다. 올해 2분기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 수는 154만 명이다. 같은 기간 디즈니 플러스는 7.8배 많은 1200만 명을 확보했다. 넷플릭스는 앞서 1분기에도 600만 명을 넘길 것이라는 시장 전망치에 한참 못 미치는 398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모은 바 있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1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1580만 명이었다. 넷플릭스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08만3501명이다. 지난 1월 899만3785명을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MAU가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즈니 플러스가 넷플릭스의 장기 집권 체제에 제동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e마케터는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 수가 2022년 말 넷플릭스와 비슷해지고, 2023년에는 넷플릭스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후발 주자 디즈니 플러스의 경쟁력은 단연 8000여 편에 이르는 양질의 콘텐츠다.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는 ‘미키마우스’ ‘라이온킹’ ‘겨울왕국’ ‘모아나’ 등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디즈니 작품의 역사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디즈니는 마블·픽사·루카스필름 등 초대형 스튜디오도 식구로 거느리고 있다. 디즈니 만화 영화뿐 아니라 ‘아이언맨’ ‘토이스토리’ ‘스타워즈’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시리즈물도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의 전유물이라는 의미다.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도 디즈니 소속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즈니는 OTT 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해왔다. 전통 영화 산업이 쪼그라들었고, 테마파크 디즈니랜드 운영에도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한 달 구독료를 넷플릭스(13.99달러)보다 싼 7.99달러(약 9500원)로 책정해 소비자의 호응을 얻은 데 이어 최근에는 30달러(약 3만6000원)를 추가로 내면 극장에서 막 개봉한 신작 영화를 보여주는 서비스도 론칭했다. 디즈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2024년까지 20억달러(약 2조336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 블룸버그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수익 악화 막아라’
게임 사업 뛰어드는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디즈니 플러스의 거센 도전을 멍하니 지켜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지난 7월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자신들이 제공하는 콘텐츠 범위를 기존 드라마·영화 등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게임 회사 일렉트로닉 아츠(EA)에서 심즈·스타워즈 등의 게임 시리즈 제작을 담당한 마이클 버듀를 영입했다. 버듀는 페이스북에서 가상현실(VR) 게임 콘텐츠를 개발한 경험도 있다.

넷플릭스가 비디오 게임에 추가 요금을 부과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넷플릭스가 추후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레 구독료를 인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타 랭아너선 BI 미디어 분석가는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 진출에 대해 “가입자가 넷플릭스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더 들인다. 최근 넷플릭스는 ‘스파이더맨’ ‘베놈’ 등을 보유한 글로벌 제작사 소니픽처스와 계약을 맺었다. 2022년부터 5년간 소니픽처스 영화를 독점 공급받는다. 넷플릭스는 한국 내 투자 규모도 지난해 3300억원에서 올해 5600억원으로 키웠다.


부부가 시청할 콘텐츠를 고르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부부가 시청할 콘텐츠를 고르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연결 포인트 2
디즈니 11월 韓 상륙…
투자 늘리는 토종 OTT들

날로 뜨거워지는 OTT 시장 경쟁 분위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밥 차펙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8월 12일 “11월 중순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대만·홍콩 등에서 출시된다”라고 했다. 앞서 디즈니 플러스는 웨이브·시즌 등 한국의 토종 OTT에 공급하던 자사 콘텐츠를 올해 3월 중단했다.

한국 진출과 연결된 OTT 기업은 디즈니뿐만이 아니다. 애플 TV플러스는 올해 하반기에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닥터 브레인’과 윤여정·이민호 주연의 ‘파친코’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마존 프라임도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는 작품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약 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7% 성장할 전망이다.

토종 OTT도 치열한 전투에 대비하고 있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2023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티빙은 tvN본부장 등을 지낸 이명한 CJ ENM IP운영본부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시즌과 쿠팡플레이도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콘텐츠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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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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