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행보가 심상치 않다. M&A 규모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커지며 총거래액 4조달러(약 4668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의 역대 최고 기록도 어렵지 않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9월 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금융정보 제공 업체 레피니티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M&A 거래 규모는 8월까지 3조9000억달러(약 4551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8000억달러(약 2101조원)보다 두 배 이상 큰 수준이다.

FT는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기업의 차입금 부담을 낮춘 상황에서 주가 강세까지 이어지자 M&A 시장이 활기를 나타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견뎌낸 기업 경영진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회복한 것도 공격적인 M&A 시도의 배경이 됐다고 FT는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의 연간 글로벌 M&A 거래 규모는 4조3000억달러(약 5018조원)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 기록이 깨질 것으로 내다봤다. 프랭크 아퀼라 설리번앤드크롬웰 M&A 책임자는 “많은 기업이 양호한 수익을 달성하고 있고, 낮은 금리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라며 “향후 6~12개월 동안은 M&A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M&A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분야는 정보기술(IT)·미디어 등 테크 산업이다. 8월까지 총 8742건이 성사됐다. 돈으로 환산하면 8320억달러(약 971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10억달러(약 351조원)를 크게 웃돌았다. 전체 M&A 대비 테크 M&A 비중 역시 21.2%로 2020년의 16%를 압도했다.

대표적인 거래로는 미국 델 테크놀로지의 자회사 VM웨어 지분 매각이 있다. 올해 4월 델은 소프트웨어 업체인 VM웨어 지분 81%를 520억달러(약 60조원)에 분할 매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 호출·배달·금융서비스 업체 그랩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거래 규모는 400억달러(약 47조원)였다. 5월에는 미국 대형 통신 기업 AT&T가 디스커버리 채널을 430억달러(약 50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또 아마존은 영화 ‘007 시리즈’ 제작사로 유명한 MGM을 84억5000만달러(약 10조원)에 사들였다. 아마존의 MGM 인수는 2017년 홀푸드마켓 인수(137억달러) 다음으로 큰 아마존의 M&A 사례로 기록됐다.

전 세계 기업들의 M&A 경쟁은 여름휴가철인 8월에도 이어졌다. 통상 8월은 M&A 비수기로 인식되지만, 미국의 대형 모바일 결제 업체 스퀘어는 8월 시작과 동시에 호주의 선구매 후 지불(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 1위 업체 애프터페이를 290억달러(약 33조176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90억달러는 스퀘어가 지금까지 추진한 인수 거래액 가운데 가장 큰 액수다. 호주 M&A 사상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8월 한 달 동안에만 5000억달러(약 587조원) 규모의 M&A가 성사됐다. 이는 작년 8월(2890억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8월의 M&A 거래 규모도 2750억달러(약 322조8500억원)에 불과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사진 블룸버그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자문 수수료 쏟아지네” 투자은행도 덩달아 싱글벙글

글로벌 M&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투자은행·로펌 등 자문사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투자 자문 수수료를 두둑하게 챙긴 덕분이다.

FT에 따르면 올해 2분기 JP모건체이스 투자은행 부문의 수수료 수입은 36억달러(약 4조2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 골드만삭스도 투자 자문이 몰리면서 2분기에만 153억달러(약 18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넘어선 수치다.

주머니가 따뜻해진 골드만삭스는 자신도 덩치 불리기에 나섰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NNIP)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NNIP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운용사다.

인수 금액은 16억유로(약 2조2066억원)로 전해진다. 이는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2018년 취임한 이래 최대 규모의 M&A다.


남산에서 본 서울 시내. 사진 연합뉴스
남산에서 본 서울 시내.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2
韓 기업도 몸집 키운다…상반기 기업결합 30조원 돌파

M&A 활성화는 해외 기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9월 5일 공개한 ‘2021년 상반기 기업결합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정위가 심사한 기업결합 건수는 총 489건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21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 중 국내 기업이 주도한 기업결합은 422건(3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8조8000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60.4%(11조4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특히 대기업 집단의 기업결합이 작년 상반기 105건에서 올해 상반기 196건으로 87%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대기업 집단의 기업결합은 국내 전체 기업결합의 76.8%를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 공정위가 승인한 기업결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10조원)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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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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