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팀 쿡 애플 CEO,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 사진 블룸버그
왼쪽부터 팀 쿡 애플 CEO,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 사진 블룸버그

‘기술 거인과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재산 10조원 거물’ ‘언리얼의 아버지’.

애플에 소송까지 제기하며 맞선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에게 붙는 수식어들이다. 창업 30년 만에 기업 가치 287억달러(약 34조원)의 게임 업체를 키워냈다. 2017년 출시한 ‘포트나이트’ 이용자는 누적 3억5000만 명에 달하며, 최근 메타버스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세계 1위 넷플릭스가 “우리의 경쟁자는 포트나이트”라고 할 정도다. 93억5000만달러(9월 15일 기준·전 세계 272위)의 재산을 보유한 스위니는 지난해 8월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다툼의 시발점은 ‘인앱 결제’. 애플과 구글이 사용자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앱에서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애플이나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제했고, 대가로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갔다며 문제 삼은 것이다.

그렇다고 스위니가 처음부터 애플과 적으로 만난 건 아니다. 그에게 애플은 동반자였다. 1970년 미국 메릴랜드주 포토맥에서 삼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잔디 깎기, 라디오·TV 등을 분해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스위니는 11세 때부터 애플II 플러스 컴퓨터로 코딩을 배우고, 프로그래머를 꿈꿨다. “애플의 초기 시절이 컴퓨팅에 대한 내 삶과 관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대학 시절 부모님 집 지하실에서 에픽게임즈의 전신인 ‘포토맥 컴퓨터 시스템’을 세웠다. 초기에는 컴퓨터 분야 컨설팅을 할 계획이었지만, IBM PC 시장을 겨냥해 1991년 내놓은 게임에 인생이 달라졌다. 비디오 게임 ‘ZZT’에 이어 1992년 출시한 ‘질 오브 더 정글’이 대성공을 거두자, 메릴랜드대학 기계공학과를 중퇴하고 게임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이후 지하실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96년에는 3D 게임엔진인 ‘언리얼 엔진’을 개발했다. 언리얼 엔진은 2014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비디오 게임 엔진으로 등재됐다. 2006년 출시한 ‘기어스 오브 워’도 대성공했다.

에픽게임즈가 2017년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를 출시했을 때까지만 해도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포트나이트는 2018년 3월 애플 앱스토어에 입점했고, 스위니는 “애플의 협력이 포트나이트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애플도 에픽게임즈에 마케팅, 기술 등을 지원하고 24시간 응대 직원도 배치했다.

그러나 스위니가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수수료(30%)를 과도하게 많이 가져간다는 불만을 품으면서 평화는 깨졌다. 그는 2020년 6월 팀 쿡 애플 CEO에게 이메일을 보내 수수료 면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에픽게임즈는 두 달 뒤인 8월 포트나이트 이용자들에게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선전포고했고, 애플과 구글은 자사 스토어 정책을 위반했다며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했다.

에픽게임즈는 기다렸다는 듯 애플에 반독점법 위반 소송으로 맞섰다. MS,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등이 에픽게임즈를 지지한다고 나섰다. 스위니는 강경 발언을 이어 가고 있다. 그는 애플을 “독점 사업자”라고 비판했으며, 구글에 “썩은 영혼을 지녔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이 9월 10일(현지시각) 에픽게임즈의 애플 소송에 대해 판결을 내렸으나, 두 기업의 기(氣)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애플과 에픽게임즈 로고. 사진 블룸버그
애플과 에픽게임즈 로고.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美 법원 판결에
애플·에픽 모두 항소하나

“애플의 외부 결제 차단은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불법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억압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에픽게임즈가 애플의 인앱 결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 9월 10일(이하 현지시각) 애플에 90일 내로 외부 결제용 링크를 앱에 넣는 것을 허용하라고 지시하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그렇다고 애플의 완패는 아니다. 법원은 반독점 소송 10개 쟁점 중 9개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애플이 모바일 게임 거래 시장의 약 55%를 점유하고 있고 ‘기이하게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면서도 “성공이 불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가 독점이 아닌 반경쟁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개발자나 소비자의 승리가 아니다”라며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에픽게임즈뿐만 아니라 애플도 항소할 것으로 보여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8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됐다. 사진 연합뉴스
8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됐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2
세계 첫 ‘인앱 결제 강제’ 금지한 韓
팀 스위니 “나는 한국인”

“오늘은 전 세계 모든 개발자가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날.”

한국이 8월 31일 전 세계 최초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이날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유명 연설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를 패러디해 한국 찬양에 나섰다. 스위니는 지난해 애플의 인앱 결제를 저격할 때도 패러디 영상으로 주목받았다. 에픽게임즈는 이 영상에서 2020이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1984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에 동참해 달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애플의 1984년 매킨토시 컴퓨터 광고에서 “1984년이 왜 ‘1984(조지 오웰의 저서)’와 같지 않은지 (매킨토시 덕분에) 알게 될 것”이라고 한 자막을 빗댄 것이다. 독재자에게 저항하겠다고 나선 애플을 독재자라고 조롱한 것이다.

스위니는 “한국은 첫 오픈 플랫폼 국가로, 디지털 상거래 독점을 거부하고 오픈 플랫폼의 권리를 인정했다”며 “45년 컴퓨터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각종 규제 위험에 처한 빅테크 기업. 사진 블룸버그
각종 규제 위험에 처한 빅테크 기업.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3
美 의회도
‘인앱 결제 갑질 방지법’ 발의

애플은 미국에서 반쪽짜리 승리를 거뒀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 상원은 8월 11일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를 막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리처드 블루멘털 민주당 의원, 마샤 블랙번 공화당 의원, 상원 반독점 소위 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부처 상원의원 등 6명이 ‘공개 앱 장터 법안(The Open App Market Act)’ 공동 발의인에 이름을 올렸다. 연방 차원의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은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고 앱을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외 다른 곳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연간 인앱 결제 금액은 총 1109억달러(약 132조원)였다. 애플과 구글은 이 중 15~30%인 166억~333억달러(약 20조~40조원)를 수수료로 벌어들였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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