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화력발전소 냉각탑이 증기를 내뿜고 있다. 사진 AP연합
9월 27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화력발전소 냉각탑이 증기를 내뿜고 있다. 사진 AP연합

중국 본토 내 20개 이상의 지방에서 최근 전력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었고, 중국 정부는 공장 수천 곳의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차이신은 9월 27일(이하 현지시각) 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 등 중국 동북 3성이 최근 잇달아 정전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9월 24일에는 랴오닝성의 한 철강 가공업체 설비가 정전으로 멈추는 바람에 직원 23명이 유독가스에 노출됐다.

전력난은 중국인의 생명뿐 아니라 기업 매출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장쑤성·저장성·광둥성 등 중국 남동부 공업 벨트가 전력난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장쑤성의 한 섬유 공장은 9월 21일 지방 당국으로부터 정전 통보를 받았다. 중국 남동부 공업 벨트에는 애플·테슬라·포드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 공장이 수두룩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전력난이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저장성의 한 양초 생산 공장은 일주일 만에 주문량이 10배 급증했다. 부실한 전력 공급에 불안감을 느낀 중국인들이 양초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9월 26일 “중국의 진짜 위기는 헝다(파산 위기에 직면한 부동산 개발 업체)가 아니라 전력난”이라고 했다.

때아닌 정전 사태는 중국 정부가 제한 송전을 시행한 데 따른 결과다. 중국 전력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화력발전소들이 연초 대비 50% 치솟은 발전용 석탄 가격을 견디지 못해 가동을 멈춘 것이 제한 송전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석탄 가격에 불을 붙인 건 중국과 호주의 외교 갈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나라 관계는 지난해 4월 호주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와 확산 경로에 관한 독립적인 국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틀어졌다.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를 시작으로 보리·와인·철광석·석탄 등의 수입을 중단했다. 중국은 석탄 수입의 60%를 차지하던 호주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콜롬비아 등으로 수입 루트를 다변화했으나 호주의 빈자리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206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실현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선언이 화력발전을 위축했고, 이것이 전력난 가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중국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전 세계에 깨끗한 하늘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중앙 정부의 에너지 소비 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일부 지방정부는 산업 시설의 전력 사용 감축을 강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연구원이 반도체 칩을 살피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연구원이 반도체 칩을 살피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연결 포인트 1
“엎친 데 덮친 격”
글로벌 반도체 부족 심화 우려

중국 전력난 이슈는 안 그래도 어려운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에너지 소비 제한 정책의 영향권에 든 중국 남부와 동부 공업 벨트에는 대만 등의 반도체 기업 다수가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리뷰는 “중국의 산업용 전력 공급 제한 정책으로 반도체 공급사뿐 아니라 애플·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도 공장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사 ASE쿤산은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 공장 문을 닫았다. 이 회사가 있는 장쑤성 쿤산 시정부가 이 기간 단전을 통보해서다. 대만 회사인 CWTC도 장쑤성 쑤저우 공장 운영을 9월 26~30일 중단했다. CWTC는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온 등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다. 애플과 테슬라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폭스콘 계열사 이성정밀(ESON)과 애플 공급사인 대만 유니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대만 TTE 등도 정부 지침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멈췄다.


중국 장쑤성에 있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사진 SK하이닉스
중국 장쑤성에 있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사진 SK하이닉스

연결 포인트 2
포스코·오리온도 가동 중단
중국 진출 한국 기업 전전긍긍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산업계도 전력난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9월 17일부터 월말까지 중국 장쑤성 장자강에 있는 장가항포항불수강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장가항포항불수강은 연간 11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다. 오리온은 랴오닝성 성도 선양에 있는 생산 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

광둥성 광저우에 공장을 둔 LG디스플레이와 장쑤성 우시에 D램 공장을 운영 중인 SK하이닉스, 장쑤성에 각각 이차전지(배터리) 양극재 생산 공장과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지은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등도 전력 공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아직 강제 가동 중단 피해를 보진 않았으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단전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한국 기업은 중국 전력난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중국 산둥성에서 굴착기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일부 공정을 야간으로 옮길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베이징 중심 업무 지구. 사진 AFP연합
중국 베이징 중심 업무 지구.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3
“전력난 경제에 부정적”
中 성장 전망치 줄줄이 낮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헝다 사태에 전력난 악재까지 겹친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8.2%에서 7.7%로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증권은 “치솟는 석탄 가격과 정부의 엄격한 탄소 배출 목표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안정적 성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내다봤다. 이 증권사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루팅은 “제한 송전의 여파로 중국 경제는 3분기부터 위축될 수 있다”라며 “글로벌 시장도 영향받기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8%로 내렸다. 모건스탠리 역시 “단전에 따른 생산 감축이 지속할 경우 4분기에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을 1%포인트 낮출 수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 기관도 부정적인 관측에 동참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중국의 GDP 증가율이 3분기와 4분기에 예상보다 0.1~0.1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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