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기차 전략 ‘NEW AUTO’를 발표했다. 앞서 3월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 6곳을 유럽에 건설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제조사와 합작으로 연간 전기차 500만 대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투자액은 10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폴크스바겐
올해 7월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기차 전략 ‘NEW AUTO’를 발표했다. 앞서 3월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 6곳을 유럽에 건설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제조사와 합작으로 연간 전기차 500만 대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투자액은 10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폴크스바겐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해 엔진이 탑재된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할 방침을 밝히면서 전기차 시프트에 가속이 붙었다. 폴크스바겐이 2025년에 연간 150만 대, 2030년에 자사 신차의 50%(약 500만 대)를 전기차로 팔겠다고 선언하는 등,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개발·투자의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다. 그러나 매출·영업이익·연구개발비 모두 세계 1위인 폴크스바겐 같은 거대 기업이 미래 차를 전기차로 일원화한다는 것은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첫 번째 의문은 다른 선택지도 있는데 왜 굳이 전기차에만 집중하는가이다. 2035년 이후로도 수소연료전지차는 얼마든지 팔 수 있다. 수소를 엔진 내부에 분사해 폭발력으로 움직이는 수소엔진차,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CO2)를 채집해 만든 합성 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도 제약이 없다. 연료를 제조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전기차만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는가이다. 내연기관차는 성숙된 기술이라 추가 개발비가 덜 들어가고 마진 폭도 크다. 반면 전기차는 이제부터 수조원, 수십조원 단위 투자가 계속돼야 하며 투자비 회수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폴크스바겐 등이 전기차 일원화 계획을 세웠다. 테슬라 등 신흥 강자의 성공 요인을 깊이 연구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다.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1│복잡성 문제 해결

CO2를 줄이는 것만 따지면, 도요타 등이 주장하는 하이브리드카 역할론도 말이 된다. 도요타의 주장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카 3대를 보급하면 전기차 1대를 보급하는 것과 같은 CO2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은 이미 전체 발전량에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기 때문에 전기차 보급이 탄소 중립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전력 생산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에너지를 쓴다면, 에너지 생산에서 사용에 이르기까지 배출되는 탄소량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셈이 된다.

수소연료전지차도 마찬가지. 유럽은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 이를 저장해 둘 필요가 있다. 남은 전기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이른바 ‘그린 수소’를 대량으로 만들어 놓으면, 필요할 때 이를 전기로 바꿀 수 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해 그린 수소를 만들기 어려운 한·중·일 등에선 수소연료전지차의 환경 친화력이 떨어질 수 있다. 수소를 생산할 때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유럽에 비해 수소 경제를 통한 탄소 배출량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문이 생긴다. 이런 맥락이라면, 유럽이 수소차 보급에 가장 유리해 보이는데, 왜 유럽 승용차 회사들은 수소차 대신 전기차에 올인할까. 폴크스바겐·스텔란티스 등은 물론, 최근까지 수소차를 개발해 왔던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를 포기하고, 수소차 개발 부문을 다른 상용차 회사에 넘겼다. BMW가 최근 뮌헨모터쇼에 수소차를 내놓긴 했지만, 자체 개발이 아니라 도요타의 연료전지 모듈을 구입해 탑재한 수준으로, 대량생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승용차 회사들이 전기차에 올인하는 것은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미래 차량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하는 디바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잘 구현하려면 차량을 컴퓨터·전자제품화해야 하고, 나머지 구동에 관계된 부분은 구조가 단순할수록 좋다. 가장 단순한 구조의 차량이 전기차다.

하이브리드카는 ‘배터리·모터’와 ‘엔진·변속기’라는 두 개의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갖고 있다. 구조가 복잡하고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 플러그인은 하이브리드카의 복잡성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배터리 용량이 크기 때문에 전기차보다도 원가가 높을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기반에, 전기차 전체 원가에 필적할 만큼 비싼 연료전지 시스템을 또 얹은 것이다. 전기차보다 구조가 복잡할 뿐 아니라, 재료비 면에서 전기차만큼 싸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2│원가 인하의 여력

한 번 충전으로 400㎞ 정도를 가는 중형 전기차의 배터리 원가는 900만원 정도다. 전기차 전체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2025년쯤 되면 이 원가가 4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전기차 부품은 한 대당 2만 개로 이뤄진 내연기관차 부품 수의 절반이면 된다. 전기차 생산이 급증하면 관련 부품의 수평분업이 가속화하고 대부분 부품의 가격도 계속 떨어진다.

자동차 산업 분석 업체인 마크 라인즈에 따르면, 중형차 기준으로 휘발유 차량의 제조 원가는 1300만원 정도다. 반면 같은 크기의 전기차 원가는 2000만원 정도. 단순 계산해서 2025년이면 배터리 원가 인하분만 반영해도 전기차 원가가 1500만원이 된다. 다른 부품의 원가 인하분을 감안하면 휘발유 차량과 원가 차이가 사라진다.

문제는 휘발유 차량 원가는 가혹해지는 연비 규제에 대응하느라 계속 올라가고, 전기차 원가는 구조의 단순성, 공용화의 용이성, 규모의 경제 덕분에 계속 내려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휘발유 차량보다 원가가 100만~200만원 더 비싼 하이브리드카의 경우는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원가 경쟁력에서 전기차에 맞서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더하다. 태생적으로 전기차 원가에 맞서기 어렵다. 전기차 관련 제조 비용이 거의 다 들어가는데, 배터리만 전기차보다 작을 뿐이다. 거기에 연료전지 시스템이 더해지기 때문에, 아무리 비용 절감을 하더라도 전기차 원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차량의 대량 보급에 결정적인 장애 요인이다. 몇십만 대, 몇백만 대를 보급할 때는 원가가 전기차의 두 배인 수소연료전지차로는 감당이 어려워진다.


3│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수단

메르세데스-벤츠가 처음 만들어낸 CASE(커넥티드·자율주행·차량공유·전기차)라는 용어에서 네 개 단어의 연결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커넥티드·자율주행·차량공유와 ‘전기차’가 한 세트다. 커넥티드·자율주행·차량공유는 모빌리티 서비스로 돈을 벌기 위한 핵심 기술인데, 이를 위해선 전기차라는 디바이스가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엔진 자동차의 경우 차량의 중앙 컴퓨터가 모든 기능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전기차보다 쉽지 않다. 하이브리드카 역시 엔진 중심이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에 완전한 스마트카, 완전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으로 발전하는 데 기술적 제약이 생긴다.

또 자율주행 기술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차량에 탑재된 고성능 컴퓨터가 고속 연산을 반복해야 하는데, 여기에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 등은 이런 수준의 전기에너지를 담은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지 않다.

폴크스바겐에 따르면, 2030년 유럽의 MaaS(Mobility as a Service) 시장은 700억달러(약 84조4000억원)로 추산된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벌려면 차량 구조가 단순해야 하고, 차량 원가는 점점 낮아져야 하고, 스마트폰처럼 모든 것을 중앙에서 통제하고, 차량의 모든 동작·기능을 전기·전자적으로 쉽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바로 전기차인 것이다.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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