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에 있는 석유 시추 현장. 사진 AP연합
미국 텍사스에 있는 석유 시추 현장. 사진 AP연합
최용민 WTCS 대표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지부장·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최용민 WTCS 대표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지부장·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국제유가는 경제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경기가 좋으면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뛰어오르고 반대면 소비는 하강 곡선을 그린다. 경제적인 요소 외에도 중동 사태와 같은 국제정세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요소도 가격을 좌우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2019년 말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글로벌 경제에서 코로나19의 전면적인 등장은 2020년 3월 말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 무렵 코로나19로 인한 극단적인 경기침체가 예견되면서 국제유가가 급전직하로 내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3월 5일까지 배럴당 50달러(약 5만9700원) 선을 지지했으나 나흘 만에 32.9달러를 기록하면서 40% 정도 폭락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글로벌 주식시장도 동반 하락을 경험했고, 특히 유럽에선 하루 만에 9%가 급락하기도 했다. 당시에 제2의 블랙먼데이(증시 대폭락)라는 별칭이 붙었다.

2019년 말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약 8만3500원)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30달러(약 3만5800원) 선은 유가가 바닥을 친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그러나 바닥 밑에 지하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지난해 4월에는 두바이유 가격이 10달러(약 1만1900원)대로 추락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내 대표적인 유가지표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하루 만에 배럴당 17달러에서 13달러대로 22%나 폭락하기도 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코로나19 터널은 국제유가를 기준으로는 터널 끝에 와 있다는 데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다. 올해 10월 6일에 두바이유 가격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80달러대로 올라서면서 경기침체를 넘어 경기회복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브렌트유도 최근 85달러를 돌파해 3년 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970년대 에너지 위기를 떠올린다.


80달러 넘으면 글로벌 경제회복에 부담

국제유가 흐름에서 80달러(약 9만5500원)는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받아들여진다. 국제유가가 80달러선에 육박하면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국제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이에 따라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튀어 오르면서 긍정적인 수치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는 심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80달러 돌파는 미래를 더욱 밝게 하는 디딤돌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80달러 돌파는 적어도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에서 글로벌 경제가 확실하게 탈출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가격 결정 매커니즘을 감안하면 국제유가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수요감소라는 요인에 의해 빨간 불이 들어왔다면, 이제는 오히려 공급부족이라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1년 6개월 만에 10달러대에서 80달러대로 점프한 것이다. 지난해 4월에 국제유가 선물 가격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감소와 저장시설 부족으로 인해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유가의 80달러 돌파는 또 다른 고민의 시작을 의미한다. 경기회복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주지만 80달러 돌파는 물가상승과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솟아나게 하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유가가 10달러 상승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약 2%포인트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80달러 돌파로 ‘고유가’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는 것이 일상화되고 이는 모든 기업의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력 둔화에 노출된다. 특히 최근 유가 급등이 투기가 아니라 수요증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면서 확실한 추세로 인식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도 유가는 비슷한 구도로 다가온다. 80달러를 밑돌던 시기에 유가 상승은 제품 원가에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플러스 추세가 반영돼 수출에 긍정적이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0%를 약간 밑도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류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출 단가가 올라가 채산성 개선에 크게 기여한다. 석유 관련 설비 투자와 산유국의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건설과 철강 제품 수출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선박 발주 증가도 유가 상승에 따른 낙수효과(유가 상승→운송 수요 증가→선박 발주 증대)로 거론된다. 더불어 자동차, 가전, 섬유류, 기계 등도 산유국 경기회복에 대한 수혜 품목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80달러를 넘어서면 마이너스(-) 효과가 수출전선에 얼굴을 내민다. 제품 생산에 대한 원가 압력이 높아지기 시작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여타 원자재 가격이 덩달아 뛰어오른다. 유가가 글로벌 경제 성장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여타 소비재에 대한 수요도 감소하기 시작해 수출전선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가 80달러대다.


‘유가 100달러 시대’ 전망도 나와

수급 상황에 따라 조만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100달러(약 11만9400원) 선에 도달해 에너지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과 함께 원유와 대체 관계인 천연가스 가격이 7년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량이 감소세를 보인 데다 천연가스 비축량도 5년 평균치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겨울 기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에너지 소비증가로 가격 급등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국제유가 3년 내 최고치 △천연가스 10월 선물 가격 7년 만의 최고치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BCSI) 10년 내 최고치 △유엔(UN) 식량가격지수 전년 대비 33%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에너지 위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가 상승은 국가별·산업별로 영향이 달라 새로운 정치·경제적 부침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가격 상승은 산유국인 러시아에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고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도 콧노래를 부를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별로는 최근 코로나19 회복세에 큰 혜택을 보고 있는 항공과 해운에 짙은 그림자를 던질 것으로 우려된다. 해운 회사의 운영비 중 연료비 비중이 50∼60%에 달하고 항공 산업은 25∼40%로, 채산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위기 국면이 장기간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가 2050년 탄소배출 제로(Net Zero)에 도달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가솔린 차량이 전기차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징표다. 더불어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조만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가 55달러(약 6만5600원)를 돌파하면 셰일오일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크게 개선되고 그 수준이 60달러(약 7만1600원)를 돌파하면 생산 증대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가 개시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도 에너지 위기론을 약화시킨다.

결론적으로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를 넘어 경기과열 초기 국면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용민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