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에 큰 흥미를 갖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공유차와 전기차 확산 등 많은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에 7억달러(약 8280억원)를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9년 5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전 직원 회동에서 한 말이다. 아마존과 리비안의 인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조스는 2018년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리비안 연구실을 직접 방문했다. 알제이 스카린지(RJ Scaringe) 리비안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베이조스는 당시 리비안에서 개발 중이던 전기차 기술과 시제품 성능 등을 확인했고, 이듬해인 2019년 2월 리비안에 7억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아마존은 배달용으로 활용할 리비안의 전기 승합차(밴) 10만 대를 사전 주문했다. 해당 물량은 2025년까지 아마존에 양도될 예정이다.

미국 전기차 제조 업체 리비안이 ‘아마존 전기차’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배경이다. 이 회사는 11월 10일(이하 현지시각) 미 나스닥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공모가는 주당 78달러(약 9만2500원). 애초 리비안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주당 57~62달러였지만, 많은 관심에 힘입어 11월 5일 72~74달러로 높였고, 최종 공모가는 목표 최상단마저 넘어섰다. 상장 첫날 리비안 주가는 공모가보다 29.14% 오른 100.73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19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 총액이 1000억달러를 넘기도 했다. 종가 기준 시가 총액은 986억달러(약 116조원)로, 테슬라(1조72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제너럴모터스(GM·860억달러), 포드(773억달러)를 제쳤고, 독일 다임러(1090억달러)에 근접했다. 같은 날 기준 현대차 시총(44조원)의 두 배가 넘는다.

리비안은 올해 말까지 세 가지 차량 모델을 출시한다. 가장 먼저 지난 9월 일리노이주 노멀 공장에서 자체 개발·생산한 전기 픽업트럭 ‘R1T’를 출고했다. 전 세계 최초로 전기 픽업트럭을 상용화한 것이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R1S’도 개발을 완료해 양산에 돌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미국과 캐나다에서 R1T와 R1S 예약 주문량은 5만540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리비안은 R1T 180대를 생산해 156대를 고객에게 인도했고, 연말까지 R1T 1200대와 R1S 25대를 생산해 1000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이 밖에 리비안은 전기 밴도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 엔지니어 스카린지 CEO(이하 스카린지)가 2009년 설립했다. 1983년 플로리다주에서 태어난 스카린지는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학창 시절 이웃의 차고에서 포르셰 365 모델 개조를 도우며 자신의 자동차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이후 스카린지는 미국 명문 사립대인 렌셀러폴리테크닉대를 거쳐 MIT 슬론자동차연구소로 진학해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생긴 스카린지는 친환경 전기차 개발을 목표로 2009년 ‘메인스트림 모터스’를 세웠다. 그는 창업 초기 전기 스포츠카 개발에 열중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2008년 테슬라가 내놓은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Roadster)가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결국 스카린지는 창업 2년 만인 2011년 전기 픽업트럭과 SUV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에서 픽업트럭과 SUV의 수요가 많은 점에 주목한 것이다. 세계 시장조사 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750만 대 규모의 미국 신차 시장에서 SUV와 픽업트럭이 60%(1126만 대) 이상을 차지했다. 이때 사명도 리비안으로 바꿨다.

리비안은 2017년 일본 미쓰비시의 미국 일리노이 공장을 인수, 본격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존재감이 드러난 건 베이조스가 연구실을 방문하면서다. 리비안은 베이조스의 방문 직후 열린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서 자체 개발한 전기 SUV R1S와 전기 픽업트럭 R1T를 선보였다. 이후 아마존·포드, 자산운용사 블랙록·소로스펀드 등 굵직한 회사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현재 아마존과 포드는 각각 리비안 지분 약 20%, 12%를 보유했다. 리비안은 총 105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비안의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시선도 있다. 리비안은 아직 적자 회사다. 2020년 리비안의 순손실은 10억2000만달러(약 1조2071억원)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9억9400만달러(약 1조176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또 리비안은 완성차 대량 생산 경험이 없고,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의 공급난 위기에 대처할 능력도 검증되지 않았다. 전기차 시장 경쟁력도 우려 요소다. 리비안의 강점은 ‘전기 픽업트럭 첫 상용화 업체’라는 타이틀이다. 그러나 테슬라·포드·GM 등 쟁쟁한 기존 업체들이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앞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10월 7일(현지시각) 트위터에서 리비안의 배달용 전기 밴을 언급했다. 사진 베이조스 트위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10월 7일(현지시각) 트위터에서 리비안의 배달용 전기 밴을 언급했다. 사진 베이조스 트위터

연결 포인트 1
리비안 가치 끌어올린 아마존,
‘양날의 검’ 될 수도

리비안이 고평가를 받은 데는 아마존의 역할이 컸다. 전 세계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물류 인프라에 활용된다는 점 때문이다. 리비안은 최근 또 아마존에 의해 주목받았다. 베이조스가 지난 7월 첫 우주 관광을 위해 미 텍사스주의  자체 우주 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 전용 발사대로 이동하며 리비안의 전기 SUV R1S를 타 화제가 됐다.

그러나 아마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이 되레 리비안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리비안은 최근 공개한 투자 설명서에서 “초기 수익 상당 부분이 주요 주주(아마존)로부터 나올 것이며,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없거나 (아마존이) 예상보다 차량을 적게 구매하면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투자자 오도 혐의로 기소된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7월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투자자 오도 혐의로 기소된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7월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2
‘제2 테슬라’라던 니콜라,
사기 의혹에 1500억원 벌금 폭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월 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국 수소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Nikola)에 벌금 1억2500만달러(약 1500억원)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니콜라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 전 최고경영자(CEO)의 사기 의혹 및 부당이익 취득 혐의와 관련한 것이다.

밀턴은 2015년 니콜라를 창업하며 수소전기차 계획을 밝혀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았다. 그는 2016년 첫 번째 수소전기 트럭 ‘니콜라 원(Nikola One)’을 공개하며 “제대로 작동하는 완성차”라고 홍보했다. 니콜라는 지난해 6월 나스닥에 상장했고, 당시 불과 며칠 만에 주가가 시초가의 두 배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공매도 투자펀드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 기술은 사기”라고 폭로해 논란이 일었다. 밀턴은 결국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그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고, SEC도 민사소송을 걸었다. 벌금 규모는 SEC위원회 승인 후 최종 확정되며, 니콜라는 이를 밀턴에게 청구할 계획이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