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올해 세계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19일(현지시각)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4.4%)보다 0.8%포인트 하락한 3.6%로 하향 조정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작년 5.7%에서 올해 3.7%로, 유로존은 작년 5.3%에서 올해 2.8%로 성장이 2%포인트 이상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도 작년 8.1% 성장에 이어 올해 성장률은 4.4%로, 성장세가 크게 꺾일 것이라고 IMF는 내다봤다. 1월에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앞서 4월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중국 경제 성장률은 4.8%였다. IMF가 예상한 것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지만, 상하이 봉쇄 여파가 잡히지 않은 지표여서 중국 정부의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 5.5%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는 내우외환이 겹친 탓이다. 우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통제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제로(zero) 코로나’ 정책 탓을 들 수 있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을 대비해 중국은 봉쇄와 이동 금지를 중심으로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쳤다. 이 때문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 외식업·숙박업이다. 소매업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 판매 증가율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영향으로 지난 3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5%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이후(-7.5%) 23개월 만의 최저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 하방 압력이 전례 없이 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가 외부적인 영향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2010년대 들어 계속 둔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은 7%에 턱걸이했지만, 이후 6.8%

(2018년), 6.1%(2019년)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엔 2.2%로 확연한 둔화세를 보였다가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2021년엔 8.1%로 반등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0~2021년 평균 성장률은 5.1%였다. 그런데 현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올해는 5%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GDP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에는 당국이 부동산 업체에 거액을 빌려주고 개발 사업을 벌이게 해서 경기를 끌어올렸지만, 작년 중국 2위 부동산 업체 헝다(恒大)가 192억달러(약 24조원)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악화된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도 ‘세계의 공장’ 중국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IT 기업에 강한 규제를 가하고, 사교육을 줄이겠다며 칼을 뽑아 든 것도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중국 경제의 ‘바오류(保六·6% 성장률 유지)’가 무너진 데 이어 ‘바오우(保五·5% 성장률 유지)’까지 위태로워지면서 중국 정부는 5%대 성장률 달성을 위해 총력전을 벌일 태세다. 올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10년 임기’ 관례를 깨고 당 총서기를 3연임할 예정인 시진핑 주석은 5% 성장률을 달성해 장기 집권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작년 연말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 인하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적어도 네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공간이 좁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올라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뛰어 중국 내수는 타격을 입게 된다. 해외 자본의 탈(脫)중국 러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는 전 세계 경제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다. CNN비즈니스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세계 경제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은 중국의 대도시 봉쇄 상태를 가리켜 “전쟁과 연준의 금리에 집중한 탓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시카고의 한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시민. 사진 로이터연합
미국 시카고의 한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시민. 사진 로이터연합

연결 포인트 1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협

세계 경제가 올해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위험이 올해 세계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면서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글로벌 경제 회복 추적(TIGER)지수’를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6월 27.77에 달했던 TIGER지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올해 1월에 이미 10.78로 60% 이상 하락했다. TIGER지수는 금융시장과 투자자 신뢰도, 실물경제 지수 등을 세계 경제와 각 국가의 장기 평균치와 비교해 산출된다.

FT는 “지난해 말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모두 성장 모멘텀이 사라지고 있고, 경기 심리와 금융시장 상황 역시 고점을 찍은 뒤 하락 중”이라고 분석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FT에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지속적인 공급 중단,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정책적 개선 여지가 제한돼 있다”고 우려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 로이터연합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 로이터연합

연결 포인트 2
금리 인상 압박받는 연준의 딜레마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 성장 둔화를 경고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은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5% 급등했다. 물가 상승률이 최근 40년 이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준은 급격한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성향 인물)’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한 강력한 긴축이 경기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0년간 연준의 금리 정책 역사를 돌이켜 보면, 연준이 (지금 하려는 것처럼) 물가 상승률을 약 4%포인트나 낮추면서도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유명했던 폴 볼커 전 의장 재임 시절 연준이 ‘오일 쇼크’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 가까이 인상했다가 실업률이 두 자리대로 급등하며 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던 사실을 지적했다.

오윤희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