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츠노 이사무 몽벨 회장. 사진 몽벨
타츠노 이사무 몽벨 회장. 사진 몽벨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현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 강사, 전 한국경제신문 온라인총괄 부국장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현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 강사, 전 한국경제신문 온라인총괄 부국장

일본 아웃도어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등산, 캠핑 등 야외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날리려고 하는 인구가 늘고 있는 덕분이다. 아웃도어 업체 몽벨(mont-bell)은 산악인 사이에서 충성도가 매우 높다. 몽벨을 유럽 아웃도어 브랜드로 알고 있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몽벨은 프랑스어 ‘산(mont)’과 ‘아름다움(bell)’의 합성어로 ‘아름다운 산’을 뜻한다. 오는 2025년 창업 50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가성비, 톡톡 튀는 판촉 전략, 독특한 회원제로 강력한 ‘브랜드’ 구축에 성공했다. 타츠노 이사무(辰野勇·75) 몽벨 회장은 산악인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한 성공한 경영인이다. 

몽벨 일본 매장. 사진 블룸버그
몽벨 일본 매장. 사진 블룸버그

1975년 창업 후 품질로 승부수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일본 내수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그런데 등산, 캠핑 등 아웃도어용품은 잘 팔린다. 젊은층의 아웃도어용품 소비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 이용자 증가도 아웃도어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마케팅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아웃도어 시장은 최근 10년 새 50% 정도 커졌다. 2020년 기준 2053억엔(약 2조원)에 달했다. 

몽벨은 1975년 창업 이후 버블(거품) 경제 붕괴와 장기 침체 등 불황 파고를 넘어왔다. 타츠노 회장은 기존 업계의 트렌드를 추종하지 않고, 고품질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순위에서 몽벨은 2위를 달린다. 마케팅 전문기관 클로즈 마케팅(2022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이 선호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의류 부문 순위는 1위 노스페이스(42%), 2위 몽벨(33%), 3위 파타고니아(30%)였다. 아웃도어용품 부문에선 콜맨(31%), 몽벨(23%), 스노피크(21%)순이었다. 

몽벨은 2022년 5월 현재, 일본 내에 12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스위스와 미국에도 2개씩의 해외 직영점을 두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9년 매출은 840억엔(약 84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1000억엔(약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몽벨은 비상장 회사로, 최근 연간 매출과 순익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겁쟁이 경영’ 출발점은 ‘산의 미학(美學)’

1947년생 타츠노 회장은 ‘일본식 경영’을 고수한다. ‘겁쟁이 경영자’로 불릴 만큼 재무적 안정성을 우선한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 코로나19 시대에 안정적인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안전’을 중시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어온 위험한 산행 경험 때문이다. 타츠노 회장은 소년 시절 하인리히 하러의 아이거 북벽 등정기 ‘하얀 거미’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등산에 빠져든 그는 1969년에 아이거 북벽 등정에 성공한 두 번째 일본인이 됐다. 세계 최연소 기록이다. 일본 최초 ‘클라이밍(등산) 스쿨’을 1970년에 열었다. 스포츠 마니아인 그는 등산 외에 카누와 카약에도 심취해 국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다. 산악인이던 타츠노는 28세가 되던 1975년 생일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등산 도구와 아웃도어용품 개발을 목표로 몽벨을 창업했다.

타츠노 회장은 ‘산의 미학(美學)’을 기업 경영에 접목한 걸로 유명하다. 그는 “겁 많은 산악인이 경영에 적합하다”고 자주 강조한다. 그는 “산에서는 한순간의 방심과 결단이 생사를 가른다. 등산 경험을 바탕으로 항상 최악을 상정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리스크 관리를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창업 이후 ‘겁쟁이 경영’을 실천하는 이유다.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는 최소로 억제하고, 이익은 최대로 축적하고 있다. 그는 “눈앞의 매출에 사로잡히지 않고, 저축을 늘려 비즈니스 수명을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19 위기가 몇 년 더 이어져도 우리 회사는 헤쳐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런 겁쟁이 경영의 결과 몽벨의 자기 자본비율은 80%를 넘는다.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나 대표적인 우량 기업 캐논보다도 재무 안정성은 우수하다. 회사 내부 유보를 많이 하고, 신규 사업에 소극적인 ‘일본식 경영’에 대한 국내외 일부 투자자의 비판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풍부한 자본 회사의 큰 강점이 되고 있다. 

타츠노 회장의 사업 목표는 ‘사람들의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유지하고, 쾌적한 활동을 보장해주는 아웃도어 명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상품 개발에서 두 가지 모노즈쿠리(제조) 원칙을 항상 강조한다. 첫째, 자신이 가지고 싶어 하는 제품을 만든다. 둘째, 좋아하는 것을 상품화한다. 등산용품의 경우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는 19세에 겨울철 등산을 할 때 품질이 나쁜 아크릴 장갑을 끼고 갔다가 동상에 걸려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그 당시 안전하고 쾌적한 등산용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몽벨 홈페이지에는 타츠노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회사의 7대 미션이 실려 있다. △자연환경 보전 의식 향상 △야외 활동을 통해 어린이가 평생 살아가는 힘 양성 △건강 수명 증진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력 육성 △에코 투어리즘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1차 산업(농림수산업) 지원 △고령화와 장애인의 장벽 제거다. 


유료 몽벨클럽 회원, 100만 명 돌파 

아웃도어 애호가들은 몽벨 제품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양심적인 가격을 꼽는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모토도 ‘좋은 것을 만들어, 싸고 친절하게 파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쓸 수 있는 고품질 제품이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젊은 학생들도 살 수 있는 ‘브랜드’ 공급이 타츠노 회장이 추구하는 목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 제품은 직영점을 통해서만 판매한다. 타츠노 회장은 “고품질 제품을 소비자에게 최대한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며 “결과적으로 가성비 좋은 고품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몽벨의 독특한 고객 관리 방식도 성공 요인이다. 연회비 1500엔(약 1만5000원)인 몽벨 포인트 카드 ‘몽벨클럽’ 회원은 100만 명을 돌파했다. 많은 고객이 돈을 내고 가입하는 이유는 다양한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구매할 때 주는 포인트뿐만 아니라 회보지 ‘OUTWARD’ 배달, 전국 제휴 시설 우대 서비스, 회원 한정 행사, 타츠노 회장과 등산 투어 등의 특전을 제공한다. 연 4회 발행하는 ‘OUTWARD’는 세계에서 가장 발행 부수가 많은 아웃도어 정보지다. 제품이나 행사 관련 정보 외에 저명인사와 지역 소식, 환경과 교육 문제까지 다룬다. 고객과 직원의 소통 역할을 맡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철저한 애프터서비스(AS)도 회사의 경쟁력이다. 고장이 났거나 망가진 몽벨 상품을 매장으로 가져가면, 저렴한 가격에 바로 수선해 준다. 대고객 서비스의 밑바닥에는 ‘3R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타츠노 회장은 창업 이후 늘 보수(Repair),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 제품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는 지까지 책임감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기업은 지구 환경 보호에 기여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인식에서다. 

타츠노 회장은 세 개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 중이다. 첫째, 상품력이다. 고객들이 ‘구입을 잘했다’ ‘도움이 됐다’고 하는 제품을 계속 만들면,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는다. 둘째, 사회에서 회사의 존재 의의다. 제품 판매 외에 사회에 필요한 회사가 돼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3R’을 중시한다. 눈앞의 고객 확대를 위한 무료 회원 확대에 매달리지 않는다. 대신, 고객과 긴 소통이 가능한 유료 회원제도를 고집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이익’을 내는 것이다. 사회 공헌도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이익이 없으면 기업이 존속할 수 없다.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유지한다면, 30년 뒤에도 몽벨이 사랑받는 ‘브랜드’로 건재할 것이라고 타츠노 회장은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