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로이터연합
사진1. 로이터연합
사진2. 로이터연합
사진2. 로이터연합
사진3. AP연합
사진3. AP연합

환호가 비명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10시 15분쯤 시카고 교외 하이랜드파크시(市) 거리에선 독립기념일을 맞아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었다. 분위기가 고조되던 중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던 인파 사이로 갑자기 총성이 울려퍼졌다. 군중 속에서 누군가 “총이다!”라고 외쳤고, 퍼레이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행사장에 있던 수백여 명이 긴급히 대피하는 동안에도 총알은 30여 차례나 발사됐다.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약 10여 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날 총기 난사로 최소 7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폐허가 된 사건 현장엔 사람들이 피신하며 짓밟고 간 성조기만 덩그러니 남았다(사진1).

CBS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용의자는 사건 발생 7시간 뒤 경찰에 붙잡혔다. 용의자로 지목된 로버트 크리모 3세(22)는 행사장 인근 옥상에서 총을 난사한 뒤 범행에 사용한 소총을 현장에 버린 채 차량으로 도주하다 추격전 끝에 경찰에 제압됐다. CNN은 “크리모가 신분을 숨기기 위해 여장을 하고서 범행 현장을 빠져나왔고, 범행 후 탈출할 동선까지 미리 알아보는 등 치밀하게 계획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범인은 평소 폭력과 대량 살상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5월 24일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 19명 등 21명이 살해된 지 41일 만에 또다시 대형 총기 참극이 발생하자, 미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사건 당일 백악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한 뒤 “독립기념일에 미국 사회에 또다시 큰 슬픔을 안긴 무의미한 총기 폭력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총기 폭력 확산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사진2).

미 총기 사건 추적 전문 사이트 ‘총기 폭력(Gun Vio-lence)’ 아카이브에 따르면, 7월 4일까지 올해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은 306건에 이른다. 미국 내에선 총기 규제 찬성 여론과 함께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도 잇따르고 있다. 총기 사건 전날 결혼한 한 신혼 부부는 사건 다음 날인 7월 5일 희생자들 추모를 위해 마련한 공간을 찾아 결혼식 때 받은 부케를 바쳤다(사진3).

오윤희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