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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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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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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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사진2)이 7월 13일(이하 현지시각) 대규모 시위대를 피해 군용기를 타고 스리랑카를 떠났다. 대통령은 7월 9일 저녁 국회의장의 성명문을 통해 “나흘 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명을 발표한 날 시위대를 피해 대통령 관저에서 긴급 대피했던 대통령은 수차례의 해외 도피 시도 끝에 결국 그 뜻을 이뤘다.

라자팍사 대통령이 도주한 건 스리랑카 국민이 경제 위기에 분노해 대규모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사진3). 이들은 경제난으로 생필품과 필수 의약품조차 수입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이 두고 떠난 관저는 스리랑카 국민이 차지했다(사진1). 이들은 체육관에서 운동 기구를 이용하거나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대통령 축출을 기뻐했다. 대통령 권한을 이행받은 라닐 위크레마싱헤 총리의 관저에도 몰려들어 소파에 드러눕거나 정원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일각에서는 최고 권력층 공백에 스리랑카와 국제통화기금(IMF) 간 협상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리랑카의 외채는 총 510억달러(약 67조원)인데 스리랑카 정부는 4월 12일 “IMF와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상태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정권이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기에 더 적절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라자팍사 가문은 마힌다 라자팍사(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형)가 총리가 된 2004년부터 족벌정치를 시작해 스리랑카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 이들은 가문 터전 근처에 사업성 없는 공항, 항만을 만들어 외채를 늘리는 한편, 경제를 일으키겠다며 세율을 인하해 정부 세입을 크게 줄였다. 여기에 더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 의한 관광 산업 타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연료난, 식량난이 맞물려 스리랑카 경제는 혼돈에 빠진 상황이다. 카필 코미레디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7월 11일 라자팍사 가문을 “스리랑카에 재앙을 부른 무모한 가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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