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월 11일(현지시각)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월 11일(현지시각)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월 11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미국 민주당의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primary·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샌더스는 미 언론의 승리 예상 보도 직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이번 승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끝내기 위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CNN 등에 따르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의 개표가 95% 진행된 결과, 샌더스가 26%의 득표율을 얻으며 1위를 달렸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24.4%,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19.7%를 얻으며 그 뒤를 쫓았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9.3%로 4위, 조 바이든(8.4%) 전 부통령은 5위에 그쳤다.

2월 3일 치러진 아이오와주 코커스(Caucus·당원대회)에서는 부티지지가 0.1% 포인트 차이로 샌더스를 눌렀다. 부티지지는 첫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한 만큼 두 번째 경선에서도 승기를 이어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이로써 샌더스와 부티지지의 대결은 1 대 1 무승부가 됐다.

뉴햄프셔주는 샌더스의 ‘정치적 텃밭’인 버몬트주와 맞닿아 있다. 샌더스는 2016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당시 60.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힐러리 클린턴(37.95%) 후보를 22.4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티지지가 1.6%포인트 차이로 샌더스를 추격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만,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는 민주당 당원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샌더스의 대중적 인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부티지지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면서 민주당 최대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한때 가장 유력한 후보로 관심을 모았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8.4%의 지지율을 모으는 데 그치며 5위로 추락했다. 바이든은 민주당 경선이 실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 1위를 달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바이든은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4위에 그친 데 이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5위로 떨어지며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이대로라면 득표율 15%에 못 미치는 바이든은 대의원을 아예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민주당 경선의 향배는 부동층의 표심에 달렸다. 퀴니피액대가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56%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라고 답했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직전에도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라고 답한 부동층이 40% 이상이었다.


연결 포인트 1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란

미국에선 대선에 출마할 각 당의 후보를 코커스(caucus·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primary·예비선거)를 통해 뽑는다.

코커스는 각 정당이 주관하는 모임으로 당원으로 등록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다. 당원들은 정해진 장소에 모여 토론을 거친 뒤 마음에 드는 후보 이름이 적힌 팻말에 줄을 서거나 손을 들어 지지를 표한다. 미국 전역에서 가장 먼저 경선이 치러지는 아이오와주 외에 네바다·노스다코타·와이오밍이 코커스 방식을 따른다.

프라이머리는 주 정부가 주관하는 선거다. 정해진 날짜에 당원과 당원 아닌 일반 유권자가 투표해 승자를 뽑는다. 프라이머리는 유권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프라이머리, 다른 당 당적을 보유한 유권자는 참여할 수 없는 준개방형 프라이머리, 등록 유권자만 참여할 수 있는 폐쇄형 프라이머리로 나뉜다. 민주당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46개 주가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다.

코커스, 프라이머리를 통한 주 경선이 끝나면 후보들은 대의원을 배분받는다. 민주당은 득표율에 비례해 대의원을 배분한다. 공화당은 주에 따라 비례 배분하거나 승자독식을 한다. 대선 후보 확정은 전당대회에서 한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7월 13~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다. 공화당은 8월 24~2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할 예정이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사진 블룸버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2
이변 일으킨 30대 부티지지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는 부티지지가 첫 번째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눌렀기 때문이다.

부티지지는 지중해 몰타섬 출신 아버지와 미국 인디애나 토박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는 로즈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해군 장교로 아프가니스탄전에 참전한 퇴역 군인이다.

정치 이력은 인구 10만 명인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전부다. 나이는 38세로 70대인 샌더스(78), 바이든(77), 워런(70) 등 민주당 대선 주자 중에서 제일 젊다. 흑인층의 지지가 약한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성 소수자이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부티지지의 핵심 지지층은 중도 성향의 고학력 백인이다. 아이오와주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백인 비율이 90%에 달하는 지역 특색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71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 등장한 K-9 탱크. 사진 블룸버그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71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 등장한 K-9 탱크.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3
민주당 후보 “미군 철수 반대”

민주당 대선 주자 전원은 주한 미군 철수에 반대한다.

2월 1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주자 10명은 ‘한반도 내 미군 철수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모두 ‘아니오(No)’라고 답했다. 이는 NYT가 대북 정책을 포함한 외교 정책 설문에 답변한 결과 중 일부다.

대북 선제 공격 검토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샌더스, 부티지지, 바이든 등 6명의 후보가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핵과 제재 완화에 대해선 다소 이견을 보였다. 부티지지는 “핵·미사일 동결의 대가로 일부 제재 완화를 지지한다”라고 했고, 바이든은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는 방식의 외교 관계를 유지할지에 대해선 대선 주자별로 차이를 보였다. 바이든은 ‘아니오’라고 답했고, 샌더스는 ‘예(Yes)’라고 답했다. 부티지지는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