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 뚝심 경영으로 지존 등극

4월3일, 쓰촨(四川) 성 이빈(宜賓) 시 우량예(五粮液)그룹 본사에서 열린 2009년 주주총회. 탕차오(唐橋) 우량예그룹 지주회사 회장에 이어 연설에 나선 왕궈춘(王國春) 우량예 회장은 느닷없이 중국 백주(白酒)업계의 라이벌인 마오타이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마오타이가 어제 오늘에 나온 술도 아닌데, 갑자기 무슨 교수라는 사람이 나와서 마오타이가 간을 보호해준다고 합니다. 정말 의심스럽죠. 마오타이가 건강에 좋고 간암을 예방한다고 광고하는데, 아무 근거도 없습니다.” 왕 회장은 이어 “마오타이는 술이 아니라 꼭 건강보조식품 같다”며 “대부분의 건강보조식품은 처음에는 말만 번지르르하다가 나중에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고 비꼬았다.

왕 회장이 비난한 마오타이의 광고는 그의 말대로 ‘어제 오늘에 나온’ 광고가 아니다. 마오타이그룹은 2004년부터 마오타이가 간에 좋다는 광고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그런 사정을 잘 아는 왕 회장이 느닷없이 5년 전에 시작한 광고에 대해 트집을 잡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오타이는 우량예와 함께 수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 백주의 명가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우량예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당시 마오타이의 매출은 우량예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 마오타이는 매출액과 순이익 등 모든 경영 지표에서 우량예를 훌쩍 넘어 중국 백주업계의 1위로 도약했다.

마오타이의 경영 지표를 보면 실로 놀라울 정도이다. 지난해 82억4000만위안(한화 약 1조6000억원)의 매출에 38억위안(약 74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익률이 46.1%에 달한다. 반면 우량예는 79억3300만위안(약 1조5400억원)을 팔아 18억1000만위안(약 3500억원)을 남기는 데 그쳤다. 이익률이 마오타이의 반에도 못 미쳤다.

마오타이와 우량예는 중국 백주업계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지만 기업의 철학과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 전혀 판이한 기업이다. 마오쩌뚱과 덩샤오핑 등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즐겨 마셨던 마오타이는 정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백주 브랜드다. 1972년 미·중 관계 정상화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닉슨 대통령이 당시 마오쩌뚱 주석과 건배한 술도 바로 마오타이였다. 반면 우량예는 비즈니스 백주의 이미지가 강하다. 630년의 오랜 양조 전통을 자랑하는 우량예이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것은 중국에 시장경제가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다. 우량예는 특유의 고가 정책으로 성공한 부유층과 비즈니스맨이 즐겨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두 명주는 백주의 종류에서도 다르다. 약간 떫은맛이 나는 마오타이는 장향(醬香: 간장 냄새)형 백주로 분류된다. 우량예는 그와 달리 향이 강한 농향(濃香)형 백주에 속한다.

술의 이미지와 맛 못지않게 두 회사는 경영 측면에서도 색채를 완전히 달리한다. 우량예는 발 빠르고도 공격적인 경영과 브랜드 다각화로 1990년대 이후 중국 백주업계를 평정하는 위업을 이뤄냈다.

우량예는 지난 10년간 77억위안을 투입해 생산시설을 4배 가까이 키웠다. 1998년 연산 12만 톤 전후였던 생산량은 2004년 45만 톤으로 늘어났다. 확장한 시설을 바탕으로 백주 브랜드도 다각화했다. 본래의 우량예 외에도 우량춘(五粮醇), 진류푸(金六福), 류양허(瀏陽河) 등 타깃 고객층과 가격을 달리하는 8개의 지역 브랜드를 갖춰 전 방위로 중국 백주 시장을 공략했다.

2003년 이후 6차례나 대폭 가격을 올리며 고급주 경쟁을 주도한 업체도 역시 우량예였다. 한 번에 최고 100위안까지 올리는 우량예의 고가 전략은 마오타이와 젠난춘(劍南春), 지우구이(酒鬼) 등 경쟁 업체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우량예는 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증권회사와 과즙음료 회사, 대중매체, 고속도로 건설 회사, 생화학 업체 16곳을 인수했고, 고급 소비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 진출도 꾀하는 등 다른 산업 분야로도 발을 넓혔다.

이런 우량예와 비교하면 마오타이는 ‘우보(牛步)’에 가까운 경영을 고집했다. 지난해 생산량만 해도 2만6000톤 정도에 불과하다. 제품 라인도 일체의 중저가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마오타이를 위주로 한 고급주 제품만을 고집하는 ‘한 우물 전략’을 고수했다.

마오타이는 대신 지난 수년간 중국과학원 미생물연구소와 합작으로 백주 발효에 쓰이는 미생물 체계를 연구해 79종의 발효 효모를 분리해 정리하는 등 품질 경영에 주력했다. 선진 제조기술을 도입해 전통적인 양조 기법을 발전시키는 데도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었다. 제품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 지난해 멜라민 오염 분유 파동 등으로 중국 식품 안전이 문제가 됐을 당시 가장 안전한 중국 10대 식음료업체 중 하나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마오타이는 뚝심 경영을 펼쳤다. 2004년 시작한 ‘마오타이는 건강에 좋은 술’이라는 광고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판매도 오랫동안 유대 관계를 맺어온 전국 각지의 주류 도매상을 중시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저물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우량예의 천하는 2007년부터 기울기 시작했다. 과도한 생산시설 확장이 공급 과잉을 불러오면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해 생산량은 9만7800톤으로 전체 생산 능력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뒤늦게 생산량을 줄이고 고가를 유지하는 정책을 썼지만 매출액이 2006년보다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사업 다각화를 위해 투자한 자회사들도 수익성 악화로 우량예의 발목을 잡았다. 16개 투자회사 중 반 이상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량예그룹의 자회사인 야저우(亞洲)증권이 부도가 나면서 우량예가 이 회사에 맡겨둔 7500만위안의 자금이 그대로 날아갔다는 설도 중국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마오타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시장을 공략해 들어갔다. 마오타이는 오랜 관계를 유지해오던 전국 주류 도매상을 통해 단체 구매 할인 마케팅을 펼쳐 톡톡히 재미를 봤다. 주류 도매상은 이윤 폭을 확대할 수 있고, 마오타이는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윈윈 전략이었다. 우량예그룹 지주회사 회장인 탕차오 회장은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마오타이의 매출 50% 이상이 단체 구매 할인에서 나온다”며 “1위 업체의 자만에 빠져 이 시장을 소홀히 한 것이 패인 중 하나”라고 실토했다. 지속적인 광고를 통해 건강에 좋은 술이라는 이미지를 심은 전략도 효과를 발휘했다.

“우리는 중국 서남부의 작은 구이저우 성에 자리를 잡고 있는 반면, 우량예가 있는 쓰촨 성은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는 큰 성이죠. 거기다 10년 전에 우리 매출과 순이익은 우량예의 10분의 1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당초 설정한 보폭에 맞춰 차근차근 전진했고, 결국 우랑예를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여한이 없습니다.” 45년째 마오타이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커량 회장은 최근 <제일경제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오타이의 승리는 느림보 거북이가 발 빠른 토끼를 이겼다는 이솝우화를 현실로 만든 한편의 드라마였다.

최유식 조선일보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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