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득실 따지며 지역간 ‘러브콜’ 한창

 ‘메가 리전(Mega Region)’이란 리처드 플로리다(Florida) 미국 학자가 지난해 4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제시한 개념이다. 앞으로 전 세계의 경제가 40개 정도의 메가 리전을 중심으로 움직여갈 거란 이야기다. 현재 40개 정도의 메가 리전에 세계 인구의 5분의 1 정도가 살고 있지만, 전 세계 기술 혁신의 85%가 여기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메가 리전 이야기를 4월15일 대만의 타이중시 후즈창 시장이 홍콩을 방문해서 린루이린 정치제도 및 대륙문제 사무국장에게 했다. “대만과 베이징을 비롯한 대륙 중요도시들 사이의 직항이 이루어진다고 홍콩의 지위가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만과 홍콩, 마카오, 그리고 푸젠 성 4개 지역 경제를 묶어 앞으로 메가 리전으로 발전해 나가자”라는 말을 했다.

후즈창이란 사람, 올해 61세로 대만 외교부장을 지낸 실력자다. 앞으로 대만의 총통이 될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다. 앞으로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 마카오의 미래를 메가 리전으로 그려보고 있는 걸 보면 시대 조류의 변화에도 민감한 사람인 모양이다. 이 사람이 홍콩을 방문한 것도 사실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뒤 6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중국 대륙은 중국 대륙대로, 대만은 대만대로, 홍콩은 홍콩대로 따로 경제를 운용해왔지만, 앞으로는 대륙과 대만, 홍콩의 정치적 구별은 점차로 무의미해지고 대륙 남부와 대만, 홍콩이 하나의 메가 리전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대만 정치인의 사상 첫 홍콩 방문이라는 기회를 통해 한 것이다.

1949년 중국 대륙과 대만이 분단된 뒤 이른바 ‘양안(兩岸; 대만해협 양쪽 해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두 지역은 하부구조인 경제체제도 다르고, 상부구조인 정치체제도 달라 군사적인 갈등을 빚어가며 으르렁 거리며 지내왔다. 그러나 대륙과 대만의 하부구조의 차이인 경제체제의 차이는 1978년 덩샤오핑이 이끄는 개혁개방정책이 추진되면서 점차로 엷어져갔다. 지금은 대륙과 대만 어느 쪽이 더 원형에 가까운 자본주의 경제를 시행하고 있는지 구별이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이른바 ‘대만 독립’을 추구하던 민진당 소속의 천수이볜 전 총통의 임기가 끝나고 지난해 초 국민당 소속의 마잉주 총통이 들어서면서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마잉주 총통은 양안간 갈등의 원천이던 대만 독립 노선을 폐기하고, “양안의 교류 확대가 대륙과 대만 주민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선언했다. 아직도 상부구조인 정치체제의 차이는 유지되고 있지만 상부구조의 기초를 이루는 경제체제가 비슷해졌기 때문에 대륙과 대만의 통합은 시간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요즘 중국 대륙과 대만의 접근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대륙에서 대만 문제를 전담하는 국무원 대만판공실의 리웨이이 대변인은 4월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양안 군인들 간의 접촉은 아직 이르다고 하겠지만 예비역 군인과 학자들을 중심으로 양안간의 군사 대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접촉은 언제든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군사적 대립을 해오던 양안관계가 군사적 대립 해소를 위한 발걸음을 시작할 거란 말을 한 것이다.

리웨이이 대변인이 이날 한 말 가운데 또 하나 놀라운 말은 “대만이 두 개의 중국 정책을 추진하지만 않는다면 대만의 WHA(World Health Association: 세계보건총회) 참석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리웨이이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미 밝힌 것처럼 대만이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문제는 대만이 두 개의 중국 정책을 추진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허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HA는 유엔 산하 기구인 WHO(세계보건기구)가 주관하는 행사이고, 이 행사에 대만의 참여를 허용하겠다는 말은 앞으로 중국 대륙과 대만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란 예상을 충분히 가능하게 해주는 발언이다.

중국 대륙과 대만 사이의 빠른 관계 발전은 우리가 앞으로 중국을 보는 눈을 대륙과 대만 그리고 홍콩과 마카오, 이른바 지금까지의 ‘양안삼지(兩岸三地)’로 보던 시각을 고쳐야 한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일본의 이코노미스트 오마에 겐이치의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중국은 홍콩과 대만 ,마카오, 푸젠 성을 한 덩어리로 하는 메가 리전 이외에 베이징과 톈진을 중심으로 하는 메가 리전, 상하이와 쑤저우, 항저우를 포함하는 창강(長江) 삼각주 중심의 메가 리전, 인구 3000만의 충칭 시를 중심으로 하는 메가 리전 등 5~6개의 메가 리전으로 재편성될 전망이다. 전 세계 40개 정도의 경제활동 중심 메가 리전 가운데 5~6개가 중국 대륙 일원에 펼쳐진다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의 미래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까. 유럽의 경우 5~6개의 국가가 하나의 메가 리전으로 묶일 전망이라는 점을 보면 앞으로 우리는 이에 관한 어떤 청사진을 그려야 할지 오래전부터 고민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었던 시절을 이제는 잊어야 할 것이다. 우리와 싱가포르, 대만, 홍콩이 중국을 둘러싼 네 마리의 용으로 불리면서 잘 나가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 네 마리의 소룡들 가운데 대만은 홍콩과 함께 중국 남부의 메가 리전 속에 통합되어 들어갈 것이고, 싱가포르는 싱가포르대로 동남아시아의 메가 리전 속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독자적인 리전을 구축할 것인지, 다롄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삼성 지역 메가 리전과 긴밀히 교류하는 체제를 갖출 것인지, 아니면 일본의 경제와 연결되는 한·일 메가 리전을 형성할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인력자원과 자원 개발과 배분 등에서 작전이 달라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승준 조선일보 중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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