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조원대 시장 먹자”
사활 걸고 마케팅 총력전



 “차이나 텔레콤(CT)의 3G(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시면 500위안(약 9만원)에 해당하는 인터넷 접속비와 전화비가 공짜입니다.”

5월 중순부터 베이징 거리 곳곳에서는 차이나 텔레콤의 3G 이동통신 가입 권유 판촉 부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민영은행인 자오상(招商)은행 신용카드를 소지한 사람이 장기 가입을 하면 1000위안(약 18만원) 이상의 무료 사용권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도 붙어 있다. 시내를 오가는 대형버스에도 차이나 텔레콤의 3G 래핑광고가 등장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으로 가입자가 6억 명을 넘는 중국 대륙에 3G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유선전화 분야의 강자에서 유·무선을 합친 종합통신 분야로 진출한 차이나 텔레콤의 꿈도 무르익어 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경기 부양을 위해 조기에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전역에 3G 이동통신망을 까는 데 4000억위안(약 73조원)이 소요되는 데다 이동통신사의 마케팅비와 신규 휴대전화 판매, 각종 부가통신 서비스 활성화 등 유발효과까지 감안하면 우리 돈으로 수백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이다. 기술표준에 따라 차이나 텔레콤과 차이나 모바일(CM), 차이나 유니콤(CU) 등 3개 사가 3G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다.

중국 대륙에 수백조원 3G 시대 활짝

차이나 텔레콤은 이 과정에서 차이나 유니콤이 갖고 있던 2G CDMA 부문을 인수했다. 차이나 유니콤은 대신 2G 분야의 GSM 사업과 GSM의 3G 기술인 WCDMA 사업자로 인가를 받았다. 최대 이동통신 업체 차이나 모바일은 기존의 GSM 사업권을 유지하면서 중국이 3G 이동통신 분야의 독자기술표준으로 내세운 TD-SCDMA 사업자로 선정됐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GSM 사업 부문은 차이나 모바일과 차이나 유니콤, 우리나라와 같은 기술표준인 CDMA 분야는 차이나 텔레콤으로 분할된 것이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CDMA 분야에서 유일한 사업자로 선정되기는 했지만 차이나 텔레콤이 가야할 길은 녹록치 않다. 중국 시장은 유럽식 이동통신 기술표준인 GSM이 압도적인 시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3개 사업자로 재편된 이후 각 사업자의 가입자 수를 보면 차이나 모바일이 약 5억 명, 차이나 유니콤 1억 명, 차이나 텔레콤 4200만 명으로 GSM 진영이 93.5%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유선전화 사업자로서 차이나 텔레콤이 갖고 있는 마케팅 능력과 막대한 자금력, 소프트웨어 교체만으로 손쉽게 3G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CDMA 기술의 장점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잖다. 차이나 텔레콤이 시티폰인 샤오링통(小靈通) 가입자 40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자랑거리이다.

차이나 텔레콤은 3개 이동통신 사업자 중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업권 조정 과정에서 차이나 유니콤의 2G CDMA 사업 부문을 인수한 차이나 텔레콤은 새로 망을 구축할 필요 없이 기존의 2G 통신망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3G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지난 3월 말까지 전국의 100여 개 도시에 3G망을 개통했고, 올 7월까지는 전국의 현(縣)급 이상 도시가 모두 서비스 권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지난 4월 현재, 10개 도시에서 3G망을 개통한 차이나 모바일이나 상반기 내에 55개 도시에 시험망을 구축한 차이나 유니콤에 비해 훨씬 앞서나가 있다. 6개월~1년가량 앞서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이다.

2011년까지 가입자 1억 명 유치 목표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 주요 도시에서 차이나 텔레콤이 강도 높은 3G 마케팅에 돌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차이나 텔레콤은 기존 가입자 3063만 명과 시티폰 샤오링통 가입자 4000만 명, 신규 3G 가입자 3000만 명을 합쳐 2011년까지 3G 가입자 수를 1억 명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3G 인터넷 접속카드 생산업체인 보라텔레콤의 고영화 중국법인장은 “차이나 텔레콤은 3개 이동통신사 중 마케팅이 가장 강한 업체여서 만만찮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차이나 모바일이 중국 독자기술표준인 TD-SCDMA 사업자로 선정된 것도 차이나 텔레콤에게는 호재다. TD-SCDMA는 3G 이동통신기술 중에서도 가장 떨어지는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다, 아직 상용화 서비스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높은 인터넷 접속 속도와 이미 검증된 안정된 망을 자랑하는 차이나 유니콤의 WCDMA가 가장 앞서 있고,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CDMA2000이 뒤를 따르고 있다. 차이나 모바일은 2G 분야에서 70% 이상의 시장을 갖고 있는 맏형으로 중국 독자기술표준의 정착이라는 과제를 떠맡았지만, 이런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3G 시장 개척보다 2G 시장 유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LG전자, 3G 휴대전화 물량 33% 따내

중국 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글로벌 메이커들과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나라 휴대전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판도 변화가 더없이 반갑다. 이미 CDMA 분야에서 적잖은 기술을 축적하고 있어 노키아나 중국 업체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4월 차이나 텔레콤의 3G 휴대전화 입찰에서 전체 물량의 33%(약 60만 대)를 따내기도 했다.

그러나 차이나 텔레콤이 넘어야할 산도 많다. 당장 서비스망을 안정시켜 통화 품질을 끌어올려야 한다. 차이나 모바일이 2G 시장에서 막대한 시장 점유율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30만 개에 달하는 기지국을 통해 안정된 접속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차이나 텔레콤이 1100억위안을 들여 차이나 유니콤에서 인수한 기지국은 10만 개가량이다.

CDMA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퀄컴의 로열티를 낮추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가뜩이나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퀄컴의 로열티는 이동통신사나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원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차이나 텔레콤은 지난 8일 CDMA 칩 생산업체로 퀄컴과 경쟁 관계에 있는 타이완의 비아 텔레콤(VIA Telecom)과 3G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퀄컴이 높은 로열티를 고집하면 칩 공급선을 비아 텔레콤으로 돌리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퀄컴은 이에 따라 차이나 텔레콤에 로열티를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유식 조선일보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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