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 국채 사들이기 ‘열심’ 미국과 흥망성쇠 같이하나?
 요즘에는 시골 운동회에나 가야 2인3각(二人三脚) 달리기를 구경할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이 오른쪽 발과 왼쪽 발을 묶고, 원래 다리가 넷이던 두 사람이 다리가 셋이 되어 달리는 경기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나, 둘, 하나, 둘…”하면서 잘 달리지,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 앞으로 쓰러지기 일쑤다.

그런데 시골운동회가 아니라 세계의 두 강대국이라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바로 이 2인3각 달리기를 하고 있다. 작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교수는 지난달 3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은 미국에 유독(有毒)물질로 된 장난감을 팔고, 미국은 중국에 불량 국채를 팔았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그러면 세계 1위의 외환 보유고로 미국의 국채를 사들여온 중국 경제도 흔들리는 공동 운명체가 돼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미국 시장에 대한 중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는 구조로 돼버렸다는 게 크루그먼의 진단이다.

그런데 크루그먼의 그런 진단과 경고에도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국채 사들이기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재정부가 5월15일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중국은 3월 한 달 동안에도 237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더 사들여 모두 7679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게 됐다.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의 중요한 두 지역도 열심히 미국 국채 사 모으기를 계속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 한 달 동안 26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사들여 모두 789억달러어치 정도를 사들였고, 대만은 22억달러어치를 더 사들여 모두 748억달러 정도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게 됐다. 미국 국채를 가진 나라들 순위 가운데 1위와 7위, 8위를 차지했다. 중화권 국가와 지역 세 나라들의 중국 국채 총 보유액수는 9216억달러에 달해 1조달러 고지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이 2위(6876억달러 보유)를 기록하고 있고, 그 뒤를 러시아와 영국, 브라질이 각각 3위와 4위로 달리고 있다. 중국과 미국을 묶는 2인3각의 끈은 갈수록 튼튼해지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사들이기는 미국이 은근히 중국에 강요한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월 취임 후 첫 중국 나들이에 나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회담하면서 “중국이 미국 국채에 계속 투자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 방문 마지막 날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연설회에서는 “중국은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양국 경제의 상호 연관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중국 방문을 떠나기 전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한 연설을 통해서 “미국과 중국은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널 것”이라고 말했고, 클린턴이 중국에 도착하자 원자바오 총리는 “강을 건넌 뒤에도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자”고 말했다. 각각 ‘동주공제(同舟共濟)'와 ‘휴수공진’이라는 중국 4자성어를 풀어서 말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이 그런 말을 한 것을 보면 앞으로 미국의 대중국 경제 정책은 물론 안보 정책도 당분간은 ‘2인3각’ 달리기가 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요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가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어있는 점이 유감”이라면서 “인민폐도 세계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은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 달러에 물려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말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는 게 크루그먼의 진단이기도 하다.

4월 한 달 동안 중국 경제는 투자와 소비, 수출의 ‘3두 마차’가 그런대로 차츰 빠른 속도로 굴러갔다는 게 중국 정부의 진단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마젠탕 국장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전국 도시지역 고정자산 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5%나 늘어났고, 소비도 4월 한 달 동안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8%나 확대됐다. 부진한 것은 수출인데 4월 한 달 동안 중국의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2.6%나 줄어들었다. 다만 평균 공작일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지난달보다 6.9% 늘어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중국 국가통계국의 주장이다.

미국과 2인3각 달리기를 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요즘 던지고 있는 화두는 ‘과연 바오바(保8)에 성공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바오바란 연평균 경제 성장률 8%를 달성하는 것으로,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3월 초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공작보고를 통해 선언한 것이다.

 3~4월에만 해도 “금융위기 여파로 바오바는 어림도 없다”더니 5월 초부터는 “바오바를 낙관한다”는 말이 많이 들리고 있다. 그러나 수출이 4월 한 달 동안 무려 22%가 넘게 감소하는 마당에 어떻게 연평균 경제 성장률 8%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어차피 앞에서 나팔을 불면 뒤에서는 나팔소리를 따라 전진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달성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안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 사회과학원의 ‘2009 중국 경제 춘계 보고서’도 “바오바를 낙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기야 “중국 경제는 ‘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주의 시장경제임을 늘 잊지 말라”는 것이 중국 관영 언론들의 주장이고 보면, 어떻게 해서든 연간 경제성장률 8%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 해볼 수 없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중국 경제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지만, 이미 한쪽발이 미국 경제와 2인3각으로 묶여있으므로 다른 한쪽 발로만 뛰려고 하다가는 넘어지기 십상이라는 점을 중국 지도자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승준 조선일보 중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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