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환보유고가 4년 후인 2010년에 지금의 두 배인 2조달러(약2000조원)에 달해 ‘차이나 달러’ 시대의 웅비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의 바슈송(巴曙松)금융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11월7일 “중국의 외환보유고 급증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오는 2008년 1조5000억달러를 넘어 2010년에는 2조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언론들이 전했다.

중국은 올 10월말에 외환보유고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고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공식 발표했다. ‘외환보유고 1조달러’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5분의 1에 해당하며,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괴를 모두 사들일 수 있는 규모다. 또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나 아세안 회원국 10개국의 GDP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다. 다우존스 주식 총 시가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인 동시에 세계 최대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나 씨티은행, 포드 자동차 등을 사들일 수 있는 규모이다

올 2월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4조 6819억달러)의 21%를 차지한다.

중국의 기록적인 외환보유액 증가는 무역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급증하는 데다, 위안화 평가절상을 노린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가 대거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1978년 당시 외환보유액(1억6700만달러)과 비교하면 눈부신 증가 속도이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중국의 모든 단기 외채를 합친 규모의 6배에 이르며,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5%에 육박한다. 명실상부한 ‘달러화의 블랙홀’이 된 셈이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중국이 미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경제대국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보유한 1조달러 중 5%만 금을 매입할 경우, 전 세계에서 하루 동안 생산하는 금을 모두 사들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상당기간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이나 달러’의 움직임을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베이징(北京) 사범대 금융연구중심의 종웨이(鍾偉) 주임은 “외환보유고 증가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영향력 확대 이외에 외환 및 환율 유지 관리 비용 증가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외환관리를 위해 지출하는 어음의 이자만 매년 470억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이 보유한 외환의 70%는 미국 달러인데, 중국이 달러화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외환을 다변화할 경우 달러화 가치는 폭락할 수도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는 지난 9일 외환보유액 다변화 계획이 있다고 발표, 전 세계 외환 및 상품시장을 긴장시켰다.

저우샤오촨 총재의 발언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지만, 그의 언급은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을 석권한 민주당이 대중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묘한 시점에 나와 파장이 확대돼 국제 금융시장을 출렁거리게 만들었다. 저우샤오촨 총재의 발언은 대중 강경 정책을 주창해온 민주당의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풍부한 외환을 바탕으로 해외 기업 인수나 석유 등 원자재 매입과 투자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환보유 다변화 대상으로 금과 원유 등 원자재가 유력하다. 중국 정부는 외환관리 안정을 위해 원자재 등 전략물자의 비축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여러 번 천명했다. 

대표적으로 판강(樊綱)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과 위용딩(余永定) 전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 등 중국의 ‘브레인’들은 잇달아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을 넘었다고 경고하면서 일정 부분을 금과 원유 등 전략자원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자 유치 규제 강화

이미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상하이에 중국 국제비축센터를 세웠다. 중국 정부가 외환관리를 위해 별도 독립 기구를 만들어 장기 투자와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넘쳐 나는 달러화로 외국 자본에 대한 태도가 확실히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11월9일 외국 자본 총량을 무조건 늘리는 정책에서 선진 기술과 경영 기법, 인재 양성의 효과가 있는 외자 유치 정책으로 공식 전환을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외국 자본의 중국 기업 인수에 대한 규제와 경제주권과 관련되는 핵심 중국 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인수에 대한 감시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공해 유발 사업, 재래 업종 등에 대한 외국 자본 유치 정책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대신 IT(정보기술) 등 첨단기업, 연구개발(R&D)센터 등 중국 내 연구 인력을 늘리고, 중국의 첨단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업종 및 기업에 대한 외자 유치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 상무부도 언론 공보에서 오는 2010년 중국의 무역 규모를 2조3000억달러로 조절해 수출입 증가율을 10% 수준으로 낮추고, 9%에 그쳤던 소비 증가율을 11% 이상으로 올려 무역수지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불똥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에도 떨어지고 있다. 이르면 내년으로 예정된 외자 기업과 국내 기업과의 법인세 단일화와 특정 업종에 대한 외국 자본 진출 차단 등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이 사냥감이 되고 있는 탓이다.

한국무역협회 신승관 박사는 “중국 정부가 외환 1조달러 시대를 맞아 외자 선별 도입과 유입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의 묻지마식 중국 진출에 더 확실한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5대 외환보유국]

1위 중국 9879억달러 (2006년 9월 현재)

2위 일본 8813억달러 (2006년 9월 현재)

3위 러시아 2691억달러 (2006년 9월 현재)

4위 대만 2618억달러 (2006년 9월 현재)

5위 한국 2295억달러 (2006년 9월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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