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이 현재의 25개국에서 내년 1월1일이면 27개국으로 늘어난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두 나라가 EU에 새로 가입하기 때문이다.

EU는 지난 2004년 5월을 기해 회원국이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빅뱅’을 이뤘다. 이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까지 가입하면 노르웨이, 스위스, 발칸 5개국을 제외한 서부 및 중부유럽 전체가 EU로 편입된다. 세르게이 스타니쉐프 불가리아 총리는 “EU 가입으로 인해 불가리아는 마침내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환영했다.

EU 가입과 함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경제적 혜택도 톡톡히 누리게 된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000유로 이하여서, 국민소득이 EU 평균의 40% 이하인 국가군으로 분류되어 EU지역개발정책에 따라 인프라, 교육 등의 분야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게 되는 것. 인구  2200만 명의 루마니아는 오는 2013년까지 약 320억유로를, 인구 780만 명의 불가리아는 110억유로가량을 지원받게 된다.

이처럼 경제적 선물은 듬뿍 받지만, 2004년에 가입한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아직은 덜 환영받는 손님이다. 다른 서유럽 선진국으로 가서 자유롭게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당분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EU가 확대될 때 동유럽의 새 회원국들에게 노동시장을 활짝 개방한 나라는 기존 15개 회원국 중에 영국, 아일랜드, 스웨덴 등 3개국이었다. 나머지 12개국은 노동시장 개방을 유예했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방에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영국과 아일랜드마저 “새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대해서는 노동시장 제한 조치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EU 집행위원회는 2004년 EU가 확대됨에 따라 연간 7만 명에서 15만 명가량의 동유럽 이민자들이 서유럽 국가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민 행렬은 예상치를 훨씬 넘어섰다.

단 2년 만에 영국에 유입된 동유럽 이민자만 60만 명이 넘는다. 그 중 절반은 폴란드 사람이다. 적극적인 이민 인구의 유입으로 지난해 영국의 총 인구가 처음으로 60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개방적이던 영국과 아일랜드가 2년 만에 노동시장에 빗장을 잠그게 된 이유는 동유럽 이민자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주택, 교육, 복지 등 사회 문제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 

<블룸버그 통신>이 영국 웨스트민스터 시의회 보고서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런던 중심부의 노숙자 중 절반가량은 동유럽 국가 출신이었다. 이 지역 노숙자 119명의 국적을 조사했더니 60명이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출신이었다는 것. 안젤라 하베이 대변인은 “이들 중 상당수가 입국 후 취업 사기를 당해 돈과 여권을 빼앗겼고, 많은 노숙자들이 지금도 일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시의회에 제출된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동유럽인의 범죄가 10% 증가했다. 노숙자의 3분의1은 알코올 중독자이고, 6분의1은 마약 복용자라는 통계도 있다.

갑자기 늘어난 이민 인구 때문에 학교, 주택 등 사회 인프라도 부족하다.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어 가는 것 때문에 극우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영국은 현재 어떤 인구 정책도 갖고 있지 않다. 외국 이민자를 거부하는 극우파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기 위해 이민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이민 인구의 유입으로 사회적 부작용이 커지면서 영국에서는 내년에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EU에 가입해도 노동시장을 전면 개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두 나라에서만 최소한 1만 명가량이 영국에 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영국의 존 리드 내무장관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노동 인력에 대해 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경우, 숙련 노동자는 1800명, 비숙련 노동자는 1만9750명으로 쿼터를 정했다. 그 중에서도 비숙련 노동자는 영국에 와서 농업 및 식품가공업에서만 일할 수 있다. 노동 허가를 받지 않고 영국에서 불법으로 일하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사람에 대해서는 적발되는 순간 현장에서 1000파운드(약 18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존 리드 내무장관은 “불법 이민자를 고용한 업주에게는 5000파운드(약 900만원) 이상부터 무한대까지 엄청난 벌금을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너무 애매모호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하는 의구심도 든다. 가령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사람이라고 해도 자영업자는 아무런 제약을 안 받는다. 유학생들도 얼마든지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BBC>는 “프리랜서나 전기공 등은 얼마든지 자영업자로 일할 수 있고, 자영업에 대한 어떤 공식적인 기준도 없다”고 꼬집었다.  영국 야당인 보수당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은 “경찰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불법 이민자만 골라서 적발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정부의 탁상행정을 비난했다.

스페인도 노동시장 ‘문단속’

폴란드 등 동유럽 이민자에 이어, 가난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사람들까지 서유럽으로 대거 몰려올까 봐 기존 EU 선진국들이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루마니아 인구는 2200만 명에 달한다. 지난 2004년 EU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 중에 인구가 가장 많은 폴란드의 절반 규모다. 영국의 한 싱크탱크에 따르면, EU 가입 첫 해에 루마니아에서 약 4만1000명이 다른 EU 국가로 이민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적게 본 수치다. 또 다른 전망치에 따르면 첫 2년 동안 그 10배에 달하는 40만 명이 서유럽으로 몰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불가리아 노동부에 따르면, EU 가입 첫 해에 약 4만6000명이 EU 국가로 이민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약 1만 명은 스페인에, 7700명은 독일에, 4300명은 이탈리아에, 3800명은 그리스에, 3400명은 영국에 가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사람들은 언어가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EU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스페인으로의 이민을 선호한다. 현재도 스페인에 루마니아인 40만 명, 불가리아인 16만 명가량이 있는데 이 중 절반이 불법 체류자들이다. 이에 따라 영국에 이어 스페인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대해 2년간 노동시장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문단속에 나섰다.

강경희 조선일보 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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