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최대의 외자(外資) 유치국인 중국에서 최근 반(反) 외자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최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양회(兩會)에서 상당수의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들이 ‘외자 견제’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양회 기간 동안 회의장인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는 ‘경제안보’, ‘산업주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대표적인 예가 3월3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정협에서 제1호 안건으로 상정된 ‘내·외자기업 소득세(법인세) 단일화 제안’. 서루위(赦如玉) 수도경제무역대학 부학장은 “내·외자기업 소득세 이원화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어긋나고 공평하지 못한 데다, 중국 국내기업들의 반발도 커서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외자 유치를 위해 외자기업에 대해서는 자국기업보다 낮은 소득세 율을 적용하는 혜택을 주는 이중적인 기업 소득세법 체계를 가지고 있다.  내자기업에 대해서는 33%의 소득세율을, 외자기업은 평균적으로 15%가량의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여기에다 외자기업들에 대해서는 초기 1~2년간 소득세를 면제하고 3~5년에는 세금의 절반을 경감하는 등의 세제 혜택까지 제공해 왔다. 이것을 앞으로는 내·외자기업 모두에게 24%의 소득세율을 적용, 외자기업이 누려온 혜택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협은 입법기관이 아니어서 위원들의 제안이 법 제정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 소득세법 통합에 대한 여론의 압력이 심해 중국 정부도 내·외자기업 소득세를 단일화 하는 관련법 수정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인대는 올 8월 기업소득세 통합 관련법을 심의 안건으로 올려놓고 있다. 마카이(馬凱) 중국 국가개혁발전위원회 주임도 전인대 기간에 기자들을 만나 “기업소득세 통합이 올해 안에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외자기업의 중국 토착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외국 자본이 기업사냥을 통해 중국 토착기업의 영업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한 부장(장관)급 인사는 “음료·유통 소매점에 이어 기계·전자 분야에까지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민족 자본이 외세에 밀려 무방비로 외자에 넘어가는 것이나, 국제 분업에서 중국이 시장만 제공하고 단지 ‘노동자’ 배역만 떠맡는 상황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은 올해 집중 세무감독 대상에 외자기업을 올려놓았다.  2004년 말 기준으로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은 49만여개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신고했다. 중국 당국은 적자로 신고한 상당수 외자기업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신고하면서도 중국 내 사업을 계속 확장하거나,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당국자의 입을 빌어 “외자기업들의 세금 탈루액이 1270억위안(약 15조24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외자는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고속성장을 이끈 주요한 동력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반 외자’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경제력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반증이다. 국제정치 분야에서 고조되고 있는 중화민족주의가 바야흐로 경제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