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수백억달러를 쏟아부어온 미사일 방어체제(MD)는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인가.

 미국이 북핵 6자회담을 통해 결국 미·북간 관계정상화, 즉 수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의문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만일 미국과 북한이 수교를 하고 정상적인 관계가 된다면 미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이 같은 방어체제를 구축할 이유가 사실상 없어지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이런 상황에서라면 소·중거리 미사일도 아닌 대륙간탄도탄미사일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는 기술 자체로도 문제가 있다. 널리 알려진 것이긴 하지만 미국은 지난 7개월 사이에 모의 미사일 격추실험에서 두 번 다 실패했다. 정확히 말하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미사일을 발사조차 해보지 못했다. 이 두 번의 실험에 든 돈만 무려 8500만달러였다.

 작년 12월15일 실시된 실험에서는 통신체제에 문제가 발견돼 발사조차 하지 못했다. 올 2월14일의 실험에서는 발사 직전 마지막 단계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발사를 포기했다. 그 전에 미국은 8차례 실험 중 5차례 성공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다고 입증된 것은 아니다.

 미 국방부의 미사일 방어체제 테스트 책임자를 역임한 필립 코일은 “알래스카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MD시스템은 미국을 방위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주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20~30차례 예비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 번 성공하는 데 2~3년 걸리는 속도로 20~30차례 실험한다면 족히 50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코일의 말이다.

이런 와중에도 미국은 정해진 계획에 따라 미사일 요격체 배치를 계속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알래스카 주 포트 그릴리에 미사일 요격체 10기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포트 그릴리에는 이미 6기가 설치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밴더빌트 기지에도 2기의 요격체를 설치해놓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MD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내년도 예산으로 90억달러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당초 계획안보다 10억달러가 줄어든 규모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이미 미사일 발사실험이 실패했기 때문에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과정이 필요하고, 올해 새로 두 차례 정도 요격실험을 하더라도 한 번은 타깃 미사일도 없이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런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 1983년부터 92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미·북간 핵문제 협상은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미사일 방어체계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