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과 유전자적으로나 외모상 가장 비슷한 영장류 동물인 원숭이의 사회생활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서가 최근 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란스 드 왈(Frans de Waal)이라는 영장류 전문 동물학자가 쓴 이 책은 최근 뉴욕타임스의 서평란에 크게 소개됐다. 저자는 침팬지와 보노로란 두 종류의 원숭이와 인간을 비교하고 있다.

 보노보는 침팬지보다 약간 작고 더 똑바로 서 있으나, 외견상 침팬지와 흡사한 종류라고 한다. 그런데 두 원숭이는 행동에서는 아주 딴판이다. 보노보는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생활을 하는 종류로 침팬지보다 더 평화적이다. 예컨대 이들은 서로간에 다툴 일이 생기면 싸우는 게 아니라 섹스로 해결을 한다. 히피족들처럼 전쟁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쪽이다. 반면 침팬지는 남성 지배 중심의 위계구조를 갖고 있고 힘을 우선시하는 사회생활을 한다. 서로 공격하고 살생하며 때론 동족의 살을 먹어치우기도 한다.

 드 왈은 보노보와 침팬지의 서로 다른 행동양식에 대해 많은 사례를 제시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어떤 보노보가 새로 동물원에 와서 적응을 하지 못하자, 보노보의 경우는 그 보노보의 손을 잡고 관리인에게 이끌어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영국의 한 동물원의 보노보는 찌르레기 새 한 마리가 우리 안에 들어와 유리창에 부딪혀 떨어지자, 그 새를 나무 위로 갖고 올라가서는 날개를 펴 조심스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자기와 전혀 다른 종류의 동물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동물세계에서 거의 발견할 수 없는 사례이다.

 두 원숭이에게서 가장 다른 점을 찾으면 섹스와 폭력이다. 보노보는 섹스와 친밀감에 의한 접촉을 거의 구별하지 않을 정도로 섹스를 많이 한다. 반면 침팬지 사회에서는 침팬지 사망률 1위가 아기침팬지 사망이며, 영아살해가 흔하게 벌어질 정도로 폭력이 난무한다. 저자는 암컷 보노보가 왜 섹스에 집착하는지를 특유의 이론으로 설명하는데, 다른 보노보가 자기의 아이를 먹어치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모든 보노보가 모두와 섹스를 하면 누가 아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침팬지는 인간처럼 자신과 동류가 아닌 상대에 대해 대단히 공격적이고 잔인함을 드러낸다. 탄자니아의 한 국립공원에서는 어릴 때 함께 자란 침팬지들이 크면서 조직을 분화해 가자, 서로 싸워 한때 친구였던 상대방 침팬지를 죽여 피를 마시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한 늙은 침팬지는 20분간이나 집단적으로 구타를 당한 뒤 쫓겨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침팬지의 행동양식이 마치 르완다와 보스니아 집단학살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원숭이를 연구한 결과, 겁이 많은 유전자를 가진 동물은 덜 공격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왜냐하면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 싸움의 결과로 빚어질 일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뮌헨에 폭탄이 투하되자, 그곳 동물원에 있던 겁 많은 보노보들은 모두 죽어 버렸으나, 침팬지들은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 드 왈이 내린 결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런 상반된 원숭이의 행동양식이 우리 인간에게 내재된 유전자적 기질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는 두 종류의 원숭이가 있다”고 말한다. 겁 많고 평화를 사랑하는 원숭이 보노보와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살해를 서슴지 않는 침팬지. 어느 쪽의 마음을 더 갖느냐는 것은 후천적 학습에 의해 크게 영향받을 수 있다고 저자는 덧붙여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