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시장에 전면전이 시작됐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최근호에서 일본 휴대전화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NTT도코모와 KDDI,  보다폰 등 3사의 과점체제가 기어이 깨졌기 때문이다.

 2005년 11월9일. 일본 총무성은 전파관리심의회를 열어 소프트뱅크그룹과 e악세스그룹, 아이피모바일 등 3사에 휴대전화 신규 사업자 면허를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BB모바일과 e악세스는 1.7㎓ 대역에서 기존 방식으로, 아이피모바일은 2.0㎓ 대역에서 TDD(시분할방식)로 각각 서비스한다. 12년 만에 휴대전화시장이 개방되는 순간이었다.

 “휴대전화 서비스료를 끌어내리겠다.” 신규 진입이 허용된 3사의 일성(一聲)은 한결 같았다.

 일본 휴대전화 가입자는 2005년 6월 현재 8000만여명. 3사의 사이좋은 과점체제로 요금과 서비스 경쟁은 격하지 않았다. 2005년 3월 말 결산(2004 회계연도)을 보면 1위 업체인 NTT도코모의 영업이익이 7841억엔에 달했다. 가장 부진했던 영국업체 보다폰도 1580억엔의 수익을 올렸다.

 기존 3사가 눈부신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 서비스료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NTT 자회사인 정보통신종합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휴대전화 사용료는 연간 10만엔을 웃돈다. 가계지출의 1.5% 수준이 미국이나 유럽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휴대전화시장 12년 만에 개방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참을성 많은 일본인들도 서서히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재일교포 3세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시장개방을 요구하며 일본정부를 강력히 공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여론을 읽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3세대 휴대전화의 800㎒ 주파수 대역을 기존 사업자에게만 배분하자, 손 회장이 “NTT도코모와 KDDI는 이미 800㎒대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3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다시 준 것은 명백하게 공적 자산을 낭비하는 일”, “총무성의 결정은 휴대전화 요금을 낮추기 위한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맹렬히 반발한 것은 여론의 지지를 샀다. 총무성 여론조사에서는 70% 이상이 현재 휴대전화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소프트뱅크그룹 등 후발 사업자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 될까? 이들의 등장이 요금의 획기적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 해답의 일단은 변화로 꿈틀대기 시작한 일본 휴대전화시장의 상황과 3사의 경쟁력에서 엿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에라>는 신규 사업자에게 네 가지 장벽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 자사 설비를 보유하고 품질을 관리할 필요 ▲ 전국적 사업 전개가 면허조건 ▲ 사용자 단말의 개발 부담 ▲ 기존 사업자가 제공하고 있는 것과 같은 기술에서 차별화의 여지가 적다는 것 등이 신규 사업자가 넘어야 할 장애이다.

 신규 사업자는 모두 ADSL 사업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ADSL사업의 경우 일본 최대 전화 사업자인 NTT가 쓰지 않는 빈 회선을 이용했다. 통화 품질이 우수한 이 회선은 끊김 현상이 거의 없고, 사용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사업자 쪽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이 가능했다.

 반면 휴대전화 사업자는 통신회선을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통화 품질의 책임도 자기 몫이다. 기지국 역시 스스로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기본적으로 ADSL사업과는 출발선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휴대전화 사업자는 면허를 받는 대신 서비스 개시 후 5년 안에 전국 50%의 권역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조건을 떠안은 점도 큰 부담이다. ADSL이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해도 되는 것과는 판이하게 불리한 진입 조건이다.



 가격인하 경쟁 불붙을 것

 NTT도코모와 보다폰의 경우 설비 투자에 각각 1조8000억엔, 1조2000억엔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지국 숫자는 각각 2만, 1만5000곳에 달했다. 신규 사업자들도 최소 1만5000곳의 기지국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지 않고는 기존 사업자들과 경쟁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초기에는 기지국 설치가 힘든 지역의 경우, 기존 사업자에게 서비스료를 부담하고 ‘로밍’서비스를 지원받는 방법도 선택에 넣을 수 있지만, 그 경우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게 된다. 또 기존  사업자들이 ‘로밍’서비스를 제공할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휴대전화 단말을 개발하고 단말기 업체와 대리점에 판매 장려금을 제공해야 하는 것도 장애물로 꼽힌다. ADSL사업에서는 이용자가 단말, 즉 컴퓨터를 전적인 자기부담으로 구입하지만 휴대전화사업은 그렇지 않다. 이미 일본의 휴대전화 이용자는 원가 이하로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만약 신규 사업자가 단말기 가격을 올릴 경우, 이용자가 단말기를 바꾸는 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신규 사업자에게는 부담으로 돌아올 게 뻔하다.

 이런 장벽에도 전문가들은 신규 사업자가 뜰 경우 가격인하 경쟁에 불이 붙어 ‘10% 안팎’의 가격인하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점치고 있다. 아이피모바일이 2006년 10월부터 시장에 진출, 후발 3사 중 첫 테이프를 끊을 것으로 보이며, e악세스는 2007년 3월부터, 소프트뱅크는 2007년 4월부터 각각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휴대전화시장의 관심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등장에 쏠리고 있다. 손 회장은 이미 일본에서 통신사업자의 ‘기린아’로 자리매김했다. 3년 전 야후BB로 초고속인터넷사업에 뛰어든 그는 대대적 가격·물량 공세로 시장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려 선두주자인 NTT를 넘보고 있다. 그가 연 저렴한 ADSL서비스는 일본에서 새로운 초고속 광역인터넷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진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던 일본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소프트뱅크의 등장으로 세계 수준과 어깨를 견주게 됐다. 그런 그가 휴대전화사업에까지 진출하게 되자, 일본 통신시장의 판도가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소프트뱅크는 2005년 10월 말 무선랜과 제 3세대 휴대전화, 차세대 무선인터넷 기술인 와이맥스(Wi-Max) 등 3종류의 무선회선을 자동적으로 변환하는 실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컴퓨터 화상에 나타난 TV전화의 영상이 회선이 몇 차례 바뀌는 동안에는 전혀 흔들리거나 중지되지 않는 통신을 실현해 보인 것이다.

 이미 472만 회선의 고정 IP전화 고객을 보유한 소프트뱅크는 고객에게 무선랜 및 와이맥스와 연결되는 IP휴대전화 단말기와 무선랜 카드를 나눠 준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현되면 실내에서는 무선랜을 통해 ADSL에 접속하며, 거리에서는 저렴한 와이맥스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는 고정IP전화와 같은 가격대인 3분의 8엔으로 이용할 수 있다. 통신속도도 NTT의 제 3세대 휴대전화의 40배에 달한다. 고정-무선통신을 일체시킨 이 기술이 시장화 되면 일본 통신시장 판도는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손 회장은 2005년 11월 결산설명회에서 “와이맥스 사업자로 인가를 받아 세계에서 가장 앞서 가는 무선서비스를 실현하겠다”며 도전의 일성을 내질렀다.

 일본에서는 2006년부터 휴대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도 가입회사를 변경할 수 있는 이른바 ‘번호 이동성 제도’가 시행된다. 일본 휴대전화시장은 이 제도와 함께 신규 사업자들의 출현으로 바야흐로 격전장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신지홍 연합뉴스 일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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