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있는 S&P글로벌 본사.
미국 뉴욕에 있는 S&P글로벌 본사.

미국 금융 서비스 기업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금융 정보 제공 업체 IHS마킷을 약 49조원에 인수한다. 11월 30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S&P글로벌은 440억달러(약 48조5329억원) 가치의 주식 거래 방식으로 IHS마킷을 매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거래는 400억달러(약 44조1200억원) 규모였던 엔비디아의 ARM홀딩스 인수를 제치고 올해 공표된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글로벌 톱 신용평가 회사와 막대한 양의 경제·기업·시장 정보를 보유한 정보 제공 회사 간 결합이다. S&P글로벌은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 중 하나로서 신용평가 사업과 금융 정보 제공 사업, 상품 및 에너지 정보 제공 사업, S&P 500지수를 비롯한 각종 지수 제공 사업 등을 하는 세계적인 금융서비스 업체다. IHS마킷은 2016년 IHS와 마킷의 합병으로 탄생한 금융 정보 업체로 채권시장과 파생상품 분석에서 전문성을 자랑한다. 특히 운·수송, 항공, 무역 등의 부문에 있는 기업 분석에도 뛰어나다. S&P글로벌의 시가총액은 820억달러(약 90조4460억원), IHS마킷의 시가총액은 370억달러(약 40조8110억원) 수준이다.

S&P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더글러스 피터슨은 “IHS마킷 인수를 통해 향후 괄목할 만한 성장 기회를 잡을 것”이라며 환경, 거버넌스 등과 관련 정보를 비롯해 부동산, 사모펀드, 인프라 채권 등 사금융 정보 시장을 성장 분야로 꼽았다. 또한 그는 “이번 M&A를 통해 회사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우리의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며 “고객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터슨 CEO는 향후 뉴욕에 본사를 둘 합병 회사를 이끌게 된다. IHS마킷을 이끄는 랜스 어글라 CEO는 합병 후 1년간 특별고문을 맡기로 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버튼-테일러 컨설팅에 따르면 금융 정보 서비스 분야에서 S&P글로벌은 블룸버그와 레피니티브에 이은 3위 업체이며 IHS마킷은 8위 수준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더라도 업계 순위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블룸버그나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 팩트셋, 무디스 같은 경쟁사의 M&A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대규모 M&A를 놓고 “정보가 이제 금융산업에서 석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S&P글로벌은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M&A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M&A 완료까지 걸림돌도 남아있다. 런던증권거래소는 데이터 플랫폼 강화를 위해 지난해 8월 레피니티브 인수에 최종 합의했지만, 아직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연결 포인트 1
M&A로 몸집 키우는 시장

금융 정보 시장은 1980년대에 창업한 블룸버그LP(블룸버그 통신의 모회사)의 성공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다. 블랙스톤그룹은 2018년 톰슨로이터 지분을 인수한 뒤 레피니티브로 이름을 바꾼 뒤 런던증권거래소에 매각했다.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인 ICE는 2015년 인터랙티브 데이터를 52억달러(약 5조7356억원)에 인수했고, 올해 초에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 엘리메를 110억달러(약 12조1330억원)에 사들였다. IHS마킷 역시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다. IHS는 2016년 마킷을 인수하면서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던 본사를 런던으로 옮겼다. M&A를 윤활유 삼아 금융 정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HS와 마킷이 합병할 당시 합산 시가총액은 130억달러(약 14조3390억원)였지만 지금은 세 배 수준”이라며 “이는 금융 정보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봤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레피니티브 본사. 사진 위키피디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레피니티브 본사. 사진 위키피디아

연결 포인트 2
레피니티브 인수 완료는 언제?

런던증권거래소와 레피니티브의 기업결합에 대한 EU 경쟁 당국의 판결이 지연되고 있다. 11월 23일 EU 집행위원회는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런던증권거래소와 레피니티브의 기업결합에 대한 판결을 내년 1월 21일로 미룬다고 밝혔다. 런던증권거래소가 레피니티브와의 인수 계약에 최종 합의한 시점은 지난해 8월이다. 당시 런던증권거래소는 부채를 포함해 270억달러(약 29조7810억원)에 레피니티브를 인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 홍콩증권거래소가 366억달러(약 40조3698억원)에 런던증권거래소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홍콩증권거래소가 런던증권거래소를 견제하기 위해 역으로 인수 제안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런던증권거래소가 거절하자 홍콩증권거래소는 인수 제안을 철회했지만, 그다음에는 EU 경쟁 당국이 문제였다. 런던증권거래소는 EU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이탈리아증권거래소 매각에 돌입, 지난 10월 유로넥스트에 43억3000만유로(약 5조7548억원)에 매각하는 데 합의했다.


투자은행이 S&P글로벌과 IHS마킷의 M&A 자문 수수료로 최대 2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 각 사
투자은행이 S&P글로벌과 IHS마킷의 M&A 자문 수수료로 최대 2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 각 사

연결 포인트 3
수수료 ‘잭팟’ 터뜨린 투자은행

이번 M&A를 통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이 M&A 자문 수수료 대박을 터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 제공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이번 M&A 자문 수수료는 최대 1억8500만달러(약 204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IHS마킷을 자문하는 쪽은 최대 9500만달러(약 1948억원), S&P글로벌을 자문하는 쪽은 최대 9000만달러(약 993억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S&P글로벌 측의 인수 주관을 맡았으며 시티그룹과 크레디트스위스(CS)도 참여했다. IHS마킷의 자문 주관을 맡은 투자은행은 모건스탠리이며 바클레이스, 제프리스, JP모건 등도 참여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형 M&A 거래가 가뭄인 상황에서 S&P글로벌과 IHS마킷의 M&A는 투자은행에 단비와 같은 것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M&A 시장은 S&P글로벌과 IHS마킷의 M&A 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축소됐다. 다만 기술과 헬스케어 부문을 중심으로 M&A가 활성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