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3월 11일 수요일 일본 도쿄역 외곽에 있는 도쿄 2020 올림픽의 카운트다운 시계 앞에 앉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3월 11일 수요일 일본 도쿄역 외곽에 있는 도쿄 2020 올림픽의 카운트다운 시계 앞에 앉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을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상 개최 의지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선수와 일본 국민을 중심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는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IOC가 오는 6월까지 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이 확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만큼 도쿄올림픽의 연기 또는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IOC는 3월 17일(현지시각)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주재로 종목별 국제경기연맹 대표자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7월 24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 개최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이 도쿄올림픽 준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림픽까지 아직 넉 달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IOC의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 입장이 발표된 이후 세계 곳곳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캐나다 출신 IOC 위원인 헤일리 웨켄하이저는 즉각 “상황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책임하다”고 트위터를 통해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훈련 시설이 문을 닫고,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지역별 예선 대회가 연기돼 선수들은 당장 내일 어디에서 훈련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그리스의 카테리나 스테파니디는 “도쿄올림픽이 열리길 바라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플랜B’가 무엇이냐”며 비판했다.

IOC는 일본이 6월 30일까지 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을 마쳐야 한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선수들이 올림픽 참가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예선전을 통과하거나 일정 순위에 올라야 한다. 현재는 이 가운데 57%만 출전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스포츠 경기대회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어 기한 내 선수 선발을 완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유도연맹은 4월 30일까지 모든 도쿄올림픽 예선전을 취소했고 배드민턴·야구·수영 등 다른 종목도 국제대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IOC는 일부 종목의 예선전이 취소된 경우 세계 랭킹이나 대륙별 대회 성적 등 적용할 수 있는 다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선수 선발 기준에 대한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쉽게 손을 대기 어렵다.

한편 올림픽은 1896년 근대 올림픽 시작 이후 4년마다 개최됐다. 191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 1940년 일본 도쿄올림픽, 1944년 영국 런던올림픽 등 전쟁을 이유로 대회가 취소된 적은 있으나 ‘연기’한 전례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했지만 개최 50일 전 “올림픽 개최로 감염이 퍼질 위험은 낮다”고 밝히며 예정대로 올림픽을 진행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 블룸버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고민 깊어지는 아베

도쿄올림픽을 통해 일본의 부활을 꿈꿨던 아베 정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아베 내각에 도쿄올림픽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의 피해를 극복하고 일본의 건재를 보여준다는 의미로 ‘부흥올림픽’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당장은 IOC가 정상 개최를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될 경우 방침이 바뀔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일본이 택할 방법은 많지 않다. 무관중 경기나 연기, 최악의 경우 취소까지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무관중 경기의 경우 IOC 측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점,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완전한 형태’로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강조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언론들은 임기가 내년 9월까지인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1년 연기’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본 내에서도 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사히신문이 3월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기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63%에 달했다.


무관중으로 진행된 도쿄올림픽 성화 채화식. 사진 연합뉴스
무관중으로 진행된 도쿄올림픽 성화 채화식.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2
“무관중 올림픽이 비용 최소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플랜B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지난해 12월 도쿄올림픽 주최 측이 밝힌 개최 비용은 1조3500만엔(약 15조6000억원)에 이른다.

‘올림픽의 경제학’ 저자 빅터 마테손(Victor Matheson) 교수는 CNN을 통해 도쿄올림픽에 투입된 비용 총액이 250억달러(약 31조2000억원)라고 추산했다. 그중 대부분은 이미 교통망, 호텔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사용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림픽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이 투자의 대부분은 현시점에서 매몰 비용”이라고 했다.

그는 관중 없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선수들과 제작 관계자들로부터 10억달러의 수익이 발생하고, TV 중계권 판매로 340억달러, 후원금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을 연기하면 선수단 숙박 시설 확보, 자원봉사자 재모집, 일정 변경에 따른 경비 증액으로 더 큰 비용이 발생하고 2021년 이후 도쿄올림픽 관련 주요 시설이 이미 다른 행사에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회장. 사진 연합뉴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회장.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일본 스포츠계 코로나19 비상

일본 스포츠계의 유력 인사인 다시마 고조(63) 일본축구협회(JFA) 회장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일본 스포츠계에 비상이 걸렸다. 다시마 회장은 현재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이사도 맡고 있는 일본 스포츠계의 중요 인사다.

다시마 회장이 최근 유럽과 미국 등지를 오가며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접촉자를 선별해 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마 회장은 2월 28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국 등지에서 일정을 소화한 후 3월 8일 귀국해 일본 JFA 사무실에서 업무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마 회장의 아내는 스포츠 선수들을 진료하는 의사로 일하고 있어 더 큰 우려를 사고 있다. 다시마 회장의 아내 도이 미치코(54)는 도쿄 국립스포츠과학센터(JISS) 스포츠의학 분야에서 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남편 다시마 회장으로부터 감염됐을 경우 진료받은 선수들, 혹은 동료 의료진에게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