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일라이릴리 사무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일라이릴리 사무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10월 13일(이하 현지시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임상 시험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 존슨앤드존슨(J&J)이 코로나19 백신 시험을 중단한 지 하루 만이다. 전 세계 백신·치료제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규제 당국은 ‘잠재적 안전 우려’를 이유로 일라이릴리의 항체 치료제 3상 임상 시험을 중단시켰다.

몰리 맥컬리 일라이릴리 대변인은 “미국 의약품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DSMB·Drug Safety Monitoring Board) 권고에 따른 조치”라며 “시험에 참가한 이들의 안전을 확보하라는 DSMB의 결정을 지지한다”라고 했다. 이어 “일라이릴리에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일라이릴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우려가 제기된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투여된 리제네론의 항체 치료제와 비슷한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다.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혈액에 형성된 항체만 따로 분리해 치료제로 이용하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리제네론의 약을 먹고 “즉각 좋아졌다”며 “믿을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일라이릴리의 항체 치료제는 리제네론 항체 치료제와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이 예상되던 치료제였다.

앞서 존슨앤드존슨도 9월 6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에 돌입했으나 한 참가자에게서 설명할 수 없는 부작용이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돼 10월 13일 시험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떤 부작용이 발견됐는지, 시험을 얼마나 중단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애초 존슨앤드존슨의 3상 시험 결과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쯤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3상 시험에서도 참가자 1명이 이상 반응을 보여 일시적으로 시험이 중단됐지만, 재개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량 임상 시험에서 부작용 검증을 위한 시험 중단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내년 상반기에 출시되더라도 초기 백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아시시 자 브라운대 공공보건학과장은 “(대선일인) 11월 3일 전까지 백신을 출시하겠다는 정치적인 발언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브리검영 여성병원의 보건정책 전문가인 제러미 파우스트도 “유망한 치료법을 시험할 때 때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곤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이 코로나19 종식을 가져다줄 것이라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더 절망적인 한 해를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확실히 검증하지 못한 그저 그런 백신들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 환자가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한 환자가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유럽·미국 코로나 재확산 심각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10월 13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주 유럽 대륙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70만 명이다. 집계 이후 최고치로, 전주에 52만 명 수준이었던 것에서 36% 증가한 것이다.

영국은 지난 3주간 신규 확진자가 4배 증가했다. 체코에서는 지난 2주간 5만5538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독일도 13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5132명으로 지난주 3만6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다음 주말이면 중환자 병실의 90%가 채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정부는 10월 17일부터 수도 파리를 포함한 9개 주요 도시에 야간(오후 9시~오전 6시) 통행금지를 실시한다. 독일은 10월 14일 술집 야간 영업을 금지하고 개인적 모임 제한을 강화하는 통제에 나섰다.

미국 상황도 좋지 않다. 미국 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9월 4일 2만4000여 명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10월 9일 5만7400여 명, 10월 10일 5만46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 의료인이 코로나19 진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 블룸버그
한 의료인이 코로나19 진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2
세계 첫 코로나 재감염 사망자

코로나19에 재감염됐다가 숨진 사례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회복 환자에게 생긴 항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 CNN 방송은 10월 13일 골수암으로 투병 중이던 89세의 네덜란드 여성이 코로나19에 재감염된 뒤 결국 숨졌다고 의학저널 ‘임상 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된 연구 논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망한 여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은 지 5일 만에 기침, 고열 등의 증상이 호전돼 퇴원했다. 이후 약 50일 뒤 지병인 골수암에 대한 항암치료를 재개하던 중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증세 등을 호소하다가 결국 두 번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았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두 번의 진단 검사에서 서로 유전적 구성이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점을 들어 첫 감염이 지속된 게 아니라 재감염된 것이라고 봤다. 연구진은 “항암치료 후에도 코로나19에 맞설 수 있는 면역반응은 충분했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사진 블룸버그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3
러시아, 코로나 백신 10월 말 출시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빠르면 10월 말부터 러시아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월 12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백신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 국부펀드 RDIF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자체 기준에 따라 안전성과 효능 검사에 필요한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8월 중순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다만 ‘스푸트니크 V’가 약품 개발에 통상적으로 거치는 최종 3상 시험을 생략해 안전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RDIF 최고경영자(CEO)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돼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라며 “10월 말부터 출시되는 러시아산 백신은 러시아 내부 수요를 채우기 위한 용도다”라고 했다. 이어 “11월 내, 특히 중동에서 승인을 받고 출시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