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국경절 ‘황금 연휴’ 기간 중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가에 사람이 몰려 있다. 사진 EPA연합
10월 초 국경절 ‘황금 연휴’ 기간 중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가에 사람이 몰려 있다. 사진 EPA연합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에서 벗어나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미국, 유럽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가 내년 8%의 가파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했다고 10월 19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이 전문가 설문을 통해 예상한 수치(5.2%)를 소폭 밑돌았다. 다만 연간 성장률로 보면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는 10월 18일 주요 30개국(G30) 국제 금융 세미나에서 “올해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플러스일 것”이라며 “연간으로는 중국 GDP 성장률이 약 2%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MF는 지난 6월에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을 1%로 예측했고 10월에 1.9%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경기 회복은 최근 국경절 연휴(10월 1~8일)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국경절 연휴, 국내 관광객은 6억30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0% 수준에 이르렀다. 관광객 지출은 700억달러(약 79조원)로, 전년의 70% 수준을 회복했다.

중국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된 건 코로나19 조기 종식과 이에 따른 소비 수요 회복, 국가 주도의 경제 정책 덕분이다. CNN비즈니스는 “엄격한 도시 봉쇄와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추적 조사 덕분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경제가 복구됐다”며 “주요 인프라 사업을 위해 수천억달러를 비축하고 국민의 지출을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도 효과를 봤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에서의 위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0월 18일(이하 현지시각) ‘코로나19 통제 아래 중국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중국의 글로벌 경제 주도권이 몇 달 안에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저스틴 이푸 린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 겸 명예학장은 “중국 경제의 활발한 팽창은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중국은 올해와 향후 수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최소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회복의 필수 조건은 소비다. 지난 9월 소매 판매는 전년보다 3.3%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1.8%)를 크게 웃돌았지만, 산업 생산(6.9%)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수출만큼 소비가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면 중국 경제는 내년에도 회복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부 주도의 재정 정책으로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은 경제 반등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NYT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부채는 경제 생산량의 3분의 1 정도까지 급증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것도 경제 회복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수출은 중국 경제의 17%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미국의 중국 수출 비중(2018년 기준 7.2%)보다 두 배 이상 큰데, 중국 지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중 무역 정책 등 지정학적 긴장에 점점 중국 수출이 취약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동방명주 근처의 카페에 사람이 모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동방명주 근처의 카페에 사람이 모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1
소비 회복은 착시 효과?

외신들은 일부 부유층에게 소비가 집중돼 소비 수요가 회복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소매 판매는 지난 8월 0.5% 증가해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고, 9월에도 전년보다 3.3% 늘었다. 이 덕분에 3분기 소매 판매도 0.9% 증가했다. 리우 아이화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10월 19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소비가 코로나19의 심각한 충격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저소득 노동자와 대학 졸업자들이 코로나19 이후 최근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더 낮은 임금으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소비 수요가 강한 해안 도시들의 소비는 회복됐지만, 내륙 도시에 있는 기업과 소비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비즈니스가 중국 정부의 자료를 사용한 세계은행의 추정치를 보도한 기사를 보면 농촌 이주 노동자의 2분기 평균 월 소득은 1년 전보다 7%가량 감소했다.


마스크를 쓴 여성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올드 오페라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AP연합
마스크를 쓴 여성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올드 오페라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2
2분기 성장 주요국 중 유일

코로나19를 잘 통제한 국가라고 모두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진 않았다. 주요 20개국(G20) 중 2분기 경제 성장률이 반등한 나라는 전 분기 대비로 보면 중국이 유일했다.

뉴질랜드와 대만같이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한 나라들도 중국과 같은 경제 회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80명의 경제학자를 조사한 결과 대만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에 그칠 것이며, 뉴질랜드는 -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도 올해 GDP가 6% 감소할 것이며, 향후 2년도 3.6% 이하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됐다. 블룸버그가 48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는 향후 2년간 G20의 평균 GDP 성장률 예상치인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도 경제 회복이 더디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GDP의 42%를 차지하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올해 GDP 규모가 각각 8%와 4.4% 쪼그라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경제 개발 계획을 논의하는 5중전회가 10월 26일 열렸다. 사진 EPA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경제 개발 계획을 논의하는 5중전회가 10월 26일 열렸다. 사진 EPA연합

연결 포인트 3
시진핑의 ‘이중순환’ 전략 관심

2021년부터 앞으로 5년간의 경제 개발 계획을 논의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도 관심이 쏠린다. 5중전회는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렸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이중순환(dual circulation)’ 전략이 이번 회의의 주제라고 10월 20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향후 5개년 계획과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가 주요 의제”라며 이같이 전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코로나19는 전 세계 공급·수요 사슬에 타격을 줬고, 세계화는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며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내수가 주체가 되고, 국내 순환과 글로벌 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이중순환’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전략을 내놨다”고 밝혔다.

글로벌 타임스는 이번 회의에 “지속적인 개혁·개방과 3세대 반도체 등의 과학 연구와 재정 등 핵심 분야에서의 독립성 확보, 공산당 주도의 국가 체제 강화 등이 포함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