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블룸버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블룸버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AF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AFP연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고 중국 후베이성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이른바 ‘중국 기원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가 막 퍼져 나가던 2020년 초에는 설득력을 얻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의 주장과 일부 과학자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형국이다. “지금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모르면 미래의 팬데믹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가(영국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감염병에 최초로 걸렸다고 기록된 환자를 뜻하는 ‘제로 환자’가 중국에 있었는지가 중국 기원설의 핵심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26일(이하 현지시각) 미 정보 당국에 코로나19의 기원을 추가 조사해 90일 안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낸 성명에서 “올해 3월 정보 당국에 코로나19의 시작이 동물인지 실험실인지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했고, 5월 초 조사 결과를 들었으나 정보기관 간 판단이 엇갈렸다”고 추가 조사 지시의 배경을 전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중국이 투명한 국제 조사에 참여해 모든 관련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 국제 사회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을 밀어붙인 것이다.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이 등장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오랜 기간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구해왔고, 이 연구소가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처음 보고된 화이난 재래시장과 가깝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중국 책임론을 펼쳤다. 그러나 이 주장을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자 중국 기원설은 서서히 힘을 잃었다.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HO)도 올해 초 우한에 국제 조사단을 보내 조사한 뒤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와 관련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WHO 사무총장의 친중 성향으로 보고서의 신뢰성은 계속 도마에 올랐다.

논란의 불씨를 되살린 건 월스트리트저널(WSJ)이다. WSJ은 5월 23일 자신들이 입수한 미 정부의 비공개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코로나19 최초 발생 보고가 나오기 직전인 2019년 11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연구원 3명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아팠다”고 단독 보도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 나라(미국)의 모든 국민이 코로나19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고 싶어 한다.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고 싶어 한다”라고 했다. 정확한 기원을 찾지 못하면 팬데믹 재발을 막기 힘들다는 말로 중국의 협조를 요구한 것이다.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가 보고된 건 2019년 12월 8일이다. WHO에 따르면 이 환자는 가족이 경영하는 기업의 회계사로, 화이난 재래시장을 방문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입체 구조. 사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입체 구조. 사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결 포인트 1
과학자들 “코로나19 바이러스서 인위적 배열 찾아”

정치적 의도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서방의 압박이 힘을 얻는 건 과학계의 호응이 뒤따라서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5월 29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런던 세인트조지대의 앵거스 달글리시 교수와 노르웨이 백신 회사 ‘이뮤노(Immunor AS)’의 대표이자 과학자인 비르게르 쇠렌센 박사의 논문을 단독 입수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입증하는 내용을 담은 이 논문을 국제학술지 ‘QRB 디스커버리’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두 과학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체내 세포와 결합하는 부위)에서 양전하(+)를 띠는 4개의 아미노산이 한 줄로 늘어선 배열을 발견했다. 문제는 이 배열이 자연적으로는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5월 11일 한 행사에서 여전히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 AP연합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2
중국은 발끈 “미국부터 투명해져라”

코로나19를 둘러싼 미국의 압박에 중국은 “이미 과학적인 조사를 모두 마쳤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미국이야말로 투명한 조사에 임하라고 받아쳤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월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에 관한 질문을 받자 “연구자들이 중국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과학적 결론을 내렸다”라며 “미국 일부 인사가 코로나19 발생을 중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과학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자오 대변인은 “2019년 7월 미국 버지니아주 북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고, 위스콘신주에서는 전자담배와 연관된 질병이 대규모로 나타났다”라며 “미국은 이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언제 국제 사회에 발표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미국도 중국처럼 과학적인 태도로 WHO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미 중국 대사관도 성명을 통해 미국이 정치적인 낡은 속임수를 쓴다고 비난했다.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G2 다투는 동안에도 변이 바이러스 기승

G2(주요 2개국, 미·중)가 감염병 영역에서까지 기 싸움을 벌이는 이 순간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계 곳곳에서 기승을 부린다.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과 확산은 간신히 시작된 백신 접종의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변이 바이러스는 처음 발견된 지역에 따라 영국형·남아공형·브라질형·인도형 등으로 다양하다. 한국만 해도 5월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이 4종의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가 202명이나 발생해 총 1592명으로 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 검출률은 33.1%를 나타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올해 1월 전 세계 과학자 119명을 대상으로 ‘인류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을까’를 물었다. 응답자의 89%가 ‘박멸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엔데믹(endemic·주기적 유행)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