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복구 작업을 끝내고 돌아가는 의료진을 환송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3월 1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복구 작업을 끝내고 돌아가는 의료진을 환송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3월 25일 중국 베이징 동물원에서 마스크를 쓴 관람객들이 자이언트 판다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3월 25일 중국 베이징 동물원에서 마스크를 쓴 관람객들이 자이언트 판다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중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월 25일(현지시각)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단행했던 후베이성 봉쇄 조치를 풀었고, 4월 8일에는 진원지인 우한의 봉쇄 조치도 해제할 계획이다. 우한 시내버스와 관내 17개 기차역, 우한 톈허 국제공항도 같은 날 운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해외 역유입 환자를 제외한 본토 신규 확진자가 3월 16일을 기점으로 계속 한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는 사실상 종식됐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3월 25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만1218명, 사망자는 3281명을 기록했는데, 이 중 6만810명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에 해외 역유입 환자를 철저히 차단하는 선에서 그동안 시행했던 각종 봉쇄 조치를 풀며 ‘일상의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수도 베이징에선 3월 24일 만리장성 일부 구간이 59일 만에 재개방됐고, 베이징 동물원과 옥연담 공원 등도 다시 문을 열었다.

중국 각 지방에서도 정상화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인구 4500만 명의 중국 동부 장시성은 3월 21일 성내 모든 도시와 지역을 ‘감염병 저위험 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람과 물자 이동을 통제했던 조치를 철폐했다. 모든 주민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던 저장성 항저우는 “환기가 잘되는 장소나 인파가 몰리지 않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허용하며,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의무화했던 체온과 건강 상태 검사도 중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공장의 가동률이 85%까지 회복됐다. 중국은 춘제 기간인 1월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곳곳에서 발생하자 전면적인 공장 조업 중단을 지시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멈춰서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이 이처럼 정상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공언한 경제 목표(2010년 대비 두 배 성장)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져서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1%에서 2.6%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중국 정부는 8800조원 규모의 메가톤급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이 중 약 1345조원을 연내에 집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결 포인트 1
완전 정상화까진 ‘아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일상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과 같은 평온함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정부 선전물 등을 통해 ‘더 이상 코로나19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중국 국민은 아직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한 우한 주민은 “사흘 동안 중국 내에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당분간 집에 머무르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대다수 지역에서 학교 개학도 연기된 채로 유지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다른 국가들로부터 ‘역유입 환자’를 차단하는 데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에 따르면, 해외에서 유입된 코로나19 환자가 매일 수십 명씩 늘고 있다. 이에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은 해외 입국자뿐만 아니라 항공편승객 모두에게 핵산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2월 28일 중국 원저우 기차역에서 한 승객이 경비원에게 녹색 건강 코드를 확인받고 있다. 사진 AFP연합
2월 28일 중국 원저우 기차역에서 한 승객이 경비원에게 녹색 건강 코드를 확인받고 있다.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2
건강 코드로 의심자 판별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종식 국면’에 들어설 수 있었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건강 코드’다. 이는 중국의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인 알리페이·위챗 등에 탑재된 기능으로,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녹색(건강) 또는 노란색(7일 격리 필요), 빨간색(14일 격리 필요) 코드 등으로 건강 상태를 알려준다.

중국 대다수 도시는 대형 업무 빌딩이나 백화점을 출입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건강 코드 ‘녹색’ 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앱이 처음 도입된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는 노란색이나 빨간색 코드가 나오는 사람은 사실상 바깥출입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건강 코드가 중국 정부가 국민을 감시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건강 코드 앱의 소프트웨어 코드를 분석한 결과, 정보를 공안과 공유하는 등의 기능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 10일 후베이성 후셴샨 병원 의료진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 10일 후베이성 후셴샨 병원 의료진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3
통계 조작 의혹 잇달아

이런 가운데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에서 본토 확진자가 일주일에 너덧 명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한가’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발표가 조작됐거나, 확진자가 발생해도 지방 정부가 이를 보고하지 않고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병원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환자 진료를 거부했다” “우한 당국은 100여 명의 추가 확진자를 은폐하고 있다”는 폭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중국의 ‘확진자 기준’도 논란이다. 중국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발열·기침 등의 증상이나 폐 이상이 없으면 확진자로 집계하지 않는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공식 통계에서 빠진 무증상 환자는 4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아직 코로나19가 무증상 환자에게서 감염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그동안 극단적으로 억제됐던 인구 유동이 재개됐을 때, 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며 정부의 성급함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