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서“제 목소리 내자” 의기투합
BRICs란 말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2001년 골드만삭스의 수석연구원 짐 오닐이 ‘BRICs는 얼마나 단단한가’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네 나라의 영어 이니셜을 오닐 연구원이 처음으로 조합해서 썼다. 그런 뒤 8년 만에 실제로 BRICs 4개국 정상들이 우리 시각으로 6월17일 러시아 우랄 산맥 동쪽의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뭉쳤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네 사람이다.

이들은 왜 하필이면 예카테린부르크에 모였을까? 예카테린부르크는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가면 닿을 수 있는 서쪽 끝 도시다. 우랄 지방 최대의 공업도시고, 옛날 이름은 스베르들롭스크다. 물론 이것이 이곳에 모인 이유가 아닐 것이다. 대외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지만 1918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권력을 잃은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와 그의 가족들이 유폐되고 살해된 곳이 바로 이 예카테린부르크다. 이 도시에 모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사회주의적 국가들의 네 정상이 모여 ‘살해’하고 싶은 황제 같은 나라(미국?)가 하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BRICs를 ‘금전(金塼: 금으로 만든 벽돌) 4개국’이라고 부른다. BRICs의 발음이 벽돌이라는 영어 brick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벽돌 전이라는 글자를 쓰고, 거기에 땅이 넓고 자원이 많은 부자나라들이라는 뜻에서 금이라는 글자를 앞에 붙인 것이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첫 번째 BRICs 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주장을 폈다.

첫째, 세계 경제의 조속한 회복을 추진하고, 국제 금융을 위기에서 구하자. 시장 개방 정책을 견지하고, 상호 보완이 가능한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하자.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하고, 도하 라운드를 빠른 시일 내에 전면적이면서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자.

둘째, 국제 금융체제의 개혁을 추진하자.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의 개혁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해서 개발도상국가들의 대표권과 발언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제 금융 감독기구에 개발도상국가들도 참여해야 하며, 국제적인 화폐 시스템을 보다 완전한 것으로 정비하고, 국제통화를 다원화하자.

셋째, 유엔의 천년 발전 계획을 실천에 옮겨 국제사회가 금융위기 때문에 발전의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하고, 국제 금융위기가 개발도상국가들에게 준 충격을 잘 검토하자.

넷째, 식량 안전을 확보하고, 에너지와 자원의 안전과 공공위생의 안전을 확보하자.

후진타오의 말은 한마디로 ‘미국과 유럽이 끌고가는 국제 금융과 화폐 시스템에 BRICs의 거대국들은 거의 끼지 못했는데 이제부터 목소리를 좀 내자’는 것이다. 실바, 메드베데프, 싱 등 BRICs 정상들이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들 4개국 정상들은 오는 9월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에서 ‘집단행동’을 하기로 다짐하기도 했고, 내년 BRICs 정상회의는 브라질에서 열기로 약속했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국토 면적이 넓은 BRICs 4개국이 뭉치고 보니 앞으로 G7과 G4(BRICs) 사이에 ‘세계 경제의 민주화’를 놓고 티격태격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수출입 규모로 세계 13~15위권인 멕시코와 한국, 인도네시아가 BRICs 다음 그룹을 형성해서 각축전을 벌일 거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 경제계에서는 멕시코가 BRIC에 끼일 경우 BRIMC, 한국이 가담할 경우에는 BRICK, 인도네시아가 더해질 경우 BRIIC가 될 것이라고 조어(造語)를 만들어보고도 있다.

그러나 BRICs의 운명은 중국에 달려있다. GDP 규모로는 중국이 다른 3개국을 합한 것보다 많고, 외환 보유고로는 중국이 다른 3개국의 2배가 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예카테린부르크에서 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각종 꿈을 펼치고 있는 동안 중국 국내에서는 원자바오 총리가 집안의 현실을 챙기고 있었다.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경제 형세를 분석하기 위한 국무원 회의를 주재한 원자바오 총리는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현재 경제 운용에는 적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유리하고 긍정적인 요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총체적으로 말하면 ‘경제 형세가 좋다’는 말을 해도 좋을 국면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투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소비도 비교적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 수요의 증가가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작용을 하고 있다. 농업 생산도 양호하고, 하곡(夏穀) 생산도 또다시 풍년을 거두었다.”

원자바오 총리는 그러나 사태의 부정적인 측면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회복의 기초는 아직도 단단하지 못하고, 불확실한 요소가 아직도 적지 않으며,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기업들의 경제 효율도 떨어지고 있다. 특히 국제 경제의 추세가 아직도 불투명해서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국제 금융 영역에서 아직도 잠재적인 리스크가 크고 불투명한 요소가 많이 남아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로 날아가 중국 경제의 외연을 넓혀 보려 하고, 원자바오 총리는 안살림을 튼튼히 하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는 아직도 중국 경제의 회복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계절임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1/4분기 GDP 성장률 10.1%를 기록한 이래 4분기마다 체크한 GDP 성장률은 9.0→6.8→6.1로 날개 없는 추락만 거듭해왔다. 올해 2/4분기에는 6.5%를 기록해서 U턴 할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아직 통계는 나오지 않았다. 원자바오 총리가 연초에 말한 ‘바오바(保八ㆍGDP성장률 8% 달성)’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