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뒤에는 어떻게 하나?”      

중국의 땅 이야기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아직도 엄연히 사회주의 국가다. 집은 사고 팔 수 있지만 땅은 국유제(國有制)나 공유제(公有制)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사고 팔 수 없다. 단지 ‘사용권(使用權)’을 이전해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럼, 70년 뒤에는… 70년 뒤에는 어떻게 되나?” 사용권이 기한 만료된 뒤에는 땅의 소유권이 누구에게로 넘어가느냐는 것이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현재로서는 국가로 넘어가게 돼있다. “그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권법(物權法)’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치 않다. ‘선공후사(先公後私)냐, 선사후공(先私後公)이냐?’ 땅의 소유권에 관한 법을 만들면서 공익적인 측면을 강조하느냐, 아니면 사유재산 보호에 중점을 두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온 중국 사회가 나서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것은 1978년 12월부터다. 중국 사람들이 노래처럼 부르는, 이른바 ‘중국공산당 11기 3중전회(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덩샤오핑(鄧小平. 1997년 2월 사망)이 권력을 잡고난 뒤부터다. 그때로부터 이미 28년이 흘렀다. 중국 사람들 자신들이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땅의 사용권이 만료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 땅 위에 지은 공장은 어떻게 되고, 아파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 걱정들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도 가장 먼저 개혁·개방이 시작된 광둥성 선전 사람들이 그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선전에서는 이미 토지 사용권 만료기한을 손으로 꼽아볼 수 있는 땅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22일 물권법을 심의하던 전인대 법률위원회 회의에서는 주차장 문제가 화제로 떠올랐다. 땅이 공유인 중국에서는 땅의 사용권을 사들여 건물을 지으면서 사용권을 사들이지 않은 채 슬쩍 주변의 공유지에 주차장을 낸 경우가 많고, 이 경우 물권법을 만들어 건물을 세운 땅의 소유권을 인정해줄 경우 주차장의 소유권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비교적 면적이 넓은 주차장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따로 규정한다 하더라도, 차량 한 두 대를 세울 수 있는 이른바 차고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따로 규정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화제가 된 것이다.

전인대 법률위원회가 사용기한이 만료된 땅의 소유권을 규정하기 위한 물권법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8년 전 부터다. 1998년부터 전인대는 물권법 초안을 만들기 위한 회의를 시작했고, 현재는 다섯 번째로 만들어진 초안을 심의중이다. 4차 초안 제75조 2항에 따르면 주차장이나 차고에 대해서는 “주차장의 소유권 귀속은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약정에 따르고, 약정이 없거나 약정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소유권이 업주에게로 귀속된다”고만 되어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8월22일의 회의를 주재한 후캉성(胡康生) 주임위원은 “주차장이 당초 건물 설계에 포함돼있던 경우와 공한지를 점유한 경우, 그리고 도로를 점유한 경우를 구분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주차장에 대해서도 당초 건물 설계에 포함돼있던 경우에만 소유권을 인정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4차 초안의 제75조 2항의 앞부분은 다음과 같이 수정됐다. “당초 건물의 설계에 포함돼있던 주차장의 소유권 귀속은…”

물권법은 우리의 경우 민법 제2편에 ‘물권편’으로 규정돼있다. 물권편은 총칙과 점유권, 소유권,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유치권(留置權), 질권(質權), 저당권(抵當權) 등 모두 9장으로 돼있다. 다시 말해 각종 재화의 지배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이다. 중국이 현재 물권법을 만들고 있다는 말은 사회주의 중국이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데 필요한 마지막 법률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다. 물권법을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지난 2003년에는 “공민들의 소유권을 보호한다”는 구절을 삽입하는 헌법 개정안을 만들었고, 2004년에는 개정안을 통과시켜 사유재산권과 국유재산권을 동등하게 인정하는 물권법 제정의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 언론도 ‘재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 선전

당초 중국은 지난 3월의 제10기 1차 전인대에서 이 물권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유제나 공유제로 돼있던 땅의 소유권을 개인들에게 분산시키는 작업이 이재(理財)에 밝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만큼 호락호락하게 해결될 리 없다. 하나의 주택을 여러 가구가 사용하고 있던 경우 그 건물을 지은 땅의 소유권을 어떻게 분할하느냐, 소유권을 인정하는 경우 등기는 어떻게 하느냐, 개인 소유를 인정하는 토지와 집체(集體)소유의 토지, 그리고 국유토지의 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문제 등 말 그대로 문제가 산처럼 쌓여있다는 ‘산적(山積)’이라는 표현이 조금도 과장이 아닌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내년 3월의 전인대 회기 때도 통과시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은 1950년대에 단행한 공산주의 토지개혁을 무효화하고 땅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말 그대로 경제개혁 ‘최후의 작업’을 위해 다소 시끄럽기는 하지만 전 사회가 주목하는 가운데 열심히 토론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사유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공유재산에 대한 보호만큼 제대로 해주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혁·개방 28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로 돈을 모으지 못해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물권법 제국주의’라는 말을 만들어내 ‘사유재산 인정에 치우쳐 공공의 이익을 소홀히 하는 물권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불만을 토해내고 있지만 중국 정치지도자들은 물권법 통과를 위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 미디어들은 ‘유산자 유항심(有産者 有恒心)’이라는 <논어> 구절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반복해서 전달하고 있다. ‘재산이 있어야 항심도 있다’ 다시 말해 ‘중산층이 두터워져야 사회가 안정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