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라토 투입 기아차 ‘승승장구’…

  

입지선정 실패 이마트·롯데마트



실적부진으로 ‘휴·폐업’

- (왼쪽)2008년 4월 오픈한 상하이 이마트 11호점 차오안점 오픈기념 할인행사에 많은 중국 시민들이 몰려 붐비고 있다. (오른쪽)중국 장쑤성 옌청시 기아차 제2공장의 생산라인 전경. 근로자들이 중국인의 기호에 맞춰 개발된 신형 쎄라토를 만들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유통업체들이 최근 연이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2008년 4월 29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당시 구학서 총괄대표 부회장, 이경상 이마트 대표 등 경영진이 총출동해 상하이의 중산층 밀집 지역인 북부 중심지에 중국 이마트 점포 중 최대 규모(1만8810㎡)로 문을 연 차오안점을 최근 실적 부진을 이유로 폐점했다.

롯데마트 역시 2009년 3월 26일 노병용 사장 등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칭다오 청양구에 1만4550㎡ 규모의 대형 매장인 청양점을 오픈했으나 올 1월 말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청양점은 롯데마트가 자체 출점한 첫 점포라는 점에서 유통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자체 출점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묻지마 식 중국 사업 진출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중국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출한 외국계 마트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마트 차오안점은 인근에 까르푸 오샹마트 등 10여개 점포가 경합하는 지역에 문을 열어 입지 선정에 실패했고, 롯데마트 청양점은 같은 상권의 복합쇼핑몰 개발이 지지부진한 데다 자체 점포 경쟁력도 인근 점포에 밀린 게 각각 패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각각 6200억원과 1조7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손실도 750억원, 150억원으로 불어나 중국 사업 확장에 빨간 위험 신호등이 켜지고 있다.

1994년 중국 자동차 타이어 시장에 진출한 후 2008년부터 3년 연속 자동차 타이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금호타이어 중국법인도 최근 곤욕을 치렀다.

금호타이어도 중국에서 ‘쓴맛’

올 3월 15일 중국 CCTV는 ‘중국 소비자의 날’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 제품의 품질 문제를 거론했다. “중국공장 제품이 재활용 고무를 허용치보다 많이 사용해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게 요지였다. 이는 그동안 타이어가 갈라졌다거나 부풀어 오른다는 소비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이 방송이 나온 직후 관련 내용을 즉각 부인했던 금호타이어는 그로부터 일주일도 안 된 3월 21일 오후 5시 이한섭 중국법인장(부사장)이 고발 프로그램인 ‘소비주장(消費主張)’에 직접 출연해야 했다.

그는 “톈진공장에서 작업규정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은 사실과 공장 경영진, 관리 감독자의 직무 수행이 소홀했던 점을 확인했다. 해당 타이어 제품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말하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인터넷 상의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첫 보도가 나간 후 6일 동안 중국 언론들의 ‘금호 때리기’가 광풍처럼 벌어진 다음이었다.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법인 최고책임자가 중국 공영방송에 나가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머리 숙여 사과한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아무리 국내에서 성공했거나, 중국 현지에서 잘나가고 있는 기업이라도 한순간 방심했다가는 그동안 쌓았던 브랜드 이미지가 순식간에 훼손당하고 영업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인 셈이다.

반대로 기아자동차 중국법인(현지 법인명은 둥펑웨다기아, DYK)은 카니발과 옵티마의 연이은 중국 진출 실패라는 ‘패배’를 딛고 쎄라토 출시를 성공시켜 ‘값싼 차를 파는 저가 자동차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세련되고 젊은 감각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업그레이드해 중국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DYK는 2004년 중형 승용차인 옵티마와 다목적 차량(MPV)인 카니발을 각각 내놓았으나 그해 중국 시장에서 동급 차량 가운데 옵티마는 1%, 카니발은 3% 정도의 시장 점유율에 그칠 정도로 부진했다.

2005년 들어 DYK는 시장 대반전을 위한 절치부심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분석한 실패 요인은 마케팅 전략의 부재였다. 2005년 2월 실시된 중국 시장 내 브랜드 파워 조사 결과, DYK의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는 최하위 수준으로 중국 소비자들은 DYK를 ‘저가 자동차를 파는 회사’로 인식하고 있었다.

DYK의 브랜드와 이미지가 미흡한 상태에서 품위와 체면 등 상징적 가치를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던 게 패인이었다. 컨설팅사인 액센츄어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배기량 1.6〜2.0리터(L) 미만급인 C2 차량이 가장 적합하며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현대적 감각을 가지면서 빠른 시일에 투입 가능한 모델로는 당시 한국에서 금방 출시된 쎄라토가 최적격으로 추천됐다.

기아차, 차별화 포지셔닝으로 시장 공략

DYK는 특히 쎄라토 출시에 맞춰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을 철저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쎄라토는 세련되고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만큼, 이를 통해 저가 자동차 메이커란 DYK의 이미지도 바꾸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를 위해  ‘차오신산양(超新三樣)’과 ‘펑샹(風尙)’이란 두 용어를 핵심 마케팅 키워드로 삼았다. ‘차오신산양’은 2002년과 2003년에 출시돼 안정적인 시장지위를 확보한 Elantra, Excelle, Familia 등 이른바 ‘신산양(新三樣)’이라 불리는 기존 3개 모델을 능가한다는 의미이다.

DYK는 차오신산양 용어를 통해 쎄라토에 대해 ‘가족 지향적인 차’이며 ‘생애 첫 차’라는 포지셔닝을 집중적으로 했다. DYK는 또 쎄라토의 스타일리시한 외관과 넓은 공간 등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통해 준중형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는 의미로 ‘펑샹(風尙)’이란 키워드를 사용했다. 펑샹은 사회적 흐름, 트렌드, 스타일, 패션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후 ‘쎄라토 마케팅’은 펑샹이라는 콘셉트를 일관되게 전달했다. 쎄라토 출시 한두 달 전에는 구전 효과를 높이기 위해 ‘펑샹 스타’라고 명명한 쎄라토 모델을 선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했고 인기가수 황정을 내세워 쎄라토 주제가를 알리는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황정이 부른 쎄라토 주제가는 현지 인기가요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어 ‘펑샹’이란 이미지를 부각했다.

그 결과 2005년 8월 중순 출시 직후인 9월 한 달간 쎄라토는 총 5176대가 팔려 C2 차급에서 점유율 6%로 17개 차종 중 6위로 도약했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6만9106대, 2009년에는 단일 차 브랜드로 10만 대 넘게 팔렸다. 이로써 기아차는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최대 전쟁터인 중국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지난해에는 33만 대가 넘는 차량을 판매하며 질주하고 있다.

 

현지화의 ‘깊이’와 ‘폭’이 중국 진출 성패 갈라

GM이 중국에서는 일본 토요타의 3배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비결 역시 철저한 현지화에 있다. 여태 중국 내 자체 연구개발(R&D)센터를 갖고 있지 않은 토요타와 달리 GM은 1997년 중국 진출과 동시에 상하이 푸둥 진차오 지구에 범아시아자동차기술센터(PATAC)를 열어 자동차 제품에 ‘C팩터(China Factor·중국적 특성)’를 가미한 제품을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형차나 준중형차의 ‘차축 간 거리(wheelbase: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를 10cm가량 길게 만들어 차량을 커 보이게 만들었다. 이는 소형 차량을 가족용으로 쓰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을 감안해 뒷좌석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한편, 큰 차를 타고 다닌다는 만족감을 갖고 싶어 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꿰뚫은 것이다.

현재 PATAC에는 석·박사 인력 660여명을 포함해 1800여명의 고급 인력들이 포진해 중국형 자동차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GM의 지난해 중국 시장 판매량은 103만 대로 50여만 대 판매에 그친 토요타의 두 배에 달한다.

사업 호조로 올 4월 초 중국 매장을 16곳으로 2배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이케아(IKEA)의 성공 비결 역시 중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읽고 이를 마케팅에 반영한 것이다. 단적으로 이케아 중국 매장은 단순히 가구를 전시해 놓고 판매만 하지 않는다. 실제로 중국 소비자들은 매장에 진열된 침대에서 낮잠을 즐기거나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매장 안에서 간단한 음료와 간식거리를 파는 스낵바는 항상 붐빈다. 샤운 레인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 회장은 “이케아 중국 매장은 작은 디즈니랜드와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이는 이케아 매장을 방문해 생생한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또 매장을 찾는 막대한 중국 방문객을 활용해 다른 브랜드에 매장을 임대하는 전략을 구사해 본업인 가구 판매보다 임대료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더 많을 정도라고 CNBC는 밝혔다.

결론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는 기업들은 기존의 성공 방정식이나 경험에 얽매이지 말고 중국 소비자들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제품과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해 중국인들을 감동시키는 데 최우선적으로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