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열린 아시아 최대 에어쇼 ‘에어로 인디아 2011’이 성공리에 개최됐다. 전 세계 675개 항공기 관련업체들이 참가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했는데, 이는 인도 정부가 120억달러 규모의 전투기를 발주한 데 따른 것이다. 연평균 15%씩 성장하는 세계 최고의 유망 항공기 시장 인도를 들여다본다.
- ‘에어로 인디아 2011’ 행사장을 찾은 인도 정·재계 인사들.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항공쇼인 ‘에어로 인디아 2011’이 2월9일부터 13일까지 5일 동안 인도남부 도시 벵갈루루의 옐라항카(Yelahanka) 공군기지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인도와 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 유럽, 러시아 등 구미 국가의 최신 전투기와 항공기들이 총출동했다. 이 행사의 목적은 단지 보여주기 위한 ‘쇼’만이 아니었다. 대규모 전투기와 항공기 발주로 거액의 돈이 달린 군수와 민간 항공기 비즈니스의 장이었다.     

1997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인도 에어쇼는 이번이 8번째다. 올해 행사에는 전 세계 45개국에서 675개 회사가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2009년 7회 행사 때 25개국 592개 회사가 참가한 것에 비해 훨씬 규모가 커졌다. 인도경제가 최근 급속 성장함에 따라 인도 항공기 시장이 세계 최대 관심지역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다.

인도는 높아진 글로벌 위상을 유지하고, 증가하는 파키스탄과 중국의 군사적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대대적인 군 현대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인도 국방 예산은 지난 2000년 120억달러에서 2010년 330억달러로 10년 만에 3배가 증가했다. 앞으로도 연평균 10% 이상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KPMG는 인도 정부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1120억달러의 군사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딜로이트컨설팅도 인도 공군이 오는 2017년까지 전투기와 헬리콥터, 수송기, 훈련기 구입에 480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에어로 인디아 2011’ 항공쇼는 전 세계 전투기와 민간항공기 분야의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예를 들어 유로파이터의 타이푼(Typhoons), 스웨덴의 그리펜(Gripen), 프랑스의 닷소 라팔(Dassault Rafael), 미국 보잉의 F-16 슈퍼 바이퍼(Super Viper), 역시 미국 록히드 마틴의 F-18 슈퍼 호넷(Super Hornet) 등이 최신 전투기의 기술을 뽐냈다.

인도도 25년에 걸쳐 자체 기술로 제작한 제트전투기 테자스(LPS Tejas)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는 1인승 초음속 전략전투기로 향후 인도 전투기의 해외 의존을 줄일 수 있는 야심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인도 에어쇼에 많은 외국 군수업체들이 몰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도 정부가 공군력 강화를 위해 120억달러 규모의 126대 전투기 발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발주에는 전투기 외에도 20억달러 상당의 항공기 재 연료추진장치, 7억5000만달러의 수송용 헬리콥터 197대, 6억달러의 공격용 헬리콥터 22대 등이 포함됐다. 즉, 인도의 군수·민수 항공시장을 노리고 전 세계의 항공기 제작사들이 인도로 총출동한 것이다.

지난해 인도와 새로운 군사전략적 관계를 맺은 미국은 이번 에어쇼에 약 100여 종류의 군용과 민간용 비행기를 선보였다. 지난 2009년 7회 행사 때의 67개에 비해 훨씬 많은 숫자로 사상 최대다.

미국 참가단과 함께 인도를 방문한 게리 로크 미 상무장관은 “인도의 전투기와 민항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미국 항공사들은 인도 정부와 기업들에 연료 효율성이 높은 테크놀로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래 전부터 인도에 군수용품을 제공하는 러시아에선 35개 회사가 80종류의 전투기와 항공기, 항공관련 무기를 선보였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해 미사일과 전투기 개발에 협력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유럽에선 유로파이터가 인도 전투기 입찰전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유로파이터란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4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해 개발·생산한 신형 전투기를 말한다. 유로파이터는 인도 정부에 산업제휴를 제안하는 등 공세를 펴고 있다.

A.K. 안토니 인도 국방장관은 “인도 항공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며 “우리는 외국 항공사와 합작투자나 제휴, 기술이전 등 다양한 협력관계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 ‘에어로 인디아 2011’을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민간 항공 수요도 성장세

인도 민간 항공부문에서도 최근 외국기업과의 제휴나 거래가 매우 활발하다. 인도의 항공 여행수요가 연 15~20%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도 항공시장 성장률도 향후 5년간 15%로 세계 최고일 것으로 전망된다.

약 한달 전 인도의 민간 중형 항공사인 인디고항공은 유럽 에어버스와 156억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항공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인디고항공의 경쟁사인 스파이스제트도 지난해 11월 캐나다의 롬바르디에 항공사로부터 9억1500만달러의 넥스트젠 터보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 그룹의 자회사인 프랫&휘트니는 인도에서 항공기 엔진 생산 합작회사를 세우기 위해 인도 회사들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항공업체인 사브AB도 머지않아 인도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사브AB의 하칸 부스케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에어쇼에 전시한 사브340과 사브2000 모델 항공기를 인도 회사에 팔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에어버스에 선수를 빼앗긴 라이벌 미국 보잉사도 이번에 인도 정부 혹은 인도 민간회사로부터 계약을 따내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보잉사는 미 해군 주력 전투기인 ‘F-18 슈퍼호넷’의 개량형 모크업(Mock-up)을 공개했다. 모크업은 인도 공군의 ‘다목적 중형 전투기 도입사업’(MMRCA)에 참여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개량형 슈퍼호넷은 단점으로 꼽히던 항속거리를 크게 연장하고, 스텔스 성능과 탐지장비를 강화했다.

이번 인도 에어쇼에서 주목되는 사실은 중국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 2009년 행사 때 참가한 적이 있어 이번에 왜 불참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중국이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인도 에어쇼 주최 측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 회사들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간지 인디안 익스프레스는 인도 외교부가 중국 측에 늑장 연락했기 때문에 중국 회사들이 참석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왜냐하면 주최 측에서 행사 바로 전날에서야 중국 측에 참석을 요청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당초 인도로선 이번 행사에 중국을 초청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행사개최 약 한달 전 인도 국방차관이 중국이나 파키스탄, 이란 등을 ‘에어로 인디아 2011’에 초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심지어 중국 언론인들도 행사 초청장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가 중국을 초청하지 않은 이유는 최근 양측 간 비자발급 문제를 두고 갈등이 깊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양측은 소위 ‘비자(VISA)전쟁’을 벌였다. 전말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7월 인도 육군의 3성 장군은 중국과의 정례 고위 장성 교류를 위해 인도 주재 중국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중국 대사관 측은 “분쟁지역인 잠무 카슈미르라는 민감한 지역에서 오는 장군이어서 양국 관계에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에 발끈한 인도 측은 중국 측에 강력한 항의 서한을 보내는 한편, 중국과의 국방 협력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그 다음달 중 인도 방문이 예정됐던 중국 장교 3명에 대한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이 같은 갈등이 인도가 중국 측을 이번 행사에 초청하지 않은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규제 많고 항공기 관세율 높은 편

한편, 인도 군용기와 항공기 시장이 유망하지만 문제도 있다. 군사 분야에 대한 인도 정부의 규제가 강하고, 항공기 등에 대한 관세율도 높은 편이다. 항공산업 규제의 일례로 2009년 인도 정부는 국내 방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외국 방위업체가 인도에 수출하는 항공기 장비의 30%를 인도 국내 업체로부터 의무적으로 구매토록 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인도는 이 비율을 향후 10년 내에 70%로 올릴 것을 고려하고 있다.

시코스키항공기의 스티븐 에스틸 부사장은 “인도의 항공기 수입 관세는 높고 규제는 심하다”며 “이 관세가 대폭 줄어들기 전에는 인도에의 항공기 판매 증대가 기대만큼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