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빠르게 상승 ‘긴장’… 



重中之重은 ‘물가감독과 안정’

(중국은 식품 등 생필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진은 각종 온실재배 채소를 팔고있는 중국 노점상)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가 포격 당하는 난리를 겪으면서 많은 한국 국민들이 수없이 되뇌인 말은 “과연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러시아조차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사실을 분명히 밝히면서 비난하고 나섰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만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조한교화(朝韓交火: 조선과 한국의 상호 포격)’라고 말하면서 얄미운 중립의 동굴에 들어가 앉는 바람에 우리 국민들로부터 큰 미움을 샀다. 1992년 수교한 이래 그 속을 잘 알 것만 같던 중국인들의 얼굴은 갑자기 저만치 떨어져 있는 낯선 얼굴처럼 느껴졌고, 그런 분위기는 외교통상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 내에 한국 정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연구센터’가 발족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이어졌다.

수교 18년 만에 탄생한 우리 정부 내 첫 중국연구센터 발족식 때 나온 정종욱 전 주중한국대사는 센터 발족 특별강연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과 중국 관계의 펀더멘털(Fundamental)은 튼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을 보다 더 크고 멀리, 그리고 깊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겵?경제교역은 2010년 1600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2000억달러, 2035년에는 3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중국은 이미 한국에 제1의 무역 상대국이며, 한국은 중국에 제3의 무역상대국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이미 서로 한쪽 다리를 상대방에게 묶고 뛰는 2인 3각 경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한국이 중국과 수교한 이후 18년 동안 우리가 잊고 살아온 단어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물가 비상’이라는 말일 것이다. 물가 비상 대책회의를 열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부산한 움직임이 언론의 단골메뉴가 되던 시절의 기억을 우리는 그동안 잠깐 잊고 살아왔으며, 그런 배경에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저가 농산물과 생필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저가 농산물과 생필품 덕분에 우리가 ‘물가비상’이라는 말을 한동안 잊고 지낼 수 있던 시절이 이제 거의 다 지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농산물의 경우 1992년 수교 당시 중국 농산물 가격이 한국 농산물 가격의 10분의 1정도이던 것이, 지금은 2분의 1 이하로 그 차이가 바싹 줄어들었다. 빅 맥(Big Mac) 가격의 경우 2010년 10월 이코노미스트 발표에 따르면, 3.03달러 대 2.44달러 정도가 됐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중국 물가 때문에 우리 물가가 폭등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도 이제는 중국의 물가에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런 눈으로 중국을 보니 2011년 중국경제의 화두는 ‘물가’라는 사실이 두드러져 보인다. 중국의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2010년 12월14일 수도 베이징에서 개최한 ‘전국발전개혁공작위원회’도 중국정부의 경제부처들이 2011년 한 해 동안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8개 항의 ‘공작임무’ 가운데 ‘중중지중(重中之重: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물가 감독과 조정’을 들었다. 이 위원회 장핑(張平)주임은 “중요한 생산품들의 비축과 공급을 조절하고 시장공급 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는 석탄과 석유, 전기의 수요와 공급 조절, 특히 석탄 생산량 확보, 전기 공급량 조절 등을 통해 에너지 가격을 적정선으로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발개위 회의가 열린 다음 날인 2010년 12월15일에는 역시 베이징에서 ‘전국 물가국장 회의’가 개최됐다. 회의에서는 “물가 조절을 위해 여러 가지의 조절 수단을 종합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며, 가격개혁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강조됐고, “물가문제를 정부 내 각 부처가 가장 중요한 업무로 삼아 토론할 필요가 있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 회의에 대해 야오젠 중국 국무원 상무부 대변인은 “물가와 통화팽창 문제가 앞으로 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모순”이라고 말하고 “특히 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모순”이라고 밝혔다.

외국기업에 대한 세금우대 조치도 철폐



 물가국장 회의와 같은 날 열린 발개위 회의에서는 2011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8%로 잡고, 소비자가격지수(CPI) 상승 억제 목표를 4%로 잡았다. 이 위원회에서도 “우리 중국의 매크로 경제 목표도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다 한다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12월11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국민경제 주요통계 지표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지수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과연 중국 정부의 4% 이내 억제 목표가 달성될지는 의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최근 잇따라 지급준비율을 인상한다는 발표를 한 점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라 2011년 한 해 내내 중국 최대의 화두는 물가가 될 전망이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함으로써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변신하는 길을 꾸준히 걸어온 중국은 2010년 12월1일 또 하나의 중요한 정부통제의 옷을 벗어 던졌다. 개혁개방 시작과 함께 외자(FDI)를 끌어들이기 위해 채택해왔던 중국 진출 외국기업에 대한 세금우대 조치를 12월1일 자로 완전 철폐했다. 중국 국내기업보다 중국 진출 외국기업들이 낮은 세금을 내던 시대가 종식된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에 대한 보호막을 걷어버린 것이다. 중국 국내기업들과 같은 조건으로 중국 시장에서 경쟁하라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준엄한 지시가 하달된 것이다.

 이 조치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 2011년은 고난의 한 해가 될 것이 틀림없다. 중국 정부의 12·1 조치로 세금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난 데다가 지난해 5월 선전 폭스콘 공장에서 시작된 임금인상의 나비효과가 확산되는 중이라 한국기업들은 세금부담과 임금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대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우리 중소기업들의 운명이 실로 걱정되는 2011년 새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중된 세금 압박과 50%가 넘는 임금 인상 나비효과가 확산되는 가운데 물가라는 펀치마저 얻어맞게 될 경우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 2011년은 실로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 세 번의 파이팅을 외쳐 들려주고 싶다. 자여우(加油)! 자여우! 자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