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왜곡만큼 과세 법안 추진…

“중국 잡아야 미국 산다”

중국과 미국 간 환율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린지 그래엄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이 중국에게 환율 인상을 하도록 만드는 법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며, 이를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나선 의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래엄 의원은 공화당 의원으로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정부의 상대편에 서있기는 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 중국의 환율이 이미 해도 너무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 꽤 오래됐다는 현실을 그대로 표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엄 의원은 “미국과 무역을 해오면서 중국이 취해온 자세에 대해 불만이 커져온 것이 사실이다”고 그동안의 불만을 터뜨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중국의 오래된 환율 조작에 맞서겠다고 한 이상 이제 의회가 그 의지를 시험해볼 것”이라며 조만간 의회 차원의 대중국 환율교정법안이 이뤄져 나갈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래엄 의원이 염두에 두고 있는 법안은 지난 2007년 추진됐던 대중국 환율교정법안과 비슷하다. 골자는 이렇다. 중국이 자국 환율정책에서 자국 화폐가치를 옳은 방향으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미국 재무부가 판단할 경우 중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그에 상응하는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환율을 올리지 않더라도 미국이 지불해야 하는 불이익을 미국 스스로 보상받겠다는 얘기다.  

위안화 문제 해결 초당적 협조

그래엄 의원은 이 법안을 민주당의 척 슈머 의원과 초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에도 이와 비슷한 법안(S 295)을 제출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환율에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중국 수입 상품에 대해 27.5%라는 고율의 상계관세를 물리자는 게 핵심이었다.

당시 두 의원은 초당적으로 중국의 환율 조작 의혹을 정면으로 제시했으며, 의회 내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은 바 있다. 그래엄과 슈머 의원은 당시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15~40%가 평가절하된 상태로 무역이 이뤄지고 있으며, 백악관은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두 의원은 이 법안을 철회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과 상원 금융위원회의 찰스 그래슬리 의원(공화당·아이오와 주), 마르크스 바커스 의원(민주당·몬태나 주) 등 의회의 핵심인물들과 다음해에 이 법안을 다루자는 데 합의하고, 우선은 중국과 원만하게 대화로 풀어보자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미국 내 의견과 의회 내 분위기를 감지하여 스스로 자국 화폐가치를 상향 조정하는 노력을 점진적으로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다소 낮은 자세로 미국을 달래는 목소리를 낸 것도 법안 철회의 배경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환율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고쳐지지 않고 있으며, 환율 저평가 고수라는 자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휘청거리던 미국 경제가 조금씩 일어나려고 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대미 수출이 다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 물량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48.5%나 급증했다. 반대로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는 더욱 커졌다. 이런 결과는 의회 내에서 중국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더 많이 장전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의회 내에서 중국에 대한 조치를 더욱 가속화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며 “내 생각에 의회 내에서 중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엄청나게 강해졌으며, 그 양상도 여야가 없는 초당적인 것이며, 이는 중국과 무역관계가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늘어나는 대중 무역 적자 ‘골머리’

이 같은 분위기는 그래엄 의원과 슈머 의원의 대중국 환율교정법안 추진 의사를 측면 지원하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적절한 대안을 취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과 미국 경제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가이트너 장관은 지난 6월10일 의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중국의 환율정책으로 인해 이뤄지고 있는 왜곡문제는 중국의 국경을 넘어 광범위하게 확산된 상태”라며 “그로 인해 경기 침체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 가장 필요한 국제 경제의 균형이 방해받고 있다”고 중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과 최근 환율 논란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중국 측의 무성의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에 대한 푸념은 의회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도 무방한 것 아니냐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에 대한 정부와 의회의 푸념은 지난 4월 미국의 수출이 1488억달러로 예상과는 달리 지난 3월의 1498억달러보다 약간 줄었으며, 비록 경기 침체로 허덕이던 지난해보다 수출이 다소 늘어났지만 중국의 환율에 이상이 없었다면 더욱 늘어날 수 있었다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 4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193억달러로 169억달러였던 전달에 비해 14%나 증가했다.

그래엄과 슈머 두 의원은 중국이 자국의 환율에 적절하고도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게 하려면 이 같은 법안을 통한 압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슈머 의원은 미국 의회 내에 만들어진 미겵煞姸┥횐린愾嶽㎰廢만?향해 “환율에 대한 정책을 변경하라고 지적해온 지금까지의 노력에 대해 중국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며 “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 아무 말 말고 상정해야 하는 순간이다”며 입법 활동을 시작해야 함을 주장했다.

슈머 의원은 6월 말까지 대중국 환율교정법안을 추진한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계관세 혹은 보복관세의 내역을 담은 법안은 조만간 표결에 앞서 공식적으로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중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실제보다 25~40%가량 낮춰 운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전년에 비해 17억달러가 증가한 반면 미국의 무역적자폭은 현재 400억달러 선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전체 무역적자 중 대중국 적자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로이터통신>이 32명의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의 수출은 32% 늘어나면서 흑자는 8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흑자 규모가 추정액보다 더 많게 나타나면서 중국의 환율 조작 시비는 이제 거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리들은 지난 3월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고 G20 정상회의에서도 이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의 태도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앞으로도 위안화 환율의 변동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경제학자들은 올해를 거쳐 내년까지 인민폐의 가치가 약 0.6%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으며, 중국 측은 이를 시정할 의사가 별로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중국 환율, 미국 정치 최대 이슈로 등극

전문가들은 이제 워싱턴은 중국과 환율에 관한 한 모종의 조치를 취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아무리 미국의 채권을 보유하고 미국 경제의 안정을 좌우하는 상황이라도 중국 환율에 관한 한 이제는 ‘워패스(WARPATH)’, 즉 출정로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전망이다.

의회로서는 현재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의 전략을 숙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대중국 환율조정 실패를 도마 위에 올려놓을 태세다. 국제 경제 측면에서 미국의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부채 규모, 그리고 경기 부양의 실패 등의 원인을 중국에 대한 환율조정 실패에서 찾으려는 기세다. 상당수의 정치 전문가들 역시 의회에서 앞으로 중국의 환율문제가 점차 고조될 것이며, 오바마 정부로서는 원유 사고로 엉망진창인 멕시코 만의 환경 재앙과 더불어 중국의 환율문제로 인한 대중국 수출에서의 적자폭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할 입장이라고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담당 수장이었으며 현재 코넬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옴으로써 중국이 자국 환율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이 문제가 현 정부에 대한 반대 열기를 고조시킬 것이며, 온건한 방법으로 교정하려다 실패한 오바마 정부로서는 다소는 강경한 자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강경자세로 인한 양국의 충돌은 현재 그리스 사태로 유로화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국제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미겵揷珠箏絿봉㎰廢맛?존 프리스비 회장은 “현재 그리스 부채문제와 유로화가 받는 가치 하락 등의 와중에 미국과 중국은 다른 G20 국가들과 함께 공조를 맞춰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