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남부 충칭(重慶) 치장현의 주거 지역이 7월 1일(현지시각) 폭우로 침수됐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 서남부 충칭(重慶) 치장현의 주거 지역이 7월 1일(현지시각) 폭우로 침수됐다. 사진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잠잠해지나 싶었던 중국에서 이번에는 최악의 홍수로 2000만 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한 달 넘게 폭우가 계속되면서 창장(長江·양쯔강)에는 홍수 경보가 내려졌고, 중국 기상국과 각 지역은 홍수 대응 수준을 높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세계 최대 댐인 싼샤(三峽)댐이 무너질 것이란 ‘소문’까지 돌며 코로나19로 흉흉한 민심이 더 술렁이고 있다.

7월 6일(이하 현지시각) 관영 신화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차이나데일리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창장 일대에 한 달 넘게 폭우가 쏟아지면서 7월 3일까지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광시(廣西), 후베이(湖北) 등 26개 성·시에서 이재민 1938만 명이 발생했고 12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중국 남부 지방에는 6월 2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31일간 연속 폭우 경보가 발령됐다. 6월 한 달간 중국 기상대가 중국 전역에 보낸 경고 메시지만 4만3000여 건에 달했다. 그동안 내린 폭우로 중국에선 1만7000채의 가옥이 무너졌고, 농경지 156만㏊가 물에 잠겼다. 장시성과 안후이성 등에 있는 16개 강이 침수되며 416억4000만위안(약 7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났다. 중국 기상국 관계자는 “6월 강우량이 평년보다 13.5% 더 많았다”고 말했다. 집중 호우와 뇌우 발생은 2017~2019년 평균보다 43% 더 많았다.

중국 기상국은 7월 5일 중대 기상 재해(폭우) 위기 대응 수준을 4급에서 3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의 경우 홍수 통제를 위한 위기 대응 시스템이 4단계인데, 1급이 가장 심각한 상태에 처했단 의미다. 6일 중국 동부 저장성도 항저우와 허저우, 지아싱 등에 폭우가 예고돼 홍수 대응 등급을 4급에서 3급으로 상향했다.

중국 남서부 충칭도 이날 폭우로 지역 하천 수위가 치솟자 홍수 대응 수준을 3급으로 상향했다. 충칭에선 폭우가 쏟아지면서 양쯔강 상류에 거주하는 4만 명이 대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7월 5일 중국 중부 후베이성과 후난성도 각각 3급으로 홍수 대응 수준을 상향했다. 창장에 있는 싼샤댐은 수위를 낮추기 위해 6월 29일 올해 처음으로 수문을 열었다.

창장 수자원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중국에는 물 공급량을 조절하고 홍수를 막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을 포함한 40곳의 저수지가 있다”며 “수년간의 노력 끝에 창장 유역은 홍수 통제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다만, 쓰촨성 청두 지질광물국의 수석엔지니어인 팬 샤오는 “홍수 방어 네트워크의 효과는 각각의 댐과 강우 수준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 창장 대홍수 당시와 같은 집중 호우가 이어지며 홍수가 발생한다면, 댐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댐은 제대로 작동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어떠한 테스트도 실제로 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우한 한커우 지구 징탄의 수변 구역이 7월 6일 폭우로 물에 잠겼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 우한 한커우 지구 징탄의 수변 구역이 7월 6일 폭우로 물에 잠겼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1
코로나19 타격 우한, 수해까지

이번 홍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중 하나는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중국 후베이성의 우한이다.

7월 6일 로이터에 따르면, 우한은 이날 홍수 통제 대응 단계를 두 번째로 높은 2급으로 상향했다. 우한은 7월 4~5일 이틀간 250㎜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7월 5일부터 6일 오전 사이의 강우량은 무려 426㎜였다. 도로가 물에 잠기고 일부 하천의 수위가 경계 수준을 넘어섰다. 6일 오전 4시 기준으로 우한의 한 측정지에선 수위가 경계 수준보다 1.79m 높은 26.79m에 달했다.

우한의 경우 1998년 창장 대홍수 당시에도 심각한 피해를 겪었다. 저우 셴왕 우한시장은 “코로나19가 홍수를 막는 작업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창장 일대에 폭우가 이어질 것이란 예보가 있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수자원부는 “7월 10일까지 창장 중하류 대부분의 지역에서 높은 수위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상하이 최대 번화가에 삼성전자(오른쪽), 애플(왼쪽), 화웨이(가운데) 매장이 들어섰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최대 번화가에 삼성전자(오른쪽), 애플(왼쪽), 화웨이(가운데) 매장이 들어섰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2
흔들리는 中 경제

코로나19 충격에 이어 대규모 홍수 피해마저 발생하면서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24일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로 발표했다. 앞서 4월에 내놓은 전망치와 비교하면 0.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코로나19의 충격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여기에 홍수까지 발생해 올해 중국 경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7월 5일 “코로나19와 홍수에도 중국이 올해 1~3%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몬순 우기가 일시적이기 때문에 홍수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거란 얘기다. 차오허핑 베이징대 교수는 “농업 부문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 그친다”고 말했다. 티앤윤 베이징 경제운영국 대변인은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로 종전예상보다 4~5%포인트 떨어진 1%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서부 구마모토현에서 7월 6일 한 주민이 폭우로 무너져 내린 도로를 걷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 서부 구마모토현에서 7월 6일 한 주민이 폭우로 무너져 내린 도로를 걷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日도 대규모 홍수·산사태 피해

중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기록적인 폭우로 대규모 홍수·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

NHK에 따르면, 7월 7일 기준으로 일본 남서부 규슈 구마모토현에선 57명의 사망자와 12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후쿠오카현에서도 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앞으로 피해 규모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규슈에서 가장 큰 강인 치코구강이 범람함에 따라 가장 높은 등급의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구마모토현에서는 7월 4일 오전 시간당 최고 100㎜가량의 비가 내렸다. 일부 지역에선 6시간 동안 최대 381㎜의 폭우가 쏟아졌다. 구마강 12곳에서 홍수가 발생해 제방과 다리가 무너졌고, 구마강 범람으로 침수된 구마무라의 한 요양시설에선 이날 14명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7월 7일 오후 9시까지 48시간 동안 내린 비가 오이타현 히타시 츠바키가하나 698.5㎜, 후쿠오카현 오무타시 609.5㎜, 나가사키현 우라타케 578㎜로 모두 관측 사상 역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