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플리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플리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1월 25일(현지시각)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개막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고립시키지 말라’는 경고문을 날렸다.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시 주석은 다음 날인 26일엔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중국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두 정상의 통화를 두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을 민주 국가들의 반중(反中) 연합에 끌어들이려는 미 행정부의 계획을 좌절시키려는 중국의 매력 공세”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1월 25일 열린 다보스 화상 기조연설에서 “이 시대가 직면한 과제를 잘 해결하는 길은 다자주의를 지키고 실천하며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21세기 다자주의는 새롭고 미래 지향적이며, 다자주의의 핵심 가치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고, 다른 이를 위협하고, 공급망을 붕괴시키거나 제재를 가하고, 디커플링, 고의적으로 고립을 만드는 것은 세계를 분열시키고 대립으로 몰아넣을 뿐”이라고도 했다. 2017년 1월 이후 4년 만에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미·중 갈등 구도를 미국이 먼저 풀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바이든 대신 존 케리 기후특사(전 국무장관)를 다보스포럼에 참석시킨 미국은 워싱턴 D.C.에서 시 주석의 공세에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을 이어 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월 25일 브리핑을 통해 시 주석이 다보스포럼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다자주의를 역설한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대응에 변화를 주거나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은 지금 우리의 안보와 번영, 가치에 중대한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고 이는 미국의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일정한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접근하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외교 수장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중국과 기후 협력 같은 이슈에서는 협력하겠지만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을 숨기지 않았다. 인준안이 1월 26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블링컨 장관은 27일 취임 후 첫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미·중 관계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로 보고 있다”며 “그 관계는 적대적이고 경쟁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을 상대로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는 평가가 변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앞서 1월 19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접근을 택한 것은 옳았다”며 동맹들과 연대를 강화해 중국에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지명자’ 꼬리표를 떼자마자 각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는 한·미·일 3자 협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시대가 막을 내리고 바이든 시대가 열렸지만 미·중 간 갈등 국면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 사진 블룸버그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주주 자본주의 끝낼까 ‘이해 관계자 자본주의 지표’

다보스포럼 사무국은 1월 26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네슬레, IBM 등 61개 글로벌 기업이 ‘이해 관계자 자본주의 지표(SCM·Stakeholder Capitalism Metrics)’를 경영 핵심 지표로 삼기로 했다고 밝혔다. SCM은 성장·사람·지구·지배구조를 핵심 키워드로 한 21개 지표로 구성됐다. 주주 이익만 중시하는 주주 자본주의와 상반된다.

다보스포럼은 “기업이 재무 사항뿐 아니라 환경·책임·투명경영(ESG) 관련 보고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지속 가능한 글로벌 경제 구축을 위해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밝혔다.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은 “기업의 힘은 단순히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능력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BoA 최고경영자(CEO) 겸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 의장은 “주주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중요한 사회적 우선 과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바로 이해 관계자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 EPA연합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 EPA연합

연결 포인트 2
“세계 경제 회복 지연”

1월 25일(현지시각) 개막한 다보스포럼에서 백신 생산과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세계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다보스포럼 ‘경제 성장 복원’ 세션에서 “경제 회복을 위한 다리를 건너는 중이지만, 그 여정은 지연되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 유로 지역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이고, 올해 1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보다 더딜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어 공급 물량이 크게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그는 “회복이 지연되고 있을 뿐 방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자금 조달 조건이 우호적인 상황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도 미국의 경기 부양책에 대해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기 부양이 필요하고 터널을 통과할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 화상 연설 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세계경제포럼 화상 연설 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문재인 “코로나 타격 적은 한국에 투자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7일 다보스포럼 한국 정상 특별연설에서 “한국은 지난해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의 성장률을 보였다”며 “한국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거래처이며 투자처”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관련해서는 “백신 선진국들이 자국민 우선을 내세우며 수출을 통제하는 이기주의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연대와 협력, 다자주의와 포용의 정신을 되살릴 때”라고 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등 한·중·일 3국 정상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10여 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전 세계서 코로나19 백신을 인구 대비 가장 많이 확보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세계의 면역 실험실”이라며 “우리는 백신과 변이 사이에서 레이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3월 말까지 국민 대부분에게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한국은 2월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