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초소형 무인 헬리콥터 ‘인저뉴어티’가 화성에서 날아오르는 상상도. 좌측 상단의 작은 사진은 인저뉴어티가 4월 19일 실제 비행 중 찍은 화성 표면과 인저뉴어티 그림자. 사진 AFP연합·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초소형 무인 헬리콥터 ‘인저뉴어티’가 화성에서 날아오르는 상상도. 좌측 상단의 작은 사진은 인저뉴어티가 4월 19일 실제 비행 중 찍은 화성 표면과 인저뉴어티 그림자. 사진 AFP연합·NASA

4억7000만㎞의 비행 거리를 7개월 동안 ‘인내(perseverance)’한 끝에 탐사 로봇(로버)을 화성 표면에 착륙시킨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이번에는 초소형 무인(無人) 헬리콥터를 인류 최초로 지구 밖에서 날아오르게 하는 ‘독창성(Ingenuity)’을 선보였다.

한국 시각으로 4월 19일 오후 4시 30분(화성 시각 오후 12시 30분) NASA의 초소형 무인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는 화성 표면에서 이륙한 뒤 초속 1m 속력으로 3m 상공까지 상승해 30초 동안 정지 비행을 하다가 착륙했다. 라이트 형제가 사상 첫 비행에 성공한 1903년으로부터 120여 년이 흐른 2021년에 인류는 지구가 아닌 곳에서도 비행체를 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헬기는 날개가 돌아갈 때 발생하는 양력으로 비행한다. 양력을 일으키려면 공기가 충분해야 한다. 그런데 화성 대기는 지구의 1%에 불과하다. 이번 3m 상공 비행에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이유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미미 아웅 인저뉴어티 프로젝트 매니저는 “우리는 라이트 형제의 감동의 순간을 느꼈다”라고 했다.

인저뉴어티는 두 개의 날개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1분에 2500번 회전한다. 이는 일반 헬리콥터보다 5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뉴욕타임스는 “화성 표면에서 이륙하는 건 지구에서 고도 10만 피트(약 30㎞)로 비행하는 것과 같다”라며 “어떤 헬기도 그 정도 높이에서 비행한 적 없다”라고 설명했다.

인저뉴어티는 올해 2월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의 하단부에 붙어 화성 땅을 밟았다. NASA는 2020년 7월 30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퍼시비어런스를 쏘아 올렸다. 7개월간 우주를 비행한 퍼시비어런스는 한국 시각으로 2월 19일 오전 5시 55분 화성 북반구의 예제로 크레이터(분화구)에 착륙했다.

4월 초 퍼시비어런스에서 분리된 인저뉴어티는 섭씨 영하 90도까지 내려가는 화성 지표면의 추운 밤을 견디며 비행 테스트를 준비해 왔다. 높이 49㎝, 무게 1.8㎏인 인저뉴어티에는 내부 온도를 영상 7도로 유지해주는 발열 장치가 부착돼 있다. NASA는 영하 90도 환경에서도 인저뉴어티 부품과 배터리가 버틴다는 점을 확인한 뒤 날개·모터 등 비행에 필요한 장치를 차례로 점검했다.

모든 준비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애초 NASA는 한국 시각으로 4월 12일 오전 11시 54분에 비행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4월 10일 진행된 날개 고속 회전 시험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비행 일자를 열흘가량 연기했다.

인저뉴어티는 화성에서 총 5번의 시험 비행을 할 예정이다. 5m 높이에서 최대 90초 동안 300m 비행하는 것이 NASA의 목표다. 향후 탐사용 헬기는 로버가 도달하지 못하는 지역을 탐사하고, 낮은 고도에서 지면을 더 상세히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P통신은 “인저뉴어티 프로젝트를 토대로 짐 나르고 정찰병 역할을 하는 무인 비행대가 수십 년 안에 화성에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스페이스X의 달 착륙선 ‘스타십’ 구상도. 사진 스페이스X
스페이스X의 달 착륙선 ‘스타십’ 구상도. 사진 스페이스X

연결 포인트 1
머스크도 동참 유인 달 탐사도 속도 내는 美

압도적인 우주 기술력의 미국이 주목하는 탐사 목적지는 화성뿐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17년, 아폴로 프로젝트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2011년 이후 중단된 유인 달 탐사를 재추진하라고 지시했다. 2024년 우주인을 달로 보내겠다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시작된 계기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이다.

강력한 민간 사업자도 미국의 달 정복 계획에 힘을 보탠다. NASA는 4월 16일(현지시각)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달 탐사선 개발 사업자로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세운 블루오리진도 공모에 입찰했으나 승리의 여신은 머스크를 향했다.

스페이스X는 사업 비용으로 28억9000만달러(약 3조2280억원)를 쓴다. 스페이스X는 달 착륙선 ‘스타십’에 우주비행사 2명을 태워 달 표면에 착륙할 계획이다.


올해 2월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중국 ‘톈원 1호’. 사진 AP연합
올해 2월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중국 ‘톈원 1호’.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2
배경에는 패권 경쟁 中 우주굴기 견제

미국이 우주 탐사에 집중하는 건 중국과 패권 경쟁의 연장선 성격이 짙다. 중국은 1950년대 후반 마오쩌둥이 “우리도 인공위성을 보유하자”고 선언하면서 우주굴기(宇宙崛起)를 본격화했다. 중국 정부는 2050년까지 지구와 달을 포괄하는 우주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장기 비전 아래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퍼붓고 있다.

이미 성과도 냈다. 2019년 1월 중국은 무인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탐사선이 달 뒷면에 갔을 때 지구와 교신이 끊어질 수 있는 문제를 통신 중계 위성 ‘췌자오’ 발사로 해결했다.

올해 2월에는 탐사선 ‘톈원 1호’가 화성 궤도에 진입하기도 했다. 톈원 1호는 화성 주변을 도는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무게가 5t에 이른다. 중국은 미국 GPS(위성항법장치)에 대항하는 자체 위성항법 시스템 ‘베이더우(北斗)’도 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의 종합 연소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의 종합 연소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도전하는 한국 국산 발사체 ‘누리호’ 10월 발사

G2(주요 2개국⋅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한국의 우주 탐사 속도는 느리다. 자력으로 개발 중인 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10월 발사를 앞둔 정도다.

누리호에는 국산 기술로 만든 엔진 6기가 들어간다. 로켓의 최하단부이자 가장 큰 추진력이 요구되는 1단에는 75t급 추진력을 내는 엔진 4기가 장착된다. 이 4개의 엔진이 하나처럼 묶여 총 300t급의 엔진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3월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의 1단 엔진 성능과 내구성을 확인하는 최종 종합 연소 시험을 했다. 이 현장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본발사만 남았다”라며 “2013년 (발사한) ‘나로호’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발사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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