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성 탐사선 톈원 1호의 착륙기와 탐사 차량 ‘주룽’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중국국가항천국
중국 화성 탐사선 톈원 1호의 착륙기와 탐사 차량 ‘주룽’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중국국가항천국

중국 무인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5월 15일 화성 표면에 착륙했다. 중국은 미국과 구소련에 이어 화성 착륙에 성공한 세 번째 국가가 됐다. 5월 19일엔 무인 탐사 차량 주룽(祝融)이 화성 표면을 촬영해 지구로 보낸 사진 두 장이 공개됐다. 탐사 차량 후면의 내비게이션 카메라가 찍은 컬러 사진엔 화성 표면 토양·암석의 색과 질감 등이 꽤 선명하게 담겼다. ‘붉은 행성’의 비밀을 밝히려는 주룽이 순조로운 임무 시작을 알린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성 착륙을 위한 첫 시도에서 바로 성공했다. 2011년 발사한 화성 탐사 궤도선 잉훠(螢火) 1호가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실종된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중국은 이번에 탐사선을 화성 궤도에 올린 후 탐사 차량을 실은 착륙기를 착륙시키고 표면을 탐사하는 세 가지 과정을 한꺼번에 해냈다. 미국이 수십 년에 걸쳐 이뤄낸 성과를 한 번에 해낸 것이다. 지구와 달을 넘어 화성까지 중국의 우주 굴기(崛起)가 거침없다. 우주 패권을 쥔 미국에 도전하며 우주 강국 목표를 향해 진격 중이다. 우주가 미·중 슈퍼파워를 겨루는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톈원 1호는 작년 7월 23일 중국 자체 개발 로켓 창정(長征) 5호에 실려 발사된 후, 올해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3개월간 궤도 탐측 활동 후, 발사 295일 만에 화성 표면에 내렸다. 톈원 1호는 궤도선과 착륙기, 탐사 차량으로 구성됐다. 중국국가항천국(CNSA) 발표에 따르면, 5월 15일 오전 4시쯤 탐사 차량 주룽을 실은 착륙기가 궤도선에서 분리됐고 3시간여 비행하다 고도 125㎞ 화성 대기권에 진입했다. 착륙기는 ‘마(魔)의 9분(대기권 진입부터 속도를 줄여 스스로 착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통과해 오전 7시 18분(중국 시각) 화성 북반구의 유토피아평원 남부 표면에 착륙했다. 보통 화성의 극한 날씨와 낮은 대기 밀도로 인한 감속 어려움 때문에 착륙 성공률은 50% 미만이다. 전설 속 ‘불의 신’의 이름을 딴 주룽은 앞으로 90화성일(화성의 하루는 24시간 37분)간 화성 토양을 조사하고 물과 얼음 흔적을 찾는 임무를 수행한다. 주룽은 무게 240㎏으로, 태양 전지판에서 동력을 얻는다. 주룽이 수집한 정보와 이미지는 화성 궤도를 도는 궤도선을 통해 지구로 전송된다. 주룽이 모든 임무를 완수하면, 미국 다음으로 화성 탐사 임무를 끝까지 성공시키는 두 번째 국가가 된다. 구소련 마스(Mars) 3는 미국과 우주 냉전이 치열했던 1971년 화성 표면 착륙에 성공했으나, 한 장의 이미지만 지구로 보낸 후 교신이 끊겼다.


주룽의 전면 카메라가 촬영한 화성. 사진 중국국가항천국
주룽의 전면 카메라가 촬영한 화성. 사진 중국국가항천국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착륙 성공 직후 축전에서 “지월계(지구와 달)에서 행성 간으로 도약을 실현하고 성간 탐사 영역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선진 행렬에 진입했다”고 치하했다.

시 주석은 2016년 행성 탐사를 국가 우선 순위로 선언한 후, 우주 굴기 야심을 빠르게 현실로 만들고 있다. 중국의 미국 우주 패권 추격은 달 탐사에서 이미 가시화됐다. 달 탐사선 창어(嫦娥) 1(2007)·2(2010)·3(2013)호를 쏘아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1월 창어 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다. 작년 12월엔 창어 5호가 달에서 채취한 흙·암석 표본을 싣고 귀환했다. 미국·구소련에 이어 달 표본 채취 후 지구 복귀에 성공한 세 번째 국가다. 중국은 올해 3월엔 러시아와 함께 달 표면이나 궤도에 연구기지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29년 달에 사람을 보낸다는 목표도 밝혔다.

중국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독자 우주정거장도 짓고 있다. 지난 4월 우주정거장 본체인 톈허(天和)를 지구 궤도에 안착시켰다. 중국 우주정거장은 미국·러시아 등이 공동 운영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대항해 시작한 프로젝트로, 우주인 3명의 생활 공간인 본체와 실험실 2개로 구성된다. 중국은 남서부 구이저우성에 세운 직경 500m짜리 전파망원경(FAST)으로 외계 지능체 ‘ET’를 찾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미국은 중국의 추격에 쫓기는 입장이 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7년 사람을 다시 달로 보내겠다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총 12명의 아폴로 우주 비행사가 달 표면을 밟은 후, 유인 달 탐사는 멈췄다. 미국은 2024년 달 남극에 우주 비행사를 보내 사람이 체류할 수 있는 달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최소 350억달러(약 39조90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미·러가 운영하는 ISS는 2024년까지 운영 후 2025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ISS 운영이 멈추면 중국이 짓고 있는 우주정거장이 지구 궤도에 있는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될 수도 있다.


plus point

中 우주 굴기 떠받친 민간 스타트업 급증

중국의 우주 굴기는 민간 우주 산업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주 강국 꿈을 선언한 이후 몇년 새 항공우주 분야 스타트업이 급증했다. 이들은 위성 제작·로켓 발사 등 새로운 수요를 겨냥해 실제 돈을 벌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 데이터 분석사 톈옌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상업 항공우주 분야로 60억위안(약 1조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2019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엔 약 160개의 민간 우주 회사가 활동 중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시 주석 취임 이듬해인 2014년부터 생겨났다. 당시 중국 정부는 우주 분야 기업에 민간 자본 투자를 허용하며 우주 산업을 개방했다. 민간 기업과 투자를 참여시켜 우주 개발 생태계 확장에 나선 것이다.

베이징의 민간 발사체 제조 스타트업 갤럭틱에너지(Galactic Energy)는 지난해 11월 세레스-1 로켓을 첫 발사해 무게 50㎏짜리 통신 위성 톈치 11을 태양 동기 궤도에 안착시켰다. 2018년 설립된 창업 3년 차 회사가 중국 민간 항공우주 기업 중 두 번째로 궤도 진입을 성공시킨 것이다. 갤럭틱에너지는 지난해 9월 유치한 2억위안(약 360억원)을 포함해 총 3억위안(약 54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2019년 중국 민간 로켓 발사 기업 중 처음으로 궤도 진입을 성공시킨 아이스페이스(iSpace)는 올해 말까지 재사용이 가능한 1단계 로켓 하이퍼볼라 2를 발사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과 비슷한 수직 착륙 기술을 갖춘다는 것이다.

2016년 설립된 아이스페이스는 중국 우주 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증시(상하이 커촹반) 상장도 추진 중이다.

김남희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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