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6월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이틀째 회의를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AFP연합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6월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이틀째 회의를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AFP연합

주요 7개국(G7)이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을 15%로 합의했다. 지난해 터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 재정 지출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세수 확충을 위해 법인세율을 올릴 경우, 다국적 기업이 조세 회피처 등으로 이탈하는 걸 방지하자는 목소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기업이 소재한 곳에서 과세하도록 한 100년 된 국제 법인세 체계를 바꾸는 데도 합의했다. 매출이 발생하는 곳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6월 5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런던에 모인 G7 재무장관들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 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합의 사실이 공개된 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기업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G7이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집단 리더십을 보였다”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6일 “이번 합의로 G20 국가들은 테스트에 직면했다”며 “7월 초 이탈리아 베네치아(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글로벌 조세가 어젠다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다국적 기업이 세금을 덜 내려는 목적으로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매출을 옮기는 행위를 막기 위해 논의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수년 전부터 논의해온 디지털세 도입의 연장선이다. OECD 회원국들은 구글과 같은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이 돈을 버는 국가에 사업장을 두지 않아 세금을 물리기 어려운 현실을 바꾸기 위해 디지털세 도입을 논의해 왔다.

이번에 ‘15%’라는 숫자를 제시한 건 미국이다. 옐런 장관은 4월 5일 미국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 연설에서 국제 사회가 법인세 ‘바닥 경쟁’을 멈춰야 한다며 최저 세율 21%를 제시했다. 이후 21%를 두고 G7 국가 간 의견이 엇갈리자 절충안으로 15%를 제안했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최저 법인세 15% 안은 급물살을 탔다.

G7이 의견 일치에 이른 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세계 여러 나라가 수조달러에 이르는 경기 부양 자금을 투입해온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국 정부는 다국적 기업들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예상보다 큰 매출을 올렸다는 데 공감했다”며 팬데믹 지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법인세율 하한선을 두기로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G7의 이번 합의로 어떤 기업이 혜택을 보고 어떤 기업이 손해를 보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구글·페이스북 등 다수의 IT 공룡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경우 유럽 본사를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두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 본사 다수가 있는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다. 애플의 유럽 본부도 더블린에 있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있는 구글 사무소. 사진 구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있는 구글 사무소. 사진 구글

연결 포인트 1
넘어야 할 산 아일랜드 등 반발

G7은 합의에 성공했으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를 다른 많은 국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아일랜드나 헝가리처럼 낮은 법인세율을 앞세워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온 국가 입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달가울 리 없어서다. 이런 국가들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관건이다.

파스칼 도노후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G7의 합의 발표가 공개된 직후 아이리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G7 합의를 이행할 경우 20억유로(약 2조7153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이는 지난해 법인세 수입의 20%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도노후 장관은 지난 5월 영국 매체와 인터뷰에서도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제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유치한 중국도 G7 합의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자 유치의 70%가 유입되는 채널인 홍콩도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사진 삼성전자

연결 포인트 2
유불리 따지는 韓 “외자 유출 없을 것”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가 한국에는 득일까 실일까. 한국의 최저 법인세율은 대기업의 경우 17%(과세 표준 1000억원 초과 기준)다. 최고 세율은 27.5%로 세계 9위 수준이다.

낮은 법인세율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G7 합의안이 실행되더라도 외자 유출을 우려하지 않는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그간 국내에서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던 구글·페이스북 같은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점만 고려하면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이 외국에서 토해내야 할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조원이 넘는 연 매출 가운데 90%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저 법인세율 적용 대상 기업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제 사회가 추가 논의를 지속해서 해야 한다”라고 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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