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들과 초청국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G7 정상들과 초청국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전제주의 대립’ 구도를 통한 ‘중국 견제’에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호응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에서도 동맹을 재확인하고 중국 견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제적 반중(反中) 연대 구축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일본 등 G7 정상들은 6월 13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콘월에서 열린 사흘간의 정상회의를 마치고 25장 분량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중국이 내정간섭이라며 민감해하는 국제 이슈가 대부분 담겼다. 중국의 홍콩·대만·신장위구르 인권 침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재조사,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홍콩·대만·신장·코로나19 기원 거론

G7 정상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현재 상태를 바꾸고 긴장을 키우는 어떠한 일방적 시도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대만과 홍콩, 신장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장려한다” “(중국이) 홍콩에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허용해야 한다” “강제 노동이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G7은 또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는 세계보건기구(WHO)의 2차 조사에 중국의 협력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G7 정상들은 미국의 글로벌 인프라 구상인 ‘더 나은 세계 재건(B3W)’에도 합의했다. B3W는 10억 회분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을 저소득 국가에 기부하기로 한 것으로, 중국의 백신 외교와 일대일로에 대항하는 성격을 띤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경제 영토를 넓히는 프로젝트로 100여 개국이 참여했고 철도, 항구, 고속도로 건설 등 연계 프로젝트가 2600여 건 이상이다. 존 커튼 토론토대 G7 연구그룹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번 공동성명은 1989년 중국 텐안먼 사태 이후 가장 날카로운 중국 비판 발언이자, 1975년 정상회의가 시작된 이래 가장 비판적인 발언”이라고 했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3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연합체)’ 화상회의에서도 남중국해 해상 안보와 기후 변화, 통신 기술, 공급망 등의 협력을 논의했다. 이와 별도로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분야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 직접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반중 전선의 무대가 된 이번 G7 정상회의에는 한국·인도·호주·남아공 정상도 초청됐다. 문재인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영국 콘월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화상으로 참석했다. 중국 주도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동맹에 참여하고 있는 남아공과 인도 정상, 미·중으로부터 줄서기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 정상이 반중에 호응한 G7 정상들과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중국은 G7 정상회의 이후 미국을 겨냥해 “소수의 나라가 국제 질서를 정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영 중국 대사관은 6월 14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G7 공동성명 가운데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홍콩, 대만 문제 언급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며 “G7은 중국을 음해했고 내정을 간섭했다”고 비판했다.


나토 정상들과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
나토 정상들과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1
나토·EU도 中 견제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직후 참석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미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 이어졌다. 중국을 사흘 연속으로, 세 차례나 비난한 셈이다.

나토의 30개국 정상은 6월 14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이라고 규정했다. 나토 정상들은 “중국이 국제 질서와 동맹 안보에서 구조적인 도전을 야기한다”며 “핵무기를 확충하고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협력한다”고 비판했다. 나토는 2019년만 해도 중국을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중립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6월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미·EU 정상회의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중국과 러시아, 코로나19 문제 등에 대해 협력하자는 내용의 공동성명이 나온 것이다. 주EU 중국 대표부는 “케케묵은 냉전 시대의 제로섬 사고로 가득 찼다”며 “이는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국과 화상회의 중인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 로이터연합
중국과 화상회의 중인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 로이터연합

연결 포인트 2
美·中 사이 난감한 유럽 국가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G7, 나토 등 주요 정상회의이 끝나자마자 수위 조절에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토 성명이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과장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많은 문제에 있어 우리의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많은 측면에서 우리의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7은 중국과 이견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 무역, 기술 개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길 원한다”며 “확실히 말하지만, G7은 반중국 클럽이 아니다”라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나토 지도자들은 중국을 러시아처럼 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 누구도 중국과 신냉전에 빠져드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 정상들의 이 같은 행보는 중국과 경제적인 대립을 원치 않는 실리를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독일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었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 AFP연합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3
WHO, 中에 코로나 조사 협조 촉구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6월 12일 화상으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우한연구소 유출설에 대해 “더 깊은 조사를 할 의향이 있다”며 “다음 단계 조사에서는 (중국의) 더 나은 협조와 투명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WHO는 올해 초 우한을 방문 조사한 뒤, 실험실 누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에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나왔다고 본다고 밝혔다. 스정리(石正麗) 우한연구소 박사는 “우리 연구소는 유전자 억제 조작을 통해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강화하는 연구를 하거나, 협조한 적이 없다”고 곧바로 반박했다.

우한연구소의 바이러스 유출설이 연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이유는 코로나19 배상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우한연구소가 팬데믹(pandemic·대유행)의 원인이라면, 각국은 물론 사망자 유족들이 중국 정부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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