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주요국의 물가까지 급등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8월 1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투자 회사인 인프라캡 최고경영자(CEO)인 제이 헷필드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더 중요한 리스크는 2022년 스태그플레이션 도래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통제력을 잃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최소한 2022년에 정책금리를 두 차례는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과열을 동반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배적이었던 분위기에서 경기침체 속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 배경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정 자료를 인용해 델타 변이가 미국 코로나 신규 확진자의 98.8%를 차지했다고 8월 18일 전했다.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여파로 공급망이 다시 타격을 받아 물가 상승 충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경기 회복이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부각되고 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벤 제프리 전략가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많은 미국인의 일자리 복귀를 늦췄다”며 “일할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임금 인상이 계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서의 경기침체 징후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하락에서도 드러난다. 미 국채 금리는 지난 3월과 5월 두 번에 걸쳐 1.7%대까지 올랐지만, 8월에는 1.2%대까지 급락했다.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안전 자산인 미국 채권 수요가 늘수록 채권 금리는 떨어진다. 

중국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영향으로 최근 경기 둔화 조짐을 보였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7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8.5%로 6월 증가율(12.1%)보다 낮았고, 예상치(10.9%)에도 미치지 못했다.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6.4%로, 시장 전망치(7.9%)를 밑돌았고, 6월 증가율(8.3%)보다 둔화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흐름은 두드러진다. 8월 11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4%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한 2008년 7월(5.5%)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또 지난 6월 CPI 상승률과 같은 수준으로,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두 달 연속 급등세를 유지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의 7월 CPI 상승률은 소비 위축이 반영되면서 전년 대비 1%에 그쳤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7월 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가파른 물가 상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향후 몇 년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결 포인트 1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오일쇼크發 물가 상승

사진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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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스태그플레이션은 1973년 발생한 1차 오일쇼크가 급격한 물가 상승 원인이 돼 발생했다. 최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이 촉발한 물가 상승에 기인한다. 

1차 오일쇼크는 1973년 미국의 후원을 받은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시리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자 중동의 산유국들이 합심해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줄이기로 결의하고, 갑작스럽게 감산과 가격 인상을 단행한 사건을 말한다. 그 여파로 원유 공급이 급감했고 단기간에 석유 가격이 4배 이상 올랐다. 기름값이 오르자 각종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이 올랐고 덩달아 산업 전반적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했다. 물가는 올랐지만, 경기는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오일쇼크 약 1년 뒤인 1974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5%로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0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78년 2차 오일쇼크 역시 급격한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당시 혁명으로 이란의 정권을 잡은 호메이니는 석유 수출 금지를 선언, 배럴당 12달러 선이었던 유가를 20달러까지 60% 이상 급등시켰다. 1·2차 오일 쇼크로 달러화 가치가 폭락했고, 몇 년간 물가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당시 연준이 금리를 20%대까지 인상하는 등 특단의 조치로 물가를 안정시켰지만, 과도한 금리 인상 부작용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데 수년이 넘는 시간이 또 필요했다.


연결 포인트 2
美 테이퍼링 가능성에 신흥국 ‘긴축발작’ 공포
 

사진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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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8월 11일(이하 현지시각)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으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 “코로나19가 세계 신흥국 시장에 경기둔화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 정부들의 양적완화 정책이 끝나면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2013년 긴축발작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이 신흥국 경제에 공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미 연준이 테이퍼링을 발표했을 때도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확대, 시중에 통화 공급이 크게 늘었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연준의 테이퍼링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공표하고, 이르면 11월 FOMC에서 테이퍼링에 실제로 착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8월 16일 보도했다.

연준이 8월 18일 공개한 7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참석자는 “올해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테이퍼링은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것으로 시중 통화 공급이 감소한다는 의미가 있다. 테이퍼링은 달러화 가치 상승과 함께 금리 인상을 수반한다.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통화의 상대적 약세와 이에 따른 신흥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진다. 신흥국 통화 약세는 외채 이자 부담도 키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부족해 접종률이 낮은 신흥국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국면에 선진국들의 테이퍼링까지 닥칠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캐나다 중앙은행은 4월부터 국채 매입 규모 축소를 발표했고, 호주 중앙은행도 9월부터 정부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일종의 테이퍼링 방법인 자산 매입 축소에 나선 것이다. 멕시코, 우루과이, 브라질, 칠레 등 일부 신흥국들의 경우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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