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의 반독점 소위원회 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버샤(사진) 상원의원은 10월 14일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로 불리는 미국 거대 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반(反)독점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AFP연합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의 반독점 소위원회 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버샤(사진) 상원의원은 10월 14일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로 불리는 미국 거대 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반(反)독점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AFP연합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 ‘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 ‘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미국 상원의 여야 의원은 10월 14일(이하 현지시각)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로 불리는 미국 거대 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반(反)독점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안은 거대 IT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을 타사보다 우대하는 것, 검색 결과에서 특정 기업·제품을 눈에 띄게 하는 것,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업에 자사 제품 구입을 요구하는 등의 편향적인 운영을 금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또 이 같은 위법 행위를 막기 위해 반독점 당국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다.

규제 논의를 주도하는 민주당의 에이미 클로버샤(Amy Klobuchar) 상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소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번영은 열린 시장과 공정한 경쟁 위에 쌓아 올려졌지만 지금은 독점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소비자나 경쟁 환경을 지키기 위한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美 상·하원 GAFA 규제 강화하는 반독점법 개정안 제출

미 의회에서는 하원의 반독점 소위원회가 작년 10월 거대 IT 기업의 사업 분할 등을 포함한 규제 강화 법안을 제출했다. 하원의 법안 제출은 하원 사법위원회가 16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작년 10월 공표한 보고서에 근거한다. 보고서는 세 가지 문제 행위를 지적했다.

첫 번째는 잠재적 경쟁자를 시장에서 제거하기 위해 해당 경쟁사를 매수하는 행위다. GAFA가 연간 수백 개 스타트업을 매수하고 있는데, 이것이 미래 혁신 경쟁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타사 제품의 횡령이다. 아마존 등이 자사 플랫폼에서 거래된 타사 제품 가운데 잘 팔리는 것을 모방해 저가에 자사 제품으로 판매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세 번째는 자사 우대다. 플랫폼 기업이 타사 콘텐츠를 자사 콘텐츠와 대등하게 다루지 않거나 자사 앱 이용을 강요하는 행위 등이다. 애플이 발생 수익의 30%를 가져가는 인앱 결제가 불공정하다며 애플에 소송을 건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규제 당국은 그동안 디지털 시장에 대한 개입을 제한해 왔다. 미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저하한 1970년대 후반부터 득세한 시카고학파의 견해에 기반한 것이었다. 시카고학파는 시장 경쟁이 스스로 독과점을 억제해 기술 혁신을 촉진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미 규제 당국도 부당한 가격 인상 등에는 엄격히 대응해온 반면, 기업의 거대화에는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런 자세가 거대 IT 기업 등의 과점이나 독점적·우월적 지위 남용을 간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거세졌고, 이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보고 규제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기업의 독점적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의 연장선 위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반독점법 집행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 반독점 부문 수장에 독점 금지와 사생활 보호 강화론자를 잇달아 지명해 규제 당국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 당국과 주 정부들도 한목소리를 내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독점 금지 소송을 내고 있다. 작년 가을, 사법부와 11개 주 법무부 장관은 인터넷 검색 시장 상황이 독과점금지법 위반이라며 구글을 제소했다. 작년 연말엔 FTC가 페이스북을 제소했다. 인스타그램(2012년)과 와츠앱(2014년) 인수가 잠재적 경쟁자를 시장에서 제거하기 위해 해당 경쟁사를 매수한 행위라는 것이 이유였다.

10월 6일 FTC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시작한다고도 발표했다. 스마트폰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FTC는 반독점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는 행위와 경쟁 정책상 문제점을 정리해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당국의 GAFA 소송은 실효 못 거뒀고 법 개정에도 장벽 많아

대통령령이나 잇따른 소송이 GAFA에 타격을 입히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FTC가 페이스북을 고소한 건은 올해 6월 연방지방법원이 기각했다(FTC는 8월에 다시 제소). 에픽게임즈(포트나이트 제작사) 대 애플 소송에서는 대체로 애플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다. 두 건은 결코 예외가 아니다. 최근 주목받은 소송은 대체로 기업 측이 승소하고 있다. 반독점 당국이 인수합병(M&A)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올해 미국 내 M&A는 역대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바이든 정권은 소송만으로는 미국 기업의 독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고, 필요한 것은 독점 금지에 관한 법규 개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GAFA의 로비 활동이 이미 활발해 의원 제출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적다. 의회에서 법안이 성립하려면 상·하 양원의 가결이 필요하다. 공화당에는 규제 강화로 연결되는 법안에 회의적 견해도 있어 성립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미 연방대법원이 보수화했기 때문에, 거대 IT 기업에 대한 경쟁 정책의 법 해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FTC는 이렇게 많은 합병과 반독점 문제를 모두 조사할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다. 반독점 당국이 충분한 힘을 갖지 못하면, IT 대기업이 당국의 규제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최근 불거진 굵직한 M&A 사안에서 정부의 합병 금지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예를 들어 모바일통신 대기업 스프린트와 T모바일 US의 합병에는 여러 주 정부가 금지 소송을 걸었지만 기각됐다.


당국 스스로 권한 강화하고 제재 룰 바꿔야

FTC의 규제가 곧바로 GAFA 등의 기업 분할을 강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업 분할 계획이 무산된 이후 대기업의 분할 시도 자체가 없었고 새로운 규제의 개요조차 제시되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제아무리 당국이 GAFA에 소송을 건다 해도 무용론마저 나온다. 정부가 소송을 걸더라도 수많은 절차를 넘어야 한다. 미 법무부는 작년 10월 구글을 제소했지만 공판이 열리는 것은 2023년 후반이나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독점 소송이 늘어나면 판결까지 5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당장 소송으로 실효를 거두는 것이 어렵고, 반독점법 개정에도 장벽이 많다면 어떤 다른 방법이 있을까? 독점 저지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미국 법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독점적 기업은 잠재적인 경쟁자를 매수해서는 안 되도록 당국이 확실한 방침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사 거래처가 다른 경쟁사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임을 분명히 인지시키고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 정부가 법원에서 해당 기업이 소비자의 이익을 해쳤다고 증명해야만 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들어가는 소송전에 정부는 의외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오픈마켓 연구소의 산딥 바히산(Sandeep Vaheesan) 법무책임자는 “FTC를 비롯한 정부기관에는 반독점 규정을 수정할 권한이 있고, 특히 FTC는 불공정한 경쟁을 특정해 제재할 막강한 권한이 의회로부터 부여돼 있다. 그 권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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