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오 겐(寺尾玄) 발뮤다 최고경영자(CEO). 사진 블룸버그 1. 발뮤다 커피 메이커. 2. 토스터. 3. 스마트폰. 발뮤다
테라오 겐(寺尾玄) 발뮤다 최고경영자(CEO). 사진 블룸버그
1. 발뮤다 커피 메이커.
2. 토스터.
3. 스마트폰. 발뮤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현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 강사, 전 한국경제신문 온라인총괄 부국장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현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 강사, 전 한국경제신문 온라인총괄 부국장

발뮤다는 가전업계에서 주목받는 일본의 중소기업이다. 소니, 파나소닉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프리미엄 생활가전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2010년 ‘그린 선풍기’를 시작으로 공기 청정기, 토스터, 커피 메이커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이 회사 선풍기는 기존 제품과 다른 팬을 사용해 부드러운 바람을 내보낸다. 토스터는 증기를 사용, 빵을 촉촉하게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 뮤지션 경력의 테라오 겐(寺尾玄)이 2003년 창업, 2020년 말 도쿄 증시에 상장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한국을 자주 찾아 한국 음식을 즐겼던 ‘지한파(知韓派)’ 일본 기업가다.

테라오 대표는 최근 필자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애플, 파타고니아, 바즐 세 기업 덕분에 사업에 눈을 떴다”며 “창업자 본인들이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 시장에서 성공한 선구적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발뮤다는 기존 가전제품에 ‘체험 가치’를 더한 독특한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찾아냈다. 디테일과 디자인에 강한 전성기 ‘일본 가전업체’의 특성을 갖췄다는 평이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정보기술(IT) 강자들이 선점한 스마트폰 시장에 신규 진출했다. 발뮤다의 20여 년 궤적을 추적한다.


디자인과 디테일에 강한 생활가전업체

테라오 겐 대표는 2003년 유한회사 ‘발뮤다 디자인’을 설립했다. 예술인의 길을 단념하고 본격적인 제조업에 뛰어든 순간이다. 회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2011년 사명을 발뮤다㈜로 바꿨다. 매출은 2010년 2억5300만엔(약 25억원)에서 2020년 125억8700만엔(약 1258억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발뮤다는 ‘특별한 경험을 나눈다’를 모토로 한다.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하고, 디자인적으로 존재감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 승부를 걸고 있다. 테라오 대표는 “과거 가전제품들은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였지만, 현재 소비자들은 편리함보다 새롭고 경이로운 경험을 찾고 있다”며 “토스터의 경우 단순히 빵을 빠르고 간편하게 굽는 것뿐만 아니라 식사를 더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선보인 커피 메이커와 스마트폰에도 테라오의 ‘모노즈쿠리(장인 정신을 담은 물건 만들기)’ 철학이 담겨 있다. 커피 메이커 ‘발뮤다 더 브루’는 강한 압력으로 커피를 내리는 에스프레소 샷 추출 방식이 아닌 핸드드립 방식을 적용했다. 사용자가 커피가 내려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스마트폰인 ‘발뮤다 폰’은 지난해 11월 시판에 들어갔다. 테라오는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 대해 “경쟁사보다 앞선 기능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체험 가치를 추구한다”며 “레드오션 시장에서 차이점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회사 특기”라고 설명했다.

발뮤다 폰은 4.9인치 스크린, 무게 138g이다. 스마트폰 기본 애플리케이션(앱)인 캘린더·카메라·시계·메모·계산기 앱을 독자 개발했다. 음악가로 활동했던 경력을 살려 벨 소리 등에도 차별점을 뒀다. 카메라는 야간 모드, 인물 모드 외에 음식을 맛있게 촬영할 수 있는 요리 모드를 지원한다. 회사 측은 “발뮤다 폰은 직선이 없는 스마트폰이 특징”이라며 “손에 익숙한 형상, 갖기 쉬운 크기를 택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토스터, 선풍기, 가습기 등 소형 생활 가전에 반영해온 디자인 특성을 폰에도 그대로 반영했다.


“경영자는 심신(心身) 강해야…제1 임무는 회사 망하지 않게 하는 것”

1973년생인 테라오 겐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다. 17세 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스페인, 이탈리아 등 지중해 지역을 방랑 여행했다. 귀국 후 음악 세계에 빠져들어 밴드 활동을 했고, 2001년 밴드 해산 후 공장에 들어가 독학으로 설계와 제조 기술을 익혔다. 발뮤다의 대표 겸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테라오는 기업에서 ‘리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라고 강조한다. 첫째, 회사가 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회사가 망할 뻔했지만 도산하지 않았다”며 “위험할수록 투지가 불타오르는 타입이지만,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둘째, 빠른 스피드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발뮤다의 매출은 창업 첫해 600만엔(약 6000만원)에서 2020년 125억87000만엔으로 2000배 이상 급증했다.

테라오 대표는 리더의 필요조건과 관련, ‘심신(心身)의 강함’을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사람도 기업도 무너지지 않아야 발전이 가능하다”며 “위기 때 얼마나 강하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환경이 열악해진 기업도 있지만,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위기를 극복하고 상장까지 이른 비결에 대해 “실패했을 때의 쓰라린 경험을 진지하게 돌아보면 왜 실패했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발뮤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테라오는 일본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향후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장악한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원하는 스마트폰이 시중에서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소비자의 예산이나 사정에 맞는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형태도 비슷하고 다양성이 적다. 인류가 가장 많이 쓰는 생활필수품인데, 너무 획일적이다. 아이폰마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다. 소프트웨어와 기기에서 사용감이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

‘원하는 스마트폰’은 어떤 제품인가.
“스마트폰의 ‘재발명’이라기보다는 ‘다른(another) 제안’이다. 기존 스마트폰과 다른 선택지를 소비자에게 제공하자는 것이다. 토스터나 선풍기도 소비자의 선택지를 확장해 평가를 받았다. 향후 3~4년분의 스마트폰 모델을 준비 중이다. 스마트폰의 ‘화면’ 차별화가 핵심 포인트다.”

신제품을 낼 때 고려하는 요인은.
“기술의 발명이 아닌 가치의 발견이다. ‘이 가치, 사실은 굉장히 중요했어’ 같은 발견이다. 그래서 자동차 시장에도 진출할 생각이다. 다만, 회사는 좀 더 ‘프로듀싱’해야 한다. ‘이 아티스트를 어떻게 키워나갈까’ 하는 프로듀서의 시선에서 회사를 경영한다. 인기도 만들어 가야 하고, 기초도 강하게 해야 한다.”

기업공개(IPO) 후 일어난 변화는.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발뮤다답게 도전해 나가겠다. 기존 가치관에 대해 다른 제안을 해나가는 게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회사는 강한 창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좋은 제품을 계속 만들 수 있다.”

발뮤다가 지향하는 미래는.
“20년 뒤쯤 세계 유수 기업이 되는 것이 인생 목표다. 세계적 기업이 되려면 ‘산(山)’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산에 맞닥뜨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흔한 패턴은 자국의 경제 성장 파도에 올라타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선진국이고, 강한 경제 성장이 끝났다. 우리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혁신(innovation)’밖에 없다. 객단가가 좋고 고객이 많은 시장으로 계속 진출하는 것이다.”

테라오 대표는 별개로 진행된 필자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주문하자 꿈에 대한 도전을 강조했다. “취업난이 심한 걸로 안다. 자신을 강하게 믿고 내 꿈은 꼭 실현될 것이라고 굳게 마음먹는 게 중요하다. 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강하게 믿으며 비즈니스를 했다. 오늘은 60년 뒤 사람들에게는 60년 전이다. 60년 뒤에는 지금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많이 실현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새로 만들 기회를 얻고 있다.”

최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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