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이 타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사진 블룸버그
야나이 타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사진 블룸버그
최인한시사일본연구소 소장 현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 강사, 전 한국경제신문 온라인총괄 부국장
최인한시사일본연구소 소장 현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 강사, 전 한국경제신문 온라인총괄 부국장

야나이 타다시(柳井正)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운영 회사) 회장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일본 대표 기업가다. 2000년대 초반 도쿄에서 야나이 회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회사 경영은 물론 한․일 관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조심성 많은 보통 일본인과 달리 개성이 매우 강한 경영자였다. 야나이는 최근에도 정부 방역 정책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의견을 공공연하게 밝혀 논란이 됐다.

1949년생인 야나이 회장은 올해 73세다. 개인 순자산이 438억달러(약 54조원·2021년 기준)에 달해 일본 부호 랭킹에서 매년 1, 2위를 다툰다. 그는 1984년 일본 최초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를 창업한 뒤 세계 3대 패션 기업으로 키웠다. 2002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3년 만에 복귀한 뒤 17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늘 남과 다른 경영 철학과 시각을 갖고 일본 사회를 리드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앞두고 공격 경영 나서

야나이 회장이 최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둔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 고심하는 기업가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적으로 경영 활동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글로벌 제1 기업을 목표로 다시 나갈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프랑스 파리 리볼리에 ‘패션과 문화의 융합’을 주제로 유니클로 리볼리점을 열었고, 대만 타이베이에 글로벌 매장, 중국 베이징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잇달아 개설했다. 올봄에는 영국 런던 리젠트가에 유니클로와 의류 브랜드 띠어리가 함께 들어가는 초대형 매장을 오픈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이상으로 전 세계에 공격적으로 매장을 열겠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은 위축됐고, 사람끼리의 소통마저 끊겼다. 유니클로는 비즈니스를 통해 코로나19로 상처받은 고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계획이다. 유니클로의 ‘Life Wear(질 좋은 평상복)’는 모든 사람의 생활을 풍족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사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우리 회사는 옷을 바꾸고, 상식을 바꾸고, 세계를 바꿀 것이다. 국경을 뛰어넘는 비즈니스를 전개하겠다. 세계의 뜻 있는 개인 및 기업과 힘을 합쳐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

야나이 회장의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은 기업가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제 다시 뛰어야 할 시점이라는 경영 화두를 던진다. 그는 올 3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유니클로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과 경영자의 ‘사고방식’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털어놨다. 


회사가 30년 만에 100배 성장한 비결은. 
“나는 다른 경영자들과 다르게 근본(根本)적인 것에 계속 흥미를 갖고 있다. ‘옷은 무엇일까’ ‘옷 가게는 어떤 존재여야 할까’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등이다. 1994년, 히로시마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국내 최고 기업이 되면 전 세계 1위를 하겠다를 목표로 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옷에 대해 서양인과 다른 관점을 가져야 했다.”

‘서양인과 다른 관점’의 의미는.
“아버지가 옷 가게를 한 덕분에 옷의 역사에 많은 흥미를 가졌다. 세계로 진출할 때 어떤 형태의 옷을 준비하면 도전할 수 있을까. 세계에서 아시아인 인구가 가장 많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옷을 만들어 그것이 세계 표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출이 100배 이상 커진 요인 중 하나다. 일반적인 옷 가게는 어떻게 매출을 올릴지, 어떻게 다음 가게를 낼지 등 눈앞에 있는 것만 생각한다. 그렇게 해선 큰 성장은 불가능하다.”

유니클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할까’라고 늘 고민한다. 일본 시장은 세계 시장과 연결돼 있다. 해외 기업도 일본에 오고, 우리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 많은 일본 기업이 ‘백미러 경영’을 하고 있다. 과거만 보고 있으면, 새로운 일이 생기지 않는다. 성장하고 싶다면,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향해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세계 시장으로 더 나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죽을 때 도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한다.
“모두 (현재를) 사는 것만 생각하고, 도전하지 않는다. 나도 20대에 열심히 일을 했지만, 성장하지 못했다. 30세를 넘기고 ‘매니징(해럴드 제닌 저)’을 읽은 뒤 전환기가 왔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먼저, 그걸 정하는 것이 경영’이라고 쓰여 있다. 어디로 향하는 건지 행선지를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목적의식을 가져야 장래를 위한 행동으로 연결된다.”

경영자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상장 기업의 샐러리맨 경영자가 사장 교대를 할 때 ‘전 회장과 똑같은 방침으로 가겠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저는 경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전 사람과 전혀 다른 걸 하겠다’라고 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경영자다. 국가 경영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인구가 점점 줄고, 고령화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정부는 일본을 어디로 이끌려는 건지, 어떻게 자금을 확보할 건지는 말하지 않고, 분배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이대로 분배만 한다면 일본은 망한다.”


Plus Point

기고  일본 유통 전문가 최상철 간사이대 상학부 교수중
日 3차 유통 혁명…패스트리테일링에 드리워진 창업자 리스크

최상철일본 간사이대상학부 교수
최상철일본 간사이대상학부 교수


일본의 소매 유통은 아마존재팬, 라쿠텐, 야후 등 플랫폼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는 제3차 유통 혁명의 문턱에 접어들었다. 특정 업종(카테고리)을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좋은 품질과 파격적인 가격, 풍부한 제품을 제공하는 전문 양판점과 전국에 6만 개 이상 점포를 가진 편의점 업태가 주역인 2차 유통 혁명 후기와 3차 유통 혁명 초기 상황이다. 이런 소비 시장을 놓고 신구 업태 간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2차 유통 혁명의 기수인 100엔숍 ‘다이소’, 드러그 스토어 ‘마쓰모토기요시’, 종합 디스카운터 스토어 ‘돈키호테’, 가전 양판점 ‘야마다전기’, 가구 전문점 ‘니토리’ 그리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비즈니스 모델의 탁월성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이 업체들도 일본 의류 업계의 전근대적 구조를 과감하게 혁신한 패스트리테일링에 비하면 빛바랜 느낌이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이 업체는 제품의 기획, 생산, 유통, 판매를 일괄 관리하는 SPA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해왔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창업 30년 만에 매출 1조엔(약 10조원)을 달성했고, 지금은 2조엔(약 20조원)을 넘어 일본 업계에선 경쟁자를 찾기 어려운 수준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강 SPA 브랜드 ‘자라’를 운영하는 스페인의 인디텍스그룹을 조만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작년 2월 한때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SPA 업계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유니클로는 해외 진출 20년 만에 24개국에 출점했고, 국내보다 해외 매장이 두 배나 많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패스트리테일링이 기존 업계의 상식을 파괴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전적으로 창업자 야나이 타다시 회장의 리더십과 개성 덕분이다. 야나이가 저서 ‘1승 9패’에서 밝힌 것처럼 그는 스스로 많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다가온 성공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제는 그도 벌써 73세다. ‘2020년 5조엔(약 50조원) 기업 달성’의 비현실적인 장기 목표를 2016년에 스스로 내려놓고 3조엔(약 30조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2022년은 물론 당분간 3조엔 달성은 힘들어 보인다.

패스트리테일링이 3차 유통 혁명기의 이커머스 시대에 성공한 주역으로 존재하기 위해선 야나이의 성공 신화에 대한 ‘대담한 도전’도 필요할 듯하다. 야냐이 시대를 잇는 패스트리테일링의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 ‘창업자 리스크’는 과거 일본의 유통 혁명기에 실패한 소매 경영자의 전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