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괴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의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른 진짜 노림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인 것으로 드러났다. 머스크가 최대 주주가 된 이후 트위터 이사회 참여 의사를 번복하자 테크 업계는 의중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는데, 일주일도 안 돼 머스크의 본심이 밝혀진 것이다.

4월 14일(이하 현지시각) 머스크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트위터를 상대로 한 적대적 M&A 계획을 발표하며 트위터가 발행한 주식 전체를 주당 54.20달러(약 6만6500원)의 현금으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위터의 13일 종가인 45.85달러에 프리미엄 18.2%를 붙인 수준으로, 총 430억달러(약 52조7800억원) 규모다. 적대적 M&A란 상대 기업의 동의 없이 강행하는 기업 인수합병으로, 보통 공개 매수나 위임장 대결 형태로 이뤄진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미 뉴욕증시 프리마켓(pre-market·정규장 시작 전 주식을 거래하는 장)에서 트위터는 13%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또 평소 머스크가 자주 언급한 암호화폐인 도지코인도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게 되면 트위터 생태계 내에서 쓰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동반 급등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에 성공하면 트위터를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머스크는 3월 14일 트위터 주식 7348만6938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 9.2%로 최대 주주가 됐다. 트위터 창업자이자 전 CEO인 잭 도시 블록 CEO의 지분이 2.3%인 것과 비교하면, 머스크는 창업자보다 네 배나 많은 지분을 갖게 된 셈이다. 머스크의 최대 주주 등극 소식에 트위터 주가는 27% 넘게 폭등했다.

머스크는 8151만 명(4월 13일 기준)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를 보유한 ‘트윗광(트위터+狂)’이다. 2009년 6월부터 트위터 활동을 시작한 그는 거침없는 트윗으로 파워 트위터리안(트위터 이용자)이 됐다. 머스크는 사업상의 크고 작은 발표나 개인적인 사건 사고를 트윗을 통해 빠르게 전했다. 과거 트위터에 테슬라 상장 폐지 폭탄 발언을 올려 SEC에 고소됐던 일도 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관련 입장을 트윗에서 스스럼없이 공개했다. 또 그는 트위터 운영 방향을 두고 비판적인 생각을 올리기도 했다.

머스크의 최대 주주 소식이 알려지자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트윗으로 머스크의 이사회 합류를 알렸고 머스크와 앙숙으로 유명했던 도시도 머스크의 경영 참여에 호응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사회 합류를 수일 만에 번복했다. 4월 10일 트위터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것. 그는 11일 SEC에 새로운 신고서를 제출하며 “투자 목적으로 트위터 주식을 보유한다. 수시로 트위터 주식을 추가 취득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아그라왈은 머스크의 경영 개입으로 초래될 혼란을 암시하는 듯, “앞으로 주의 산만한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말했었다. 이를 두고 당시 테크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M&A를 추진하기 위해 이사직을 거절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 예상은 닷새 만에 머스크가 미 SEC에 제출한 신고서로 인해 사실로 밝혀졌다.


연결 포인트 1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 늑장 공시에 투자자들 소송

트위터 지분을 매각한 주주들이 트위터 최대 주주가 된 일론 머스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 매입 공시를 늦게 해 싼값에 주식을 팔았다는 이유다.

4월 12일 전(前) 트위터 주주들은 머스크를 상대로 맨해튼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라크 라셀라가 이끄는 전 트위터 주주들은 머스크가 연방법에 따라 3월 24일까지 트위터 지분을 매입한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원래 미국 증권법은 투자자가 기업 지분 5%를 사들이면 10일 안에 공시하게 돼 있다. 법에 따르면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 공시 시점은 3월 24일까지였다. 그러나 머스크는 4월 4일 이런 사실을 공시했고, 트위터 주가는 곧장 39.31달러에서 49.97달러로 27% 급등했다. 전 주주들은 머스크의 늑장 공시 탓에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머스크는 낮은 가격에 트위터 지분을 사들일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잭 도시 블록 CEO 겸 전 트위터 CEO. 사진 셔터스톡
잭 도시 블록 CEO 겸 전 트위터 CEO. 사진 셔터스톡

연결 포인트 2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와 ‘앙숙’이었던 머스크

실리콘밸리의 두 괴짜인 머스크와 도시는 여러 설전을 벌인 앙숙으로 유명하다. 머스크가 수일 만에 트위터 이사진 합류를 번복하긴 했지만, 처음 이사진 합류가 확정됐을 때 트위터 이사진으로 있는 도시가 머스크를 반긴다고 화답해 주목을 받았다.

4월 5일 잭 도시는 머스크의 트위터 이사진 합류를 두고 “나도 머스크가 이사진에 합류해 기쁘다”며 “트위터 전반을 꿰뚫고 있고 우리의 역할에 관해서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앞서 도시와 머스크는 다양한 분야에서 설전을 벌였다. 지난해 12월에 둘은 웹3.0의 잠재력을 두고 언쟁했다. 머스크는 웹3.0이 마케팅 유행어에 불과하다고 했고 도시는 “웹3.0은 궁극적으로 벤처 자본가의 자본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지난해 5월에는 비트코인을 두고 맞붙었다. 당시 머스크는 도지코인의 수익성이 비트코인을 능가할 것이라고 트윗했고 도시는 머스크를 저격하며 “어떤 한 사람이 암호화폐의 발전 방향을 바꾸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사진 일론 머스크 트위터
일론 머스크 트위터. 사진 일론 머스크 트위터

연결 포인트 3
“또, 머스크?” 거침없는 발언의 아이콘

머스크는 트위터 유명인사다. 그가 8150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 수를 모으기까지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이 한몫했다. 이 때문에 머스크는 ‘트윗 악동’으로도 불린다.

그는 트위터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도발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법안과 관련 “나라면 다 버릴 것”이라고 했고, 민주당의 부유세 법안 추진을 두고도 “민주당은 다른 사람들의 돈을 다 쓰고 나면 또 찾으러 올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 성과를 추켜세우는 돌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의 트윗은 세계 증시에서도 골칫거리다. 미 SEC는 머스크가 지난해 11월 보유 지분 매도 여부를 묻는 돌발 트윗을 올린 것을 조사하기도 했다. 당시 머스크는 세금을 내야 한다면서 테슬라 보유 지분 10% 매도 여부를 묻는 트윗을 올렸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그는 ‘영향력 원 톱’이다. 그가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에 관해 트윗할 때마다 암호화폐 가격이 출렁거렸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와는 도지코인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