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립국이 사라지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신청했고, 스위스는 나토와 합동 훈련을 검토하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는 5월 18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그간 군사적 비동맹주의 정책에 따라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채 협력 관계만 유지해왔다. 스웨덴은 1814년, 핀란드는 1948년부터 군사적 중립을 지켜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 안보에 위협이 가해진다고 판단해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 가입을 결정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스웨덴과 핀란드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나토 회원국은 보안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에 자충수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40㎞의 국경을 맞대고 있어 나토 가입이 승인될 경우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5월 16일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으며 문제가 없다”면서도 “군사 기지를 세우거나 군사 장비를 설치할 경우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스웨덴과 핀란드 두 국가가 나토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데는 수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하는데, 회원국인 터키가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고 있는 탓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스웨덴과 핀란드가 터키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이자 테러 조직인 쿠르드족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두 국가의 나토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나토 본부 주재 대사들이 5월 18일 연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신청 회의’도 터키의 반대로 중단됐다. 

한편 오랫동안 ‘비동맹’과 ‘중립’을 내세워왔던 스위스의 군사 정책에도 변화가 생기는 모습이다. 파엘비 풀리 스위스 국방부 안보정책국장은 5월 17일 “국방부가 작성한 안보 정책 옵션 보고서에 스위스가 나토 회원국들과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스위스와 나토 지휘관들 간에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우·러 전쟁 직후부터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해왔다. 스위스는 2월 28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모든 제재를 채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러 제재로 동결된 스위스 내 러시아인의 자산은 약 75억스위스프랑(약 9조6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도 스위스의 변화에 관심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월 1일 국정연설에서 “전 자유세계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행동에 책임을 묻고 있다”며 “27개국으로 구성된 EU, 영국, 캐나다,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와 많은 나라, 심지어 (중립국인) 스위스까지 러시아를 제재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 사진 EPA연합
왼쪽부터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 사진 EPA연합

연결 포인트 1
바이든, 스웨덴·핀란드 정상 초청
나토 동맹에 고립되는 러시아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위해 신청서를 내자마자 바이든 대통령은 두 나라 정상과 만남을 추진했다. 백악관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5월 19일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와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웨덴·핀란드의 수장은 나토 가입 신청과 유럽 안보 문제, 글로벌 이슈에 대한 파트너십 강화,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의논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두 국가에 경고를 이어 가는 가운데, 미국의 지지를 보여주고 터키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토는 1949년 4월 4일 창설된 유럽과 북미 대륙을 잇는 군사적 동맹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에 의해 동유럽 국가 다수가 공산화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집단적 안전 보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만들었다. 나토 조약 중에는 ‘가맹국에 대한 공격은 전 가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집단 자위권을 발동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러시아는 1955년 나토에 대응하기 위해 바르샤바조약기구를 설립해 ‘미국·나토’에 대항했다. 하지만 1991년 소련 붕괴로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해체되고 체코, 폴란드 등 회원국 상당수가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의 불안감은 가중됐다. 나토 회원국은 12개국에서 현재 30개국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을 히틀러에 비유한 포스터. 사진 셔터스톡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을 히틀러에 비유한 포스터. 사진 셔터스톡

연결 포인트 2
“우크라이나는 나치” 주장하는 푸틴,
‘현대판 히틀러’ 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을 신(新)나치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푸틴 자신이 현대판 히틀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나치 민족주의자들에게 핍박받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사용자를 해방시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전승절) 행사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 나치는 전 세계에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세계인은 오히려 푸틴을 나치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고 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러시아 전승절에 “푸틴 대통령과 그의 측근, 장군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70년 전 (나치의) 파시즘과 독재 모습을 보여준다”며 “그들의 최후도 당연히 (나치와) 같아야 한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5월 17일 열린 칸영화제 개막식에서 화상 연설을 하며 “(히틀러를 풍자한) 채플린의 영화가 진짜 독재자를 무너뜨리진 못했지만, 영화계는 침묵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새로운 채플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대인인 데다, ‘반유대주의 퇴치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나치라는) 푸틴의 주장은 수수께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이 고정관념과 사실 왜곡, 자국민의 전쟁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